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눈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철학적이다. 무심(無心)과 호기심(好奇心)이다. 편견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무심과 그럼에도 세상과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는 호기심을 가진 존재가 이들이 생각하는 부처라고 본다.
이 라마불교의 본산 티베트는 티베트인들이 수천년간 살아온 터전이다. 흔히 '세계의 지붕'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지역은 이제 중국의 시짱 자치구(西藏自治區)이다.
티베트에는 우리의 ‘흥부와 놀부’와 아주 똑같은 동화가 있다. ‘참바와 쩨링’이라는 동화이다. 내용은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인정많은 참바와 부자지만 욕심 많은 구두쇠 쩨링이 새의 다리를 치료해주고 씨앗을 받지만 참바는 상을 받고 쩨링을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는데 참바와 쩨링은 이웃사이이고 제비가 아니라 참새라는 것이다. 또한 도깨비에 혼나는 정도가 아니라 전생의 채권자에게 전 재산을 몰수 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해피엔딩이지만 쩨링은 끝까지 돈을 훔치는 등 비열하게 행동하다가 결국 거의 노예처럼 산다는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가 말하는 것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인과응보이다.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좋은 일을 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낳고 나쁜 일을 했을 때는 나쁜 결과를 낳는다는 정서가 반영된 이야기로 이러한 이야기들은 불교문화를 중심으로 티베트, 인도, 한국, 일본 등지에서 유사한 내용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다른 것은 티베트와 우리의 역사적 경험 차이로 보여진다. 같이 중국에 접해 있지만 어찌되었든 생존하고 독립을 지킨 우리는 흥부와 놀부처럼 용서하고 공존을 택한다는 결말이 가능하지만 수천년간 서로 죽이거나 살거나하는 관계였던 티베트는 비극적 결말로 치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라싸(拉薩)에서 대중봉기를 일으킨 티베트인들은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다. 철도까지 개통되어 한족의 인구가 더 많고, 따라서 투표를 통해서도 독립할 수 없다. 더구나 급속한 한족화로 티베트인중 자신의 말을 지키는 비율이 절반도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이라마의 비폭력은 저항하는 이들이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노선일 것이다. 중국이 티베트를 독립시킬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자원 매장량이 많고 땅도 중국 땅 중 20%나 된다. 중국인들이 먹는 물의 40% 이상이 티베트에서 끌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티베트이 독립하면 다른 민족들도 독립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구르족과 조선족이 독립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티베트의 문제는 강 건너의 불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심은 우리가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함이지 무관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이 결합된 무심으로 티베트를 바라보고 세계화 시대에 민족이라는 것, 공동체라는 것을 생각해 보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남의 일은 없다.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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