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가지 시험 때문에 전국의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비상이 걸렸다. 언론, 사교육 업체 할 것 없이 전부가 야단법석이다. 이번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학교간 성적비교와 학생간 서열화, 교사평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철학 공중 분해
일제고사, 일제히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진단평가, 의사가 환자의 체온을 재고 청진기를 대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듯이 학생들의 실력을 진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전국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입학축하의 덕담이 귓가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배치고사다, 전국연합진단평가 시험 등에 연거푸 시달려야하는가? 더구나 중 1 진단평가란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운 것을 시험 보는 것인데 새삼 부모들이 긴장하여 진단평가 문제집을 사들인다함은 왜인가.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학생을 서열화시키는 일제고사방식은 지난 1996년 이후 초등학교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세계화, 정보화, 다양화를 지향하는 7차 교육과정도입으로 초등학교평가는 서술식으로 바뀌어 초등학생들이 비교적 시험의 안전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는 시험의 불안감을 포함해서 암기식, 획일식, 주입식 교육으로부터 놓여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제고사는 다시 주입식, 암기위주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각 교육청에서는 이번 일제고사에 대해 ‘기초학력이 부진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알아 보기 위한 시험’이라고 주장한다. 정 그렇다면 전체학생이 불필요한 시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도록 전체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표준집단을 추출해서 진단평가 시험을 시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국단위 시험을 고집하고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12만 명의 중학교 1학년 학생 백분위 석차까지 학부모들에게 통지한다고 함은 결국 학생들에게 성적경쟁을 시키고 성적 부진아 뒤처리를 학부모에게 하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 절반프로젝트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기초학력미달학생제로플랜’을 제시했다. 그 구체적인 계획안에 초중고학력평가가 포함되어있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부의 초중등교육의 주요 정책기조는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부터 탈피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등장과 더불어 이러한 교육철학은 산산이 공중분해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경쟁’이란 단어를 교육부문에서만 몇 번씩이나 사용했다. 경쟁과 자율을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는 초중등교육은 ‘자율’을 신장시키기 위해 시도교육청에 이양한다고 한다. 대학 입시결과가 학력과 동일어로 쓰이는 현재, 서울시 공정택 교육감을 비롯해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학력증진이란 미명아래 정부 출범 후 호시탐탐 입시교육의 복원만을 노리다가 결국 과잉 협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초등학생의 경우 1%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진단평가를 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해 12개 교육청이 자진해서 관내 전체 4, 5, 6학년 초등학생에게 진단평가 시험을 실시한다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이런 황당한 난리는 오는 7월에 있을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선거로 바뀌자 현 교육감이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학생을 볼모로 잡는 것이다. 6일 전국 일제고사는 그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자초한 영어몰입 교육에서 비롯된 사교육은 이미 불붙었고, 일제고사로 인해 그 불길은 더욱 치솟을 것이다. 얼마 전 화재 때문에 재가 되어 국민 모두를 부끄러움과 절망에 빠뜨린 남대문처럼 사교육 불길은 아무리 진화하려고 해도 진화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남대문 화재처럼 ‘적심’을 찾아 불을 차단시켜야하는데 지금 이명박-공정택 라인은 불붙은 사교육의 ‘적심’에 일제고사라는 기름을 부어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김정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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