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는 정말 멋지다

작은 인권이야기[39] 나현필l승인2008.04.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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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어느 날 TV에 나온 너무나 청순한 한 여성을 보고 한눈에 팬이 되어버렸다.

그 연예인의 이름은 하리수,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지만 내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의 반응은 상당히 안 좋았다. 특히 주변 친구들은 역겹다는 반응까지 내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7년 전 대학생 때에도 ‘좌파’라고 나의 정치이념을 생각했기에 더 적극적으로 하리수를 옹호하려 했다. 그러다 남의 취향까지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충고까지 듣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리수 누나(필자에겐 하리수보다 리수 누나가 더 익숙하다)의 존재는 화제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만만찮은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대상이었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서 더 리수 누나에 열광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리수 누나같이 대중의 선호에 맞추어 기획된 트랜스젠더도 이렇게 사람들의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데 그보다 외모적으로 덜(?)아름다운 트랜스젠더는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2001년 당시에 유행하던 ‘디아블로’란 게임의 여자 캐릭터 이름을 ‘risulove'로 지었다가 다른 게임유저들에게 별의별 질문을 다 받았던 걸로 기억난다. 그 중 기억나는 건 질문하던 유저들이 기본적으로 설마 내가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는 것이다.

리수 누나가 아무리 성적으로 매력 있는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다 한들 성기위주의 섹스개념, 혹은 가족중심이데올로기가 있는 한 리수 누나를 좋아하는 건 변태적 취미의 하나일 뿐이었다. 트랜스젠더이건 아니건 간에 내가 지금 소녀시대 태연이를 좋아하듯이 연예인의 한사람으로 리수 누나를 좋아하는 것조차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혹은 반응해야했던 것, 그것이 리수 누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이다.

리수 누나가 최근 결혼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리수 누나 커플은 네티즌들에 의해 비호감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그런 반응 중의 일부는 사생활까지 마케팅에 동원하는 데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수 없는) 성소수자란 딱지를 붙여놓고 일거수일투족마다 공격을 일삼는 사회적분위기가 리수 누나의 인권을 얼마나 짓밟고 있는지는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쉽게 발견된다.

그런 면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비난과 공격 속에서도 당당히 살고 있는 리수 누나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 상업성 논란을 제쳐두고라도 리수 누나의 활동은 그나마 사회적으로 무시되어있던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것도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모습으로 말이다.

최근에 리수 누나가 한 진보정당 국회의원 후보의 유세에 참석했다. 해당 후보 홈페이지에 갔더니 ‘호모를 옹호하는 진보는 지지할 수 없다’라든가 ‘하리수가 계속 나오면 낙선할 것이다’라는 식의 댓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선거운동마저 그 후보에게 오히려 해가 될까봐 얼마나 리수 누나가 마음 아파할지 눈에 선하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하는 것이 당연한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에게 성소수자가 지지하니까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이 가능한 게 한국사회이다.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당이 국민을 섬기겠다는 둥, 민생을 생각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쏟고 있다. 그들은 알까? 자신들이 길거리에 나와 유권자들과 악수할 때 길거리에 맘 편히 나올 수조차 없는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들도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하리수의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적극 지지한다. 그녀는 정치적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 제발 갖은 협박과 궤변으로 소수자들의 정치활동을 가로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판단은 유권자가 할 몫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들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

나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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