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비준…“정부가 앞장서야 가능”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ILO긴급공동행동 기자회견 양병철 기자l승인2019.04.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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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준이자 노동기본권 시금석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경제계의 민원과 맞바꾸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원칙의 문제이지, 거래나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ILO긴급공동행동>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헌법상의 노동3권을 무력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합니다.”

노동‧민중‧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해 지난달 28일 출범한 <ILO긴급공동행동>은 시민과 노동자의 노동권 수호,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쟁취를 위해 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개최하고 입장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 9일 청와대 앞,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ILO긴급공동행동 기자회견<사진=ILO긴급공동행동>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문]

ILO 핵심협약 비준 공약을 지킬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비준-후입법’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애초에 타협해서는 안 될 기본권을 정부가 협상테이블에 올리니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되는 만큼 노조의 손발을 묶어야 한다는 사용자단체의 억지 주장이 등장하고 정부는 다시 이 억지 주장을 노동계가 얼마만큼 수용할 것인지 흥정하라고 한다. 

흥정의 결과물이 있든 없든 이 협상의 내용을 국회에 넘겨 이를 바탕으로 입법을 하고 그 다음에야 협약을 비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모든 노동자가 노조 할 권리를 누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까지 가는 길은 더 멀어졌다. 

잘못 꿴 단추를 부여잡고 다시 맞추려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로 노조 할 권리를 제약하고, 이를 반영하여 법을 개악하고 그 이후에 국제사회에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이행하겠다는 공수표를 내놓겠다는 계획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에 관한 4개 ILO 협약 비준을 2017년 7월 취임 100일을 맞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2018년 3월에는 유엔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UPR) 3차 심의에서 이를 재차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그 후 아무런 진척이 없자 2018년 12월 유럽연합은 한국정부가 한EU FTA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문제제기하며 분쟁절차에 돌입했고, 시효가 만료된 오늘까지도 아무 진척이 없다. 

그러는 동안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 ‘노사가 합의하면 정부는 지원하겠다’ ‘협약과 충돌하는 법을 손보고 난 다음에 비준하겠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지난 26년간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비준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고 ‘국내법과 협약이 상충하여 당장 비준이 힘들다’는 변명만 반복하던 역대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진정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에 관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자 한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다. 정부가 앞장서서 비준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선비준 후입법’을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길로 제시했다. 

직업, 성별, 피부색, 인종, 종교, 국적, 장애, 정치적 견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행정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 등 보복조치, 노조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을 금지하는 역할, 단체교섭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국가가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모든 인간이 인격권의 주체로서 ‘신체의 자유’를 보유한다는 원칙을 부정할 이유가 있는가? 사용자가 노동자의 인신을 구속하면서 노역에 종사시키는 폐습을 철폐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 국가에서 나타나는 강제노동의 유형을 시급히 철폐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없다면 당장 4개 핵심협약 비준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된다. 그리고 국회는 답해야 한다. 군부독재 시절의 노동통제를 바탕으로 하는 구시대의 법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 155개국~178개국이 이미 비준한 ILO 협약을 비준하고 국제적으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기본 인권을 보장하는 나라가 될 것인가.

ILO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설계한다는 의미를 더해 올 해 6월 총회에서 ‘일의 미래 선언’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 선언에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아우르는 노동기본권만 아니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권리,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적정 생활임금, 최대 노동시간 제한, 사회보장 최저선 등을 노동권의 최저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보편적 노동권 보장> 내용을 담게 된다.

이러한 권리를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누려야 하고 초국적기업은 해외 생산네트워크와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틀어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게 된다. 디지털화에 따라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기본권을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모든 협약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채, 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기본권을 축소하는 법 개정을 한 채, 최대 노동시간을 줄여놓고 탄력근로제를 개악한 채, 최저임금을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개악한 채 정부가 총회에 참석한다면 과연 무슨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아무 조건 없이 즉각 비준하라!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조합 손발 묶기 입법 맞바꾸는 시도 즉각 중단하라!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하라!

2019년 4월 9일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쟁취! 노조법 개악 저지! 긴급공동행동

기자회견 순서

발언 :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 정병욱 (민변 노동위원장) / 서정숙 (공무원노조 부위원장) / 이영철 (특고대책회위 의장) /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
기자회견문 낭독 :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ILO긴급공동행동 입장문 청와대 전달

※ ILO긴급공동행동 참가단체 :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 노동자연대 / 노동전선 / 문화예술노동연대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 민주노동자전국회의 / 국민주권연대 /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서비스연맹) /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련,전철연) / 빈곤사회연대 / 반올림 / 사월혁명회 / 사회진보연대 / 알바노조 /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전국농민회총연맹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전국학생행진 / 전태일재단 / 주권자전국회의 / 진보대학생넷 /참여연대 / 한국진보연대 / 구속노동자후원회 /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무순)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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