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운하를 반대하는 이유

[시민운동 2.0] 이미애l승인2008.03.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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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꼭 살리겠다’고 이명박 후보가 ‘경제성장 7%’와 ‘한반도대운하건설’을 공약으로 내걸더니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다. 한반도대운하건설계획은 초기에는 그저 찬반논란이 오고가는 한 사람의 정치공약에 불과했지만, 그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자 이제는 꼭 실현해야만 할 국책사업으로 변신을 하였다. 벌써 새 정부는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 산하에 운하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운하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검토 중’이라고 추진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가 더 나아져야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왜 이 시대에 필요한 경제성장방식이 꼭 ‘대규모 토건사업’이어야 할까? 한반도대운하건설같이 전 국토를 개발해 버리는 토건사업이 모든 사람에게 과연 이익이 될까.

여성들에게 있어 개발은 터전으로 부터의 내쫒김과 박탈로 다가온다. 대규모 도시개발의 뒤에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철거민이 있고, 그들의 분노가 있었을 뿐, 그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있어 개발은 생태계의 파괴와 뭇 생명의 죽음으로 다가온다. 전 국토에 걸쳐 건설된 직선형 고속도로개발 뒤에는 도로 위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들의 사체가 있고, 그 사체를 밟고 자동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자신의 서식지를 박탈당한 야생동물의 마지막 비명소리와 고통을 함께 느낀다.
그렇다면 대규모 도시개발로 인해 새로 조성된 쇼핑센터가 늘어서 있는 아파트에 입주한 여성들의 삶은 행복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값싼 저질 건축자재의 사용으로 여성과 아이들의 건강은 건축자재가 뿜어내는 유해화학물질의 위협에 속수무책으로 놓여져있다.

온 도시의 땅은 콘크리트로 뒤덮인 채 숨쉬지 못하고 있고, 도시화로 파괴된 숲은 더 이상 물을 머금을 수 있는 생태적 기능을 상실하여 해마다 홍수와 가뭄을 반복되고 있다.

이렇듯 개발은 그 땅에 터 잡고 살던 서민들과 말 못하는 동물들을 내쫓고, 자연과 여성과 어린이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그렇다면 개발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은 과연 누구일까. 소수의 땅소유자? 건설업자? 아니면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들? 여하튼 우리들은 아니다.

한반도대운하건설은 물류비절감, 풍부한 수량확보, 수질개선, 관광단지조성, 국토균형개발, 일자리창출 등 여러 측면에서 ‘국운융성의 계기’가 되는 사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문이다. 21세기를 선도해나가는 대한민국의 경제비전을 제시해야할 ‘경제대통령’이 물류비절감을 위해서 꼭 운하를 건설해야 했던 건지. 물부족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수질개선을 하기위한 노력이 꼭 콘크리트로 둘러쳐진 운하를 만들어 물을 가둬두어야 하는 방식이어야 하는 건지. 몇 천년간 형성되어온, 그 자체가 문화재인 한반도 4대강을 뒤집어엎어서 꼭 관광단지를 조성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건지. 운하를 만드는 토건사업으로 꼭 일자리창출을 해야하는 건지.

우리 여성들은 만약 단지 단순한 물류비용절감을 위해서 운하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계획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라고 말하겠다.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보호해도 모자랄 백두대간을 끊어내고, 강과 강을 이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이런 반환경적인 국토개발로 잃을 무형적인 손실비용이 분명 물류비용절감비용의 몇백, 몇천배를 상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 부족은 자연이 개발로 인해 파괴되어 생태적인 숲과 강과 호수와 습지들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수질오염도 마찬가지이다. 산업화과정에서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유해한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하고 무단으로 배출함으로써, 또 그것을 철저하게 규제하고 관리하지 못함으로써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한계수치를 넘어버린 것이 물오염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여성은 살아 숨쉬는 자연 그대로의 강, 물속 생명과 물 주변의 생명이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인 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 나아가 개발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를 최대한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물부족과 수질오염을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에코페미니스트의 저자 반다나 시바는 개발주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는 어떤 측면에서든 미래세대의 생명에 대한 가혹한 위협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미래세대를 보호할 환경정의의 규약을 만들어 내는데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마지막 사람’이라는 기준을 ‘마지막 아이’로까지 확장해야 한다.”


이미애 여성환경연대 생태팀장

이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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