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권·소멸시효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일포럼 열려 양병철 기자l승인2019.05.1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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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 한국여성의전화,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정춘숙 의원실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권과 소멸시효> 한일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현재 성폭력 피해자가 민사 소송을 제기할 때 소멸시효 규정의 한계와 쟁점을 살펴보고 향후 법 개정 방향과 운동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포럼에는 마쓰모토 가쓰미(리츠메이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김재희 (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그리고 민사 소송을 제기한 피해당사자인 김은희 테니스 코치가 각각 「아동기 성 학대 피해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법을 둘러싼 과제: ‘구시로 PTSD 등 사건’ 판결을 계기로」, 「‘테니스코치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본 민사소송의 법적 쟁점」, 「당사자가 바라본 성폭력 소멸시효 관련 판례의 한계」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한일포럼은 현재 성폭력 피해자가 민사 소송을 제기할 때 소멸시효 규정의 한계와 쟁점을 살펴보고 향후 법 개정 방향과 운동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토론자로 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전해정(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서종희(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고운(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가 참여하여 포럼이 진행됐다. 포럼 주제 발표에서 마쓰모토 가쓰미(리츠메이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아동기 성 학대 피해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법을 둘러싼 과제: ‘구시로 PTSD 등 사건’ 판결을 계기로」라는 주제로 본인이 의견서를 집필했던 ‘구시로 PTSD 손해배상청구사건’의 의미를 짚었다.

‘구시로 PTSD 등 손해배상청구사건’은 일본 민법이 규정하는 소멸시효인 ‘20년’이 지난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한 최초의 사건이다. 원고가 3세부터 8세 사이 성적 학대를 경험했고 20년 이상이 지나 30대에 이르러 처음으로 우울증을 진단받은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했으며 또한 독일, 프랑스의 시효 개혁법을 언급하며 시효법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테니스코치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본 민사소송의 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테니스 코치 사건의 개요와 피해자가 사건 발생 17년 만에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가해행위와 손해의 인식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을 경우 불법행위를 안 날은 어느 시점으로 기산해야 하는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언제로 볼 것인지 등 소멸시효 관련 쟁점들을 짚으며 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테니스 코치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가 17년 만에 용기를 내어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를 알렸고 어렵게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들어 성폭력 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은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례를 남기기 위한 여론의 관심과 각계 연대를 강조했다.

김은희(테니스 코치)는 「당사자가 바라본 성폭력 소멸시효 관련 판례의 한계」라는 주제로 아동기 성폭력 피해 이후 PTSD를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실과 법 조항의 괴리를 지적했다. 또한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꽃뱀 프레임으로 사건을 호도하는 점을 꼬집었으며 피해자들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민사 소송의 판결과 판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해정(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이날 토론 주제에 모두 동의하며, 법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법의 존재 이유가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공정한 사법 판단을 위한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 나아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실무자와 학자가 연대하여 소송 전략을 짤 것을 제언했다.

서종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법원의 소멸시효 운용에서 생긴 변화를 이야기했다. 2011년 녹십자 홀딩스의 판례와 현행 민법 제166조의 해석 가능성을 예로 들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구분하여 소멸시효 기산점을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했다. 특히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의 소멸시효법을 예로 들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입법례를 소개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법 해석과 적용에 있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를 ‘가짜 피해자’로 만드는 한국 사회를 비판했다. 피해자의 인권보다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시 되며, 민사 소송을 제기할 때 피해자들이 겪는 ‘꽃뱀 프레임’ 등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며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이해를 담은 판결문의 필요성과 법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신고운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 현황과 비판할 점을 짚으며 성폭력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법안의 의미에 대해 논했다.

포럼 말미에 전해정 교수의 일본 법원이 소멸시효 기산점의 부당성을 인식하여 1심의 입장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한 질문에 마쓰모토 교수는 변호인단과 학자들의 연대, 여론의 관심이 판결 결과를 이끌었다며 각계 간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 일본의 소멸시효 관련 법 개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유럽의 ‘이스탄불 협약’을 언급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일본에서도 개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은 테니스 코치 성폭력 사건 2심 진행 중에 열렸으며, 포럼에서 논의됐던 쟁점과 제언들이 포석이 되어 법원이 성폭력에 대한 이해를 담아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판결을 위한 각계의 연대와 많은 관심을 바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앞으로도 현재 소멸시효 규정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연대 운동과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지난 1983년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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