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의 시련을 아십니까

분리 독립 목소리 객관적 시각 보도 필요 시민사회신문l승인2008.03.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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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평화운동가가 보내온 ‘쿠르드족 이야기’

쿠르드족 분리 독립에 대한 외신은 언론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듣는 이야기다. 한국의 한 평화운동가는 일찌감치 이라크와 인근 터키 지역 등에서 평화봉사활동을 하며 쿠르드족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가 얼마 전 <시민사회신문>에 소식을 전해왔다. 엄격한 보도통제로 추방을 우려해 가명으로 메일을 보내온 전문을 소개한다. <시민사회신문>은 정보의 부재가 심각한 쿠르드족 문제에 대해 앞으로도 비정기적으로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편집자
쿠르드족과 관련된 왜곡된 혹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언론의 보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간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다가 이제야 실천에 옮깁니다.

오늘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겨레’에서 쿠르드족 집회 사진과 함께 쿠르드족 분리주의자의 시위를 경찰이 강경진압하고 있다는 설명을 단 사진 기사를 발견 했습니다.

그 외 뉴시스 등 다른 언론사의 관련 기사에서도 결정적인 오보를 내보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사의 시각이나 다른 배경 설명 없이 외신을 그대로 번역해서 내보내고 있더군요.

일단 이런 기사들이 갖는 문제를 그나마 주요 일간지 중에서는 가장 믿을만한 하다고 판단되는 한겨레의 사진 기사를 중심으로 지적하고자 합니다. 물론 다른 언론의 관련 기사보다 한겨레는 대단히 조심한 흔적이 보이고, 이야기 했듯이 결정적인 오보를 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그 사진은 쿠르드족 분리주의자의 집회를 진압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수천년을 이어온 쿠르드족의 명절인 네우로즈(쿠르드족의 전통 새해는 춘분날일 이날 시작됩니다)를 터키 정부가 특정한 기준 없이 어떤 도시에서는 허가하고 어떤 도시에서는 허가하지 않자, 허가받지 못한 몇 몇 도시에 거주하는 쿠르드족 주민들이 네우로즈를 강행하면서 발생한 충돌입니다.

주민들이 네우로즈를 강행하자 이를 불법 집회로 간주한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경하게 진압하다가 두 도시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도시 마다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최소한 100명은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반이란 도시에서는 이 명절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까지 경찰이 폭력을 행사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경찰의 폭력은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경찰에게 돌을 던지면서 폭력적인 집회로 변모해 갔습니다. 경찰은 이에 더욱 강력한 진압을 하면서 폭력사태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이런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 없이 '쿠르드족 분리주의자의 시위' 라는 설명만을 단 기사는 자칫 터키 정부의 폭력 진압에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이 다분해 보입니다.

이들 네우로즈가 불허된 도시들과는 달리 네우로즈가 허용된 도시에서 행사는 너무나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단 한건의 폭력사고도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습니다. 네우로즈를 거부당한 도시에서의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또한 쿠르드족 게릴라인 PKK와 이를 지지하는 주민을 분리주의자라고 칭하는 것도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채 터키 정부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따른데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의 게릴라 그룹은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했지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조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쿠르드족 문제의 해결책을 '분리 독립'에서 찾고 한동안 분리 독립을 추진했던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몇 해 전 쿠르드 게릴라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압둘라 오잘란이 "민주주의 연방론"으로 쿠르드족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한 후 게릴라 측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일방적인 휴전선언을 하면서 터키 정부에 대화로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것을 촉구했지만, 터키 정부는 번번이 폭력으로 응답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쿠르드족 게릴라와 그 지지자를 터키 정부가 분리주의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일방적으로 분리주의자라고 매도되어서는 안됩니다. 민주주의 연방론에는 분리 독립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터키를 비롯한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나라들이 그간 쿠르드족에 대해 자행한 박해를 고려한다면, 국제사회는 쿠르드족의 보호를 위해서 분리 독립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분리 독립은 지지를 받아야 할 상황인 것입니다.

터키가 미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유럽연합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NATO와 OECD의 회원국이란 이유로 유독 터키가 쿠르드족에게 행사하고 있는 폭력에 관해서 국제사회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협상을 시작한 이후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이 완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내일(지난 26일)은 이번 국가폭력으로 인한 사망자의 장례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장례식장에서 또한 얼마나 많은 부상자가 나올지 모릅니다. 이를 막을 힘은 없지만,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를 마음으로 저도 이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터키 디야르바크르에서 ‘아쉬티’ 드림(아쉬티는 쿠르드어로 '평화'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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