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가 국민연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도록 하는 신용회복대책이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된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가입자단체들은 이번 대책이 국민연금을 부실화하고 최후의 노후보장 수단을 앗아갈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는 특히 청와대가 지난 3월 발표한 신용회복방안을 처리하는데 급급해 복지부가 졸속추진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가입자 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상정한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있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채무상환금 대여 계획안’을 표결로 처리했다.

가입자 단체들은 청와대가 지난달 25일 ‘그동안 낸 국민연금의 절반으로 금융권 부채를 갚는 대신 앞당겨 쓴 국민연금은 3.4%의 이자율에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메우는 것’을 뼈대로 하는 신용회복대책을 발표한 이후 방침철회를 요구해왔다.

이번 방안에 대해 가입자단체들은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할 신용회복대책에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연기금을 지출하는 방식은 정부책임을 방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연기금 안정성을 훼손해 연금불신을 가중시키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금을 갚은 가입자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최후의 노후보장 수단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와 기금운용위는 또 청와대의 신용회복대책 발표 이후 절차적 위법성 논란이 일자 형식적 의결 절차를 밟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대책을 내놓은지 불과 보름 만에 통과된 것이다. 지난 1999년 이후 기금운용위가 표결로 처리했던 안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의견취합이 되지 않는 안건에 대해서는 재논의에 붙이거나 실무평가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쳐 왔다.

이이 대해 가입자 단체들은 “국민의 노후를 담보로 한 실효성 없는 신용회복대책을 즉시 폐기하고 금융채무자의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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