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의 지역 자립 경제학

평화운동가 김승국의 '공동체의 평화' 김승국l승인2008.03.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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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선생은 나카무라 히사시 교수의 논문 ‘地域自治と生命經濟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김지하, 2000)

나카무라 히사시는 농업의 부활에 토대를 두고 경제가치로부터 생명가치에로의 가치중심의 이동에 따라 지역경제를 국민경제로부터 일단 분리시키며, 국민주권에서 주민주권으로의 권력 이동을 역설한다.

나카무라의 ‘생명 경제학’은 세 가지 생명계의 기본질서와 법칙에 입각해서 전개된다. 그 하나는 정상개방계(定常開放系)로서의 무기물, 물과 같은 것은 순환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동식물은 종 증식-자기 종을 번식시키고 그것을 증대시키는 세대교체의 특성과 종 다양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라고 표시된다.

세 번째로는 인간공동체 사이의 사회적 관계성-이것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상호개성화와 언어관계를 통한 상호소통 및 상호존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순환성, 다양성, 관계성으로 정리된다. 순환성, 다양성, 관계성은 앞으로 건설되어야 할 지역경제에 있어서의 기본 개념이다. 생명의 순환성, 관계성, 다양성은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가. 국민경제와 국민경제학에 입각해서 형성되는 시장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과의 관계는 지역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관계, 즉 토지, 사회적 신용, 노동력 이것을 상품화함으로써 국민경제적 시장이 형성되었다. 근대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토지의 상품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 신용관계의 상품화,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는 노동력의 상품화이다.

지역자치를 가능하게 하려면 지역경제의 자립이 확보되어야 되는데 그 자립의 기초를 만들려면 제1차적으로 회사조직, 기업조직 안에 전부 흡수되어 있는, 또는 중앙 국가공권력에 의해 강제당하고 있는 토지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 신용관계, 그리고 노동력을 우선 부분적으로나마 탈상품화해서 지역으로 되돌려 통합해 놓아야 한다.

지역경제가 농업을 중심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나카무라는 열 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산업을 재건하려 할 때, 지역산업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그 원리로서 열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①지역자원의 탈상품화 ②다양한 토지 이용을 통한 영농의 다각화 ③다양한 협업조직을 통한 집단영농의 고도화 ④과수, 농업 일반, 축산, 수산, 임업, 양조 등을 포함한 지역 복합농업 형성 ⑤유기농업을 중심에 두고 바이오 가스나 소규모의 정화시설, 즉 환경생산 ⑥상품화되지 않는 노동력, 상품화될 수 없는 노동력의 자주관리를 통한 경영참가 ⑦농업 관련 산업을 모체로 한 농촌공업 진흥 ⑧잉여생산물의 판매와 소비재 구입 ⑨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지역 내 순환 ⑩타 지역과의 인격적 기술적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는 문제 등이다.

생명의 특질은 순환성, 다양성, 관계성이다. 이 세 개의 특질 중 어느 것이 없어도 생명계는 위기에 빠진다. 이 삼중(三重)구조를 구비하지 않은 생명활동을 예시하고, 그것과 대비하며 본래의 생명 이해를 깊이 하고자 한다.

시민사회신문DB
경제과정으로부터의 자립을 지향할 때, 지역의 생활을 지탱해주는 것이 어떠한 순환성, 다양성, 관계성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막개발로 몸살을 앓은 시화호의 모습.

이하의 예시는 반생명(半生命), 비생명(非生命) 또는 불완전한 생명이라고 불러야할지 모른다. 순환성만의 생명은 생명계의 기초에 있는 지구의 물 싸이클이다. 순환성의 의의를 가르쳐 주는 생명활동이다. 다양성만의 생명은 알코올 발효 중의 효모이다. 일정한 농도가 되면 엔트로피를 버리는 방법이 없는 평형에 이르러 생명활동이 멎어버린다. 관계성만의 생명은 마르크스 사상이나 간디의 사상이다. 신체조직을 가진 마르크스나 간디는 이미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낳은 관계성이, 우리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규정하는 한도 안에서 마르크스도 간디도 살아 있는 것이다. 살아 있을지언정 삼중구조를 갖지 않아서 변화하는 일이 없는 생명이다.

순환성+다양성만의 생명은 바다 속의 생태계나 인적(人跡)미답의 무인도의 동식물이다. 인간이 없기 때문에 자기인식의 방법을 갖지 않는 생명활동이다. 순환성+관계성만의 생명은 천국이나 지옥처럼 사후(死後)의 세계로서 상상되는데 그치므로 삼중구조의 생명과는 접점을 갖지 못한다. 다양성+관계성만의 생명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다. 외부의 지령에 의존하여 에너지를 보급 받고 엔트로피를 폐기하는 시스템이다. 정상계방계(定常開放系)가 아니다. 따라서 지구를 우주선 지구호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에너지의 보급과 엔트로피의 폐기가 불가능해지면 이 생명은 활동정지에 빠져버린다.

사회과학에서 본 현실의 생명활동은 이러한 삼중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회과학의 연구는 삼중구조를 지닌 특이한 생명활동을 기초로 하여 인간의 특권적인 위치를 확인하는 바탕위에서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생명을 삼중구조로 생각함으로써 전체를 통일적으로 이해하는 길이 열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자연과 사회과학으로 분단된 학문을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지역자립의 경제학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명계의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 생활의 본거(本據)로서의 지역을 파악할 때 희소성, 교환가치에서 출발할 이유는 없다. 생명계의 유지, 재생산에서 출발하는 수밖에 없다. 생명계의 고찰에서 획득할 수 있는 세 가지 특질인 순환성, 다양성, 관계성은 추상적이지만 더욱 넓은 의미의 ‘지역성’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개념이다. 효율성, 착취율보다 더욱 기초적인 범주이다.

경제과정으로부터의 자립을 지향할 때, 지역의 생활을 지탱해주는 것이 어떠한 순환성, 다양성, 관계성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역의 의미도 명확해진다. 자립을 지향하는 지역의 범위는 생활과정의 순환성, 다양성, 관계성의 폭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 단일한 지역성을 상정할 수 없다. 지역 역시 생명계와 같이 다중(多重)의 구조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다중 구조를 가짐으로써 자립을 보장할 수도 있다. 생명계와 연관된 경제과정을 안정적으로 존속시키는 것이 지역자립의 과제이다. 지역의 구체적인 특수성에 따라 순환이 정체되지 않을까, 다양한 활동이 해체되지 않을까, 사회관계가 일면적(一面的)으로 되지 않을까를 검토해야할 것이다.

간디의 힌두 스와라지

간디는 ‘스와라지’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Home-Rule'과 ’Self-Rule'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Home-Rule이 자기 나라를 자신의 힘으로 다스리는 정치적 자치를 말한다면, Self-Rule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나가는 개인적 각성과 행동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자치(自治)라고 번역할 수밖에 없는데, 간디는 정치적, 민족적 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적 자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힌두 스와라지’(Hindu Swaraj)에서 강조하고 있다.

간디의 힌두 스와라지(1909)는 그가 아직 남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이던 때에 쓴 소책자이지만, 이 책은 생애 마지막까지 간디가 견지하였던 문명관과 사회경제 사상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기념할 만한 문서라고 할 수 있다. 간디는 1945년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인도가, 그리고 세계가 진정한 자유에 도달하려면 조만간 우리들이 마을, 궁전이 아니라 오두막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들은 마을생활의 단순 소박성에서만 진리와 비폭력의 비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요지는 각자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김종철, 2003)

간디에게 ‘자유 인도’의 핵심은 자기들의 삶의 운영방식을 결정할 힘을 갖고 있는 마을자치(스와라지)였다. 힌두 스와라지를 통하여 간디가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농촌마을 중심의 자치, 자급, 자립적 민주주의야말로 인도뿐만 아니라 인류사회의 보편적인 생활방식으로서 영구적으로 지속가능하고, 만인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김종철, 2003)

위와 같은 간디의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저서가 ‘Village Swaraj’이다. 우리말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고 번역된 이 책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마을 판차야트(선출된 몇 명으로 구성되어 마을 일을 돌보는 마을회의) 조직을 통한 경제와 정치권력의 분산을 강하게 호소했다. 그는 인도의 판차야트 체계가 과학적으로 작용하면 시골의 사회적 경제적 힘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침입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인도의 시골에서 열의와 활기를 가지고 시작된 ‘판챠야트 라지’의 실험은 간디가 제시한 마을 스와라지의 목표를 향한 옳은 발걸음이다.

△간디는 마을 스와라지를 국가 없는 민주주의라는 그의 이상에 접근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간디는 국가 없는 민주주의라는 이상의 실제적 유용성을 깨달았고 ‘국가가 시들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분산시키는’ 마을 스와라지를 제시하였다.

△진정한 민주주의, 즉 스와라지는 진정한 정치 시스템의 궁극적인 원동력인 개인의 완전한 자유와 성장을 위해 일한다.

△마을 스와라지는 많은 정치적 병폐들에 대해 강력한 치유책을 제공하는 진정하고 힘찬 민주주의이다. 간디는 판차야트 라지, 즉 완전한 정치권력을 가진 비폭력적이고 자족적인 경제 단위인 마을 스와라지의 모습과 프로그램을 구상하였다. 모든 마을은 하나의 공화국 혹은 전권을 가진 판차야트가 될 것이다. 당연히 모든 마을은 자립적이고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일들을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단위이다. 마을 스와라지에서 궁극적인 권력은 개인에게 있을 것이다.

△비폭력적인 경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간디는 산업주의, 중앙집중화된 산업체들 그리고 불필요한 기계들을 배제하였다. 그는 도시를 마을 착취의 매개체로 보았다. 그는 미래세계의 희망은, 아무런 강제와 무력이 없고 모든 활동은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고 말했다. 마을 스와라지에서는 전체가 사랑에 의해 다스려지므로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없다. 모두가 평등하다.

△스와라지를 진실과 아힘사(비폭력)만을 통해 얻고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확고하게 믿게 되어야만 실현될 것이다.

△마을 스와라지의 기본 원칙들-사람우위와 완전고용, 생계를 위한 노동, 평등, 신탁(trusteeship), 탈중심화, 스와데시(국산품 애용), 자급자족, 협동, 불복종, 종교의 평등, 판차야트 라지, 나이탈림(수공업 일을 통한 국민교육)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

김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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