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매력을 풍기는 활동가

[시민운동 2.0] 이상민l승인2008.03.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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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활한복 좀 입지 마세요. 운동한다는 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며칠 전에 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다. ‘나름대로’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미모의 여교수가 동료 활동가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시민운동을 한다는 사람은 한쪽에는 얼음물, 또 한쪽에는 뜨거운 물이 놓인 좁은 칸막이 위를 위태롭게 달린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생활한복 입으면 티내기?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면 티를 내고 다닌다는 얼음물에 빠지기 십상이고, 좀 비싼 외국상품의 다니면(거기에다 좀 야한 디자인이라면 금상첨화이겠다) 질책이라는 뜨거운 물에 빠지기 십상이다. 어쩌다가 종이컵을 좀 쓸라치면 질책이 들어오고, 종이컵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면 티낸다고 성화다.

여교수가 ‘은밀한 매력’을 가졌다는 것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지역에서 운동하는 그 여교수가 성적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더욱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은밀한 매력이 어색한 것이 아니라 ‘어색한 편견’이 부자연스런 것임은 물론이다.

문제는 주변에서 여전히 이 어색한 편견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시민운동 활동가를 분광(分光)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아무 색을 가지지 않은 활동가를 분광 해 놓고 “쟤는 빨간색이야”, “쟤는 노란색인 걸”이라고 난도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억울하지만 어쩌랴. 활동가의 현실은 좁은 칸막이를 달려가는 것일 텐데.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더군다나 어느 쪽으로든 빠지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들 속에서 좁은 통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찬물에도, 뜨거운 물에도 빠지기 싫다는 이유로 해서 활동가들은 활동가들 사이에만 갇혀 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사소통 경험이 더욱 칸막이를 좁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종이컵을 쓰지 말자는 말을 어느 톤으로 말을 해야 할지, 여성 비하적 표현을 어떤 방식으로 지적해야 하는 등의 의사소통 테크닉이 점점 더 부족해 질 수 있다. 같은 운동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도 평소에 많은 의사소통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운동은 운동가만 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 될 수 있다.

위태롭게 달리기와 의사소통

결국 설령 물에 빠진다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중심을 잃지 않고 일관성 있게 묵묵히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오랫동안 자기 내면적인 일관성을 유지 한다면 그리고 교수로서, 운동가로서, 자유인으로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은밀한 매력을 풍기는 자유로운 여교수’는 더는 어색한 존재가 되지 않고 그 모든 삶의 방식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은밀한 매력을 풍기는 활동가’가 되려면 튀는 행동, 자유로운 행동을 스스로 제약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쯤에서 나는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불법 다운로드를 해서 봤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별 생각 없이 일회용품을 쓰면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자유로운 행동’이고 어디까지가 시민 활동가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인지 도통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런 것이 대부분 활동가의 고민이 아닐까.


이상민 참여연대 간사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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