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구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이 이합집산하고 있고,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당은 정책다운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몇 가지 총선 쟁점 사항만 요동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 가장 중요한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데도 정치권은 나몰라라 한다. 국제금융위기로 흔들리는 국내 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대책은 없다. 선거철만 되면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외치면서 정작 서민 생활의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문제를 껴안은 정당은 없다.

민생안정이라는 대화두가 이정표를 잃고 있는데, 총선 쟁점만 난무하고 있는 게 더 문제다.우선 한반도 대운하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반드시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시민사회가 반대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전문가와 지역주민들도 큰 관심거리다. 시민사회내에서는 경부운하 예정지역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을 사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대운하 건설 반대 여론을 피하기 위해 총선 공약에서 삭제한다지만 더 이상 국민은 무지몽매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전국 17개 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내놓은 18대 총선 민생 5대 표준공약이 눈길을 끈다. 각 정당이 5대 분야의 정책대안을 총선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교육비 절감, 주거비 안정, 의료비 공공성 확대, 대형마트 규제, 비정규 차별 해소 등 5개 민생 분야 정책 대안이다.

각 가정의 교육비 부담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비 부담 절감 대책은 시급하다. 대학등록금 1천만 시대가 왔고, 지난해 국민 사교육비 지출이 20조원이라는정부 통계가 무섭다. 돈이 없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큼만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또 다시 들썩이는 집값도 큰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세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표방하자 집값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집값 안정을 위한 특단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 산업화 정책 추진도 재고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성이 뿌리인 의료서비스를 시장화, 영리화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차원에서 작동했던 보건의료체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고, 의료양극화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지적을 곱씹어봐야 한다. 이와함께 서민 경제를 좀먹는 대형마트 규제도 총선 후보들은 생각해야 한다. 대형마트 성장과 반비례하게재래시장 상인들의 허리는 휘고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때만 되면 재래시장을 돌며 손을 잡는 모습은 분명 재래시장 살리기 위한 행보인데 선거가 끝나면 다시 찾지 않은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대형마트의 출점과 영업을 적절하게 규제해 지역의 소상인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해소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해 직접고용 노동자를 외주?용역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의 편법행위를 막아야 한다. 또 외주, 용역, 도급 등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사업자의 사용자 책임성을 강화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 각 정당은 총선에서 바로 이러한 민생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서 유권자의 표심에 호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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