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피해자들은 얼마나 더 분노해야 하는가

"검찰 수사 만시지탄…SK케미칼· 김앤장 관여 여부 철저 수사를" 노상엽 기자l승인2019.03.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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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양 모 애경산업 전 전무를 증거 인멸 혐의로 함께 지난달 27일 구속했다. 애경산업 측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 등도 압수수색했다. 앞서 SK케미칼의 하청을 받아 애경산업에 문제의 '가습기 메이트'를 납품한 필러물산의 김 모 전 대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SK케미칼 임직원들도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가습기 피해자들은 이번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8년 전인 2011년에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져야 했다는 불만이다. 옥시와 롯데마트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을 때에도 유독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업체들은 검찰 수사를 피해갔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이 지난 2016년 3월과 8월에도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 가해기업 전·현직 임원들을 고발한 것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세 차례 이상 이들 가해기업들을 고소·고발했는데도 검찰은 공소시효에 몰려서야 수사를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사건의 중심에 SK케미칼과 김앤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모든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을 만들어 유통시킨 SK케미칼에는 앞선 정부들과 검찰도 칼날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않았다는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들의 법률 대리에는 김앤장이 있는데, 가해기업들과 함께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하고도 남을 만큼 긴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진상 규명과 가해기업 처벌이 더뎌지는 동안 피해자들은 목숨을 잃었고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SK케미칼 등 일부 가해기업들로부터 당연한 사과 한 마디조차 듣지 못했고 오히려 보상금 몇 푼에 조건을 내거는 가해기업들의 기만에 몇 번이고 분노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피해자 수는 늘고 있다. 그나마 환경부로 신고 접수한 피해자 대다수가 아직 제대로 피해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 중이지만, 진상 규명도, 관련자 처벌도,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피해자들에는 매우 다급한 시간 싸움을 맞고 있다. 

2015년 10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실태와 정부 대응을 살피고 간 바시쿠트 툰작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유해물질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8일에 한국 정부로 서한을 보냈다.

그는 2016년 9월 제33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유해물질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사들에 대한 적절한 시정조치가 없다면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가 인권을 유린하며 저지른 사고의 심각성에 비례해 처벌받지 않게 될까 봐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책임감을 결여한 가해기업들의 행동과 독선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의 핵심은 가해기업과 그 관련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민형사상 처벌에 있다며 정부와 검찰에 거듭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SK케미칼 전·현직 대표 등 관련자들을 구속하고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지만,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은 가해기업들 모두를 수사해야 한다"며 "옥시 사례를 돌이켜 볼 때, 검찰은 가해기업들의 증거 인멸이나 조작, 김앤장의 관여 여부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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