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사랑을 받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1990년에 나온 ‘참 교육의 돛을 달고’(찌까즈 께이시 씀,가서원 펴냄)는 첫째일지 둘째일지 셋째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책은 오늘날에는 사랑받고 있지 못합니다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일본에서 처음 나온 1975년부터 한국 땅 2008년 모습과 견주어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을 “학생은 정말로 이해했는가?”를 살피고 “‘못하는 것’을 학생 탓이라고 해도 되는가?”를 돌아보던 일본 어느 사립학교 교사들 이야기를 담은 자그마한 책 하나. “교육 평가는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고 선별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 내용을 학생들이 이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130쪽)”는 말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1970년대뿐 아니라 2000년대에도 곰곰이 되짚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잘 못하는 아이를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학교 아니겠습니까?(105쪽)”라는 말은 교사 한 사람이 되뇌일 다짐뿐 아니라, 부모로서 선배로서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곱씹을 대목이라고 느낍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이야기를 듣거나 무언가 배우는 일이 줄어듭니다. 우리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이야기를 여쭙거나 무엇인가 보고 익히는 일이 사라집니다. 우리 이웃 아주머니와 아저씨한테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요. 우리 언니 오빠 누나 형한테 무엇을 듣고 물려받는가요. 우리 스스로 우리 몸과 마음에 알맞고 살가운 지식과 슬기를 알차게 받아먹고 있습니까. 더 높은 졸업장을 얻어서 나 한 사람 밥그릇 따숩게 두들기면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학교를 다니는 동안 듣고 읽고 머리 속에 지식을 집어넣게 되는 교과서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엮어서 우리들이 알아야 한다고 나누어 주고 의무교육으로 가르치는 교과서일까요. 이 교과서 지식을 빠짐없이 머리 속에 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똑똑하거나 아름다운 사람일까요. 이 교과서 지식을 거의 하나도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거나 바보인 사람일까요.
전동공구는 다룰 줄 모르나 망치와 송곳을 잘 다루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다루는 데 어설프지만 밥짓기 옷짓기 빨래 청소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동차 몰 줄 모를 뿐더러 자동차도 없지만 자전거를 잘 타고 몇 시간이고 짐 들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배웠다 하면,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우리가 어버이한테 배우고 교사한테 배운 여러 가지를 우리 아이들한테 가르치고 물려줍니다. 오늘날 어버이들은 당신 아이들한테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매무새’나 ‘착한 마음 씀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뒤로 젖혀 놓습니다. 그러면서 무엇을 가르치거나 물려주고 있습니까?
최종규 우리 말과 헌책방 지킴이
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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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