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가짜뉴스’ ‘지록위마’외치니…

강상헌의 한자, 인간의 맛/가짜뉴스와 ‘바카야로’ 강상헌 논설주간/우리글진흥원장l승인2018.12.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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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의도적으로 지어낸, 조작된 뉴스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지구촌의 유행성 질환으로 떠오른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인류의 지성을 파괴하는 이 ‘전염병’이 날로 창궐(猖獗)할 것이며, ‘백신조차 없다’고 걱정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 가짜뉴스 때문에 정작 (진짜)뉴스가 의혹의 늪을 표류하기도 한다. 참과 거짓을 헷갈리게 하는 것의 심각성은 온 세상을 향해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다.

결국 지어낸 이, 퍼뜨린 이, 당하는 이, 지켜보는 이 등 모두의 인간성과 세상의 선량한 기운을 찢어발기는 것이 이 전염병의 증상이다. 소셜미디어라는 인터넷의 익명(匿名) 공간 등을 악용하는 신종 또는 미래형 범죄이며 질병인 것이다. 소셜(social 사회적)은 정녕 소셜한가?

가짜뉴스는 페이크 뉴스(fake news)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페이크’는 월드컵 축구영웅 이영표의 멋진 헛다리 드리블 같은 ‘페인트 모션’으로 우리와 익숙한 단어다. 그러나 ‘뉴스를 지어내는 짓’은 착한 의도일 수 없다. 결과도 당연히 악의적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가짜뉴스 걱정을 많이 한다. CNN 등의 기자와 다투거나 ‘페이크!’나 ‘페이크 뉴스!’ 소리 지르는 모습이 자주 TV에 비친다. 가짜뉴스 공론화의 공로자 또는 장본인이라는 이름표가 어색하지 않은 인사다. 정치의 새 모습인가. ‘내 생각’과 다르면 가짜뉴스라고 일단 지르고 보는 정치인들의 여러 행태가 볼만하다. 유행이기도 하고, 유행의 활용(악용)이기도 할 터다.

생뚱맞게도 요즘 ‘지록위마(指鹿爲馬)’란 깃발을 들고 고개 세우는 한국 정치인들이 여럿이다. 그 뜻을 찾느라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순위가 자주 어지럽다고 한다. 서로 ‘지록위마!’라며 손가락질한다. ‘가짜뉴스!’와 같은 뉘앙스다. 누군가는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사전은 지록위마를 ‘사슴(鹿)을 가리켜(指) 말(馬)이라 한다(爲)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강압으로 사실로 인정하게 됨,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이라 풀었다. 사슴이 왜 말인가? 어불성설(語不成說) 아닌가? 그래서 되레 말이 되는 것이겠지.

진시황(B.C. 259~B.C. 210) 죽은 후 권력을 오로지한 내시 조고(趙高)가 자기가 간사한 계략으로 제위에 올린 어린 황제 호해(胡亥)와 신하들에게 사슴을 보이며 말이라 했다. 사태를 얼른 알아채지 못해 “왜 저게 말이냐?” 수군댄 신하들은 처단됐단다. 권력의 공포, 그 막강 파워를 등에 진 세력이 조작한 고대의 가짜뉴스인 셈이다.

수사 전문가들의 이런 귓속말은 차라리 슬프다. 상당수 사기(詐欺) 범죄의 피해자들은 어떤 면에서 사기꾼과 동조자 또는 공범의식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 둘이 이렇게 해서 저 사람들 돈 말아먹자”는 사기범죄 공식의 유혹에 넘어간 순간이 패가망신의 시작인 것이다. 눈에 뭔가가 씌면 사슴도 말로 보일까. 속은 자신이 부끄러워, 또 그 사이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노출된 부분이 켕겨서 경찰 도움도 제대로 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숱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바보 같은 놈!’이라는 욕설로 쓰는 ‘바카야로’(馬鹿野郞 마록야랑)도 이 고사성어 지록위마에서 왔다. 욕 치고는 세련된 비유다. 우리에게는 어감 비슷한 ‘숙맥’이 있다. 콩(菽)과 보리(麥)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라는 말로 쓰이며 숙어 숙맥불변(菽麥不辨)의 활용이다.

현대 한국에도 사슴을 말이라 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촛불 들어 가르쳐도 모르니, 바보다. 무식의 소산 또는 부덕의 소치라 해도 용납될 수는 없다. 이유 없는 무덤 있던가? 권력추종형도, 다수(多數)추종형도 결국 바보로 또 범죄자로 드러난다. 역사는 말한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나름 양심껏 했다...’며 포토라인에 선 저 인사들의 정신줄은 어떤 상태일까? 이 무참한 세상, 염치 잃은 저 ‘바카(馬鹿 마록) 엘리트’들을 우리 범인(凡人)들은 언제까지 대신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대속(代贖)이 불가피한 원죄런가.

▲ 트럼프는 때로 제 뜻과 맞지 않는 주장이나 지적을 ‘가짜뉴스’라고 대놓고 비난한다. 상당수 언론을 비롯한 세상의 평가다.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왼쪽.) 소전체로 적힌 역산각석嶧山刻石) 탁본 일부. 진시황이 역산에 올라 자신의 공덕을 칭송하는 내용을 비석에 새겼다고 한다.

토막새김

분서갱유, 그리고 소전체

‘지록위마’의 조고와 함께 진시황의 측근이었던 전략가 이사(李斯)는 동아시아문화사 특히 문자(한자)의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인물이다.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를 파묻은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주역이었다.

조고는 이사를 매수해 반역을 도모(圖謀)했고 뜻 이룬 후 그를 죽인다. 이사는 서동문(書同文)정책으로 문자를 통일했다. 갑골문 금문의 단계를 지난 고대 중국 글자 모양이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 통치의 저해요인이 되자 이를 소전체 하나로 고친 것이다.

자 되 저울의 도량형(度量衡)과 마차 바퀴를 통일한 것 등 혁신이 같은 의도로 이뤄졌다. 분서갱유도 이 혁신을 위한 정책의 일환(一環)이었다. 소전(小篆)은 대전(大篆)이라고 불린 그 전의 서체에 비해 그림의 요소가 줄고 기호 또는 상징의 요소가 강화됐다. 말과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문자의 기능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 후 예서(隸書)와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해서(楷書)로 문자의 서체는 나아간다. 행서(行書) 초서(草書)는 빨리 쓰기 위한, 또는 예술성을 담은 흘려쓰기 글씨체다.

모택동(毛澤東 마오쩌둥 1893~1976)의 중국공산당은 문맹(文盲)을 줄이기 위해 일부 글자의 획과 점을 생략하거나 간단하게 한 간체자(간화자)를 만들었다. 오늘날의 중국 문자다. 정체(正體)인 그 전의 글자를 번체(繁體)라고도 한다.

한국어의 중요한 부분인 한자어는 정체를 쓴다. 대만(타이완)과 일본도 우리처럼 정체를 쓴다. 요즘 중국어를 쓰기(공부하기) 위한 글자는 간체자다. 혼란이 생기는 대목이다.

강상헌 논설주간/우리글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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