통일부 역할·정책 놓고 진보·보수 ‘격돌’

“평화공존 단계 무시, 오히려 강화 필요” 심재훈l승인2008.03.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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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으로 우파 단결, 퍼주기 지원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혁적 시민사회와 뉴라이트 등 보수권, 중도적인 학계가 함께 정부조직 개편에서 논란 끝에 존치된 통일부의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역할을 토론했다. 하지만 개혁·진보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통일부 조직·기능에 대한 평가와 발전방향’ 토론회가 경실련 통일협회 주최로 지난 6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렸다. 보수성향의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통일부서가 존치된 것이 헌법정신을 살린다는 인식은 표피적인 것”이라며 “통일부는 총리실 산하의 차관급 또는 장관실의 기구로 정리를 하는 것이 헌법과 국가 목표, 실용주의적 접근법에 합당한 것”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북정책만 있었지 통일정책은 없었다. 국민들은 통일을 더 멀게 생각하게 됐다”며 “통일부가 지난 10년 동안 제 기능을 했는가. 통일부가 지난 10년 동안 성과주의, 부처이기주의에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계열의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햇볕정책이 보수층 우파를 단결하게 했고 뉴라이트를 나오게 했다”며 “햇볕정책에서 성과를 찾자면 이산가족 문제 진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을 등을 들 수 있지만 누구라도 1년에 1조원씩 정도 들인다면 그 정도의 관계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중요한 건 국가 정체성을 지키면서 적은 돈을 주고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정부가 무원칙 교류와 성과에 급급했는데 이를 통일부가 앞장섰다. 통일부가 통일외교부처럼 역할했다”며 “통일정책은 여러 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각 부처의 입장보다는 민족우선론에 입각해 통일부의 큰 그림이 논의되고 안보, 외교 등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햇볕정책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실장은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정 실장은 “통일부가 10년간 지속적으로 비대화돼 축소하거나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은 감성적인 것이다. 교류협력이 확대되면 조직이 증가되는 것은 당연하며, 지난 10년간 교류인원은 10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 부처와 통일부 간의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정책혼선을 유발할 정도였다면 근거가 무엇인지 정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통일시간표가 후진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통일이 이뤄지기 전에 평화공존, 협력 단계를 거친다는 단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명 진전한 것이고, 북한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개혁적 시민사회진영과 학계도 통일부 존치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새 정부에서도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이 안착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경남대 교수)는 “통일부 존재 자체만으로 대북정책, 남북관계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며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의 복잡성·고유성으로 인해 통일부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통일부가 교류협력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교한 통일방안 진전에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1989년 이홍구 총리 시절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통일방안을 구체화할 것을 제안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금까지 지적된 문제가 과연 통일부와 조직의 문제인가, 아니면 정권 운영 주체세력들의 방향과 스타일의 문제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NSC(국가안보회의) 수장의 개인적 스타일 또는 성향에 의해 이런 문제들이 부각된 점이 있는데도 조직문제로 환원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가 정권의 통일철학에 따라 기능과 위상이 달라지지 않게 구조가 안착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적 성향의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는 “좀 더 원칙있고, 여야 협력적인 햇볕정책을 지속해야 한다. 그동안 남북문제가 너무 정략적으로 접근됐다. 이벤트성 대북정책은 북한에 원칙 없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 속에서 남남 갈등이 발생했다. 많은 보수층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지 못했다고 비판하는데 이것이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참여정부에서 북한이 충분히 변했지만, 지원이 늘면 한계선 이상의 변화까지도 가능하다고 과장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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