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유럽사회가 150년에 걸쳐 이룩한 성장의 신화를 단 한 세대의 근대화를 통해 구현한 대한민국이 70년대식 강력한 추진력으로 세상을 살아온 기업가 정부를 맞아 요동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2/3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강과 낙동강, 금강과 영산강의 서로 다른 물길을 억지로 잇는 대운하 건설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과 들판을 깎고 다져 도시를 만들고 도로를 건설한 대표적인 이가 바로 이 정부의 행정수반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대한 콘크리트 아스팔트 길을 닦은 그이다. 강과 바다를 막아 농경지를 늘리고 좁은 국토를 개조한 그이다. 그러기에 못할 일이 없고, 안된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운하라니! 3면이 바다인 반도(해양)국가를 갈기갈기 찢어 섬나라로 만드는 운하라니.
서울~부산간 2시간 30분(고속철도)에서 5시간(고속도로)이면 충분한 길을 사나흘씩 걸리는 내륙운하를 건설하여 물류혁명을 이루겠다는 시대착오적 정치 발상이 OECD에 가입한 세계경제 10위 국가의 국토정책으로 갖은 편법아래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국민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물길 잇기니 뱃길복원이니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치장하기 바쁜 운하다. 뱃길을 복원하려면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 하구를 막고 있는 하구둑만 트면 될 일을 강마다 적게는 1조원에서 많게는 15조원을 쏟아 붓는 희대의 공사판을 벌려서 이 정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새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혹은 쇠락한 원도심의 재생과정에서 주거의 쾌적성과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샛강을 만드는 일은 좋은 일이다. 또, 도시성장과정에서 도로나 주차장으로 죽어있던 옛 강을 복원하는 것은 생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수백, 수천종의 생물 종이 나고 성장하고 죽는 생명의 공간, 국내법과 국제법으로 보호해야 할 생물 종이 수십 종 발견되는 생태계의 터전을 말살하고, 사람과 짐승의 똥오줌을 거름삼아 다양한 생명을 키워내는 크고 작은 하중도와 물을 더럽히는 유기물질을 모두 걸러주는 모래와 자갈을 통째로 들어내 죽은 강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국민 모두의 공익을 위해 필요하지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생태적 학살행위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어엿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건설업체의 사장도 아니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정치적 선동을 해야 했던 시점에 서있지도 않다. 과거의 경험으로 기업체 사장의 경험으로 국정을 판단하고 밀어부쳐선 안된다. 더욱이 대통령 자신과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두려워 조감도 수준의 운하건설 구상을 애써 감추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유수의 경제학자, 수리수문학자, 토목학자, 사회학자, 생태학자의 전문적 검증을 피하고 국민의 여론을 피해 건설업자와 밀실에서 만나고 사업구상을 주고받아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사업이라면, 그래서 국민과 국토생태계에 돌아갈 피해가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는 계획이라면, 더구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일이라면 ‘대통령으로서, 대통령답게’ 잘못된 공약의 이행을 포기해야 한다. 그게 한 나라의 지도자이고 온 국민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대통령이 할 일이다.
더 이상 국민과의 골 깊은 갈등상황을 대통령 스스로가 만들어선 안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 알고 있는 선량한 국민들을 몰아세워 범법자로, 폭도로 만들어선 안된다.
봄이 왔으되 봄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대통령이 헤아려야 한다. 63.7%의 반대가 대통령에게 운하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는 국민의 명령임을 알고 받들어야 한다. 국민의 뜻, 자연의 섭리를 저버리고 자신의 좁은 우물 안에 갇혀 지내는 대통령이 어찌 국민을 섬기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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