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노동자상 기습철거 규탄

부산 시민사회, 오거돈 시장 출근 저지 등 강력투쟁 예고 양병철 기자l승인2019.04.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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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불법 조형물로 규정된 소녀상을 시가 관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만 부산시가 평화의 소녀상을 품겠다”며 “역사의 진실보다 무거운 법과 절차는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서 “부산시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된 분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힘을 모아 그분들의 삶에 새겨진 비통함을 풀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한달여 후인 4월 12일 오후 6시께 부산시는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 있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부산시는 이날 낮 12시께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이하 건립특위)로 공문을 보내 “제3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을 의제로 하고 세부적 과정은 귀 위원회와 동구청, 그리고 우리 시와 함께 논의하자”며 “긍정적 답변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답변을 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공문을 보낸지 6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철거한 것이다.

건립특위는 14일 오후 2시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노동자상 기습 철거에 대한 규탄 대회를 열고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오거돈 시장 출근 저지 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5일 오전 9시 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거돈 시장을 항의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철거당할 지도 모른다는 제보를 받고 12일 오후 5시 30분쯤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철거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철거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냐고 물었지만 그 누구도 답변하지 않았고 철거한 노동자상을 어디로 끌고 갔는지 알려 주지도 않았다”면서 “국민들이 적폐라고 규정한 서병수 전 시장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은 “작년 노동자상을 건립할 때도 부산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시의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동구청에 미루기만 했다”며 “핵심 당사자인 건립특위와 동구청이 합의한 사항에 왜 부산시가 갑자기 끼어들어 행정대집행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구청이 결정한 사항을 시청이 나서 강제 집행한 사례는 없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며 월권이고 지방자치의 기본도 모르는 행위”라고 말한 뒤 “같은 부산시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김재하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지난 12일 점심때 찾아와서 대화하자고 해놓고는 저녁에 갑자기 철거한 것은 이미 철거 방침을 정해놓고 쇼를 한 것”이라며 “오거돈 시장은 부산시 공무원들을 친일파 앞잡이로 만들었다”면서 “시민을 위해 부역해야 할 공무원을 친일 부역자로 만든 오거돈 시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하 대표는 “쉽게 얻은 성과물은 우리를 나태하게 만들고 쉽게 가는 길은 쉽게 잊는다”며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우리 손으로 다시 되찾고 우리 힘으로 이 자리에 세우자”고 크게 외쳤다.

▲ "전쟁범죄 사죄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대회에 참석한 어린이의 모습이다. <사진=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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