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은 김태우‧신재민 확성기?

조중동 관련기사 216건 쏟아내…한겨레·경향과 대조 엄재희 민언련 활동가l승인2019.01.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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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주요 일간지 모니터

김태우와 신재민. 두 인물의 입에 온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김태우 수사관은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폭로했고, 신재민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떠도는 말은 많았지만 의혹의 실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열린 ‘조국-임종석 국회 운영위’에서 이렇다 할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대검찰청 감찰 결과, 김 수사관의 비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비위행위를 감추기 위해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신 사무관은 자살 시도 이후 침묵에 들어갔고, 부모와 친구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촌극이 빚어졌습니다. 폭로 의도와 그 과정을 보았을 때 이들이 양심에 따른 내부고발자인지 아직 판단하기에 이릅니다.

폭로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언론은 의혹을 부풀리며 과도한 정치공세에 나섰습니다. 물론, 언론의 역할은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고 시민에게 사건의 진상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 식’ 폭로까지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은 의혹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고 근거를 철저하게 따져본 뒤 보도할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김태우‧신재민’ 사태에서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묻지마 폭로’였습니다. 개인의 일방적 주장을 일단 지면에 싣고 보자는 식이었습니다. 대신, 폭로의 의도와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축소 보도했습니다.

▲ 민언련이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기사에 대해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을 모니터(2018년 12월 14일~2019년 1월 7일) 한 결과, 주러 보수성향 언론의 편향성이 짙게 나타났다. 사진=JTBC뉴스 갈무리

기사 제목에서 김태우 수사관 폭로 위주로 전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김 수사관의 폭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월 7일까지 ‘김태우’ ‘김 수사관(감찰반원)’ 키워드로 검색되는 324건의 기사를 추출해 제목별로 분류했습니다. (단, 신재민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경우 제외) 모니터 대상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와 경제신문인 매일경제‧한국경제입니다.

기사 제목에 김 수사관의 폭로, 자유한국당의 주장, 김 수사관에 유리한 주장을 언급했으면 ‘김태우 측’, 청와대 또는 민주당의 반박을 제목에 다뤘으면 ‘청와대 측’, 양 측 주장을 동시에 언급했으면 ‘양 측’, 수사 및 사건 관련 스트레이트 기사는 ‘진행상황’, 다른 이슈에서 김 수사관을 언급했으면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제목 비교에서 신문사의 의견을 담는 사설/칼럼은 제외했습니다.

우선, 조선일보의 보도량이 눈에 띕니다. 조선일보는 모니터 기간 내 무려 103건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는 중앙일보 59건, 동아일보 54건에 비해 약 2배 많은 것입니다. 매일경제 34건, 한겨레 31건, 한국경제 24건, 경향 19건과 비교하면 3~5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7개 신문사 324건의 기사 중 약 3분의 1은 조선일보가 썼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 기사의 제목에서도 편향이 드러납니다. 조선일보의 103건의 기사 중 김태우 측 주장을 제목에 담은 기사는 64건(62%)이었습니다. 반면 청와대 측 주장을 제목에 담은 기사는 11건에 불과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김태우 측 주장 24건, 청와대 측 주장 14건을 제목에 담았습니다. 중앙일보는 각각 17건과 5건, 매일경제 8건과 5건, 한국경제 8건과 3건으로 김태우 측 주장을 제목에서 더 많이 인용했습니다.

반면 경향은 각각 2건과 8건, 한겨레는 2건과 12건으로 청와대 측 주장을 더 많이 인용했습니다. 전체 324건의 기사 중 김태우 측 주장이 제목에 담긴 기사는 125건으로 전체의 약 3분의 1이었습니다. 기사 헤드라인이 가지는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언론이 ‘김태우의 개인 확성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수사관 비리 혐의를 언급한 기사 제목은 드물어

김태우 수사사관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 중 비위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작년 12월 27일,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부당 개입 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찰 도중 사무관 셀프 임용 시도,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골프 접대 향응 수수 등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자신의 비위행위를 덮으려고 허위사실을 유포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폭로의 의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 수사관의 비위행위는 중요한 정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의 비위행위가 제목에 담긴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김 수사관의 비위행위를 제목에 담은 기사는 103건 중 3건에 불과했습니다. 조선일보가 김 수사관의 비위행위와 청와대의 반박은 감추고, 김 수사관의 주장을 부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도 김 수사관의 비위 행위를 제목에 담은 기사가 59건의 중 3건에 불과했습니다. 동아는 54건 중 8건, 매일경제는 34건 중 1건, 한국경제는 24건 중 2건이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31건의 기사 중 7건, 경향은 19건 중 3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재민의 ‘확성기’ 역할도 톡톡히 해내

신재민 관련 이슈도 분석했습니다. 모니터 기간은 신 사무관이 유튜브에 폭로 영상을 올린 작년 12월 29일부터 1월 7일까지입니다. 분류 방법은 김태우 수사관 기사 제목 분류 방식과 같습니다. 기사 제목에 신 사무관의 폭로, 자유한국당의 주장, 신 사무관에게 유리한 주장을 언급했으면 ‘신재민 측’, 청와대 또는 민주당의 반박을 제목에 다뤘으면 ‘청와대 측’, 양 측 주장을 동시에 언급했으면 ‘양 측’, 수사 및 사건 관련 스트레이트 기사는 ‘진행상황’, 다른 이슈에서 신 사무관을 언급했으면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모니터 기간 7개 언론사는 77건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가 18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한국경제 13건, 중앙일보 12건, 매일경제 11건, 한겨레 10건, 동아 7건, 경향 6건 순이었습니다.

기사 제목에서 신 사무관의 폭로를 가장 많이 인용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8건 중 6건의 기사에서 신 사무관의 주장을 제목에 담았고, 동아는 7건 중 5건, 중앙은 12건 중 2건이었습니다. 매일경제는 11건 중 3건, 한국경제는 14건 4건입니다. 반면 한겨레는 10건의 기사 중 신 사무관의 폭로 내용을 단 1건도 제목에 담지 않았습니다. 경향은 6건 중 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확성기’가 아닌 ‘펙트체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현 정부는 ‘촛불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만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하지만 비위행위가 적발돼 퇴출당한 사람의 폭로를 무작정 믿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는 사실이더라도 대부분 청와대의 판단범위 내에 있음으로 문제의 소지가 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 제기자의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며 의혹을 확대재생산 하고 있는 언론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엄재희 민언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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