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의 의미

내 인생의 첫 수업[38] 김혜경l승인2008.03.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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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임 선생님!

‘내 인생의 첫 수업’ 원고청탁을 받자마자 떠오른 이름이다. 이 선생님을 따라 대학교와 학과까지 같은 곳을 들어가고, 남편까지 선생님 남편의 후배를 만났으니 대단한 인연 아닐까?

나는 중학교 추첨 1세대다. 추첨으로 중학교에 간다는 정부 발표에 어머니는 그럴 리가 없다면서 6학년 말까지 과외를 시키셨다.

중구 필동에서 남산초등학교에 다니던 내게 배정된 학교는 ‘금호여중’이었다. 금호동 산꼭대기에 있는 신설중학교. 중학 3년 동안 언제나 새 교실에서 공부했고 선생님들도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들이었다.

가정 과목을 가르치셨던 강순임 선생님은 청소년적십자(RCY) 지도교사였다. 서울사대 가정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금호여중에 발령을 받은 선생님은 열정과 의욕에 가득 차 계셨다. 가정과 첫 수업에서 본인의 교육철학과 소신 등을 말씀하시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셨다. 아무리 많이 배우더라도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는 요지였다.

열정과 의욕의 선생님

선생님의 첫 수업에 매료된 나는 RCY에 가입하여 3년 내내 RCY단장을 했다. 동급생들과 후배들을 모아서 고아원과 양로원에 방문하는 게 일이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데 직접 나서지 않고 조력자가 되셨다. 우리는 쌀을 모아서 떡을 만들고, 위문품을 수집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문팀을 모으는 일을 기획해서 실행에 옮겼다. 이런 활동을 통해 나는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방문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의 성취감도 커지고 자신감도 늘어났다.

교회에서 거행된 선생님 결혼식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잘생긴 공대생에게 선생님을 뺏긴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선생님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두터웠다. 절대로 강압적이지 않으며 민주적이고, 주장하지 않으며 격려하고, 진두지휘하지 않으면서도 조용조용 조직을 움직여가고, 작은 조언으로 개개인의 능력을 살려주셨던 선생님의 리더십은 이후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시작한 RCY활동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이어졌다. 1학년 때부터 다른 학교 RCY와 교류를 하고, 다른 나라 RCY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국제친선앨범경연대회’에 출전해서 1등을 받기도 했다.

RCY를 만나다

위문품을 만들어서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아다니는 활동도 계속했고, RCY회의를 통해 단원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아내는 경험을 쌓기도 했다. 내게 중고등학교 6년은 강순임 선생님의 반짝이는 눈, 미소 띤 얼굴, 작지만 당당한 모습을 알게 모르게 닮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미국생활 10년을 마감하고 귀국하면서 사회운동에 입문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강순임 선생님의 첫 수업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미국에 살면서 만났던 미국 친구들이 자기자리에서 작던 크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며 산다는 것을 느꼈다.

학부모들은 교사학부모회(PTA)에 참여하면서 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한 자신들의 몫을 다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지역의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보이스카웃 같은 그룹 활동을 직접 지도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직접 사회운동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회운동 입문 동기로

주변사람들이 내게 왜 지구촌나눔운동과 같은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모잠비크 여성운동가가 있다. 지난 1995년 북경여성대회에서 만난 이 여성은 경실련의 명함을 내놓는 내게 “당신이 지구적 차원의 경제정의를 위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구촌 나눔운동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그 이전에 내 마음 속에 ‘배운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해주신 강순임 선생님이 계셨다. 나도 이 선생님처럼 젊은이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젊은이들을 만난다.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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