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언제 다 갚을꼬"

작은 인권이야기[36] 배여진l승인2008.03.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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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진 님! 17일은 학자금대출 이자납부일입니다-XXXX은행.” 필자가 지난 약 3년 넘게 받은 문자 메시지이다. 필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등록금을 내기 시작했는데, 2년 동안 이자를 충실히 납부하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대출금을 갚기 시작했다.

총 3번의 대출을 받았고 역시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약 4~5년 전에는 지금 정도로 등록금이 올랐던 때는 아니라서 약 700~8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대출받았다. 턱걸이로 겨우 탄 장학금이 아니었으면 더 큰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었을 뻔 했다. 하여튼, 본격적으로 대출금을 갚기 시작한지 약 3년 만에 하나를 다 갚았다. 박수 짝짝짝!

마지막 대출금이 빠져나간 2월 18일, 혼자 환호했고, 혼자 뿌듯해 했다. 그러나 2012년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또 남아있으니 기쁨은 잠시였다. 그저 한 달에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좀 줄었다는 사실에 만족할 뿐.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은 등록금이 폭등하기 전에 졸업을 했다는 사실이다. 조금 늦게 태어났다거나, 휴학을 많이 했더라면 난 지금쯤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아니, 대출받고 학교를 다니고 있을 터였다. 대학교 2학년이었나,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던 친구가 겨우 돈을 구해 와 화장실에서 신문지로 싼 200만원이 넘는 현금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 가족은 이미 빚더미에 치여 집에서 숨어살다시피 하는 실정이었다.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난 거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사채를 끌어왔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등록금이 인권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초졸vs중졸vs고졸vs대졸 혹은 SKYvs비SKY, In서울vsOut서울 등의 ‘학력’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필요한, 원하는 지식에 대한 접근권, 이유를 막론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권, 이 두 가지는 교육에 있어 필수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특정사항에 따라 제한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은 대학교에서 받는 수백만원의 등록금은 교육을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만약 나와 위의 내 친구가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필자는 더 많은 돈을 대출받았을 것이고, 내 친구는 더 많은 돈을 사채로 끌어왔을 것이다. 아니면 휴학, 자퇴를 했거나.

더욱이 큰 문제는 운이 좋아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고 하여도 그 돈을 언제, 어떻게 갚느냐 하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사람들이 한 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갚는 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등록금 ‘인하’ 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수백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한 개인, 한 가족의 책임으로만 짐을 지어야 하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식을 낳지 않는 게 좋겠다고. 태어나자마자 누군가를 이겨야 하고 경쟁하고 싸워야 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그 아이가 자라서 대학을 들어갈 때 즈음엔 1천만원정도 할 것 같은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찌어찌 겨우 졸업을 해서 88만원 세대의 일원이 된다고 상상하면 문득 미래의 자식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교육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교육의 양극화, 결국 돈이 만세란다.

글을 쓰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일단 내 빚이나 빨리 갚았으면 좋겠다. 2012년이여, 기다려라. 그 땐 꼭 빚쟁이에서 탈출하리라!


배여진 천주교 인권위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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