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직전 ‘관권개입’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이 식목일 식수 행사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은평구의 뉴타운 건설 현장을 방문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관권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는 “대통령의 일상적 국정활동을 정치적 공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평구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이고, 또 그가 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의도 여부에 상관없이 청와대가 관권선거 논란을 자초한 것은 분명했다.

상반된 매체간 보도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들은 정치권에서 관권개입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하는 정도에 그쳤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의 최소한의 비판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중앙일보 같이 관권개입 논란 기사 바로 밑에 ‘대통령 집무실 의자에 안 앉는다는 MB’라는 기사를 두어 은평뉴타운 방문이대통령의 일상적인 업무였음을 내비치는 보도를 한 신문도 있었다.

관권개입 논란은 계속됐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느닷없이 수도권 교통대책을 발표하고, 인천시장은 지역후보와 등산을 갔다. 또한 행정안전부 장관은 초박빙 지역에 방문해 선거 관련 보고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모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일어난 것이라 ‘관권선거’ 의혹이 짙었다. 특히 국토해양부의 기자회견은 이미 인수위에서 검토했던 사안으로, 시급한 사안이 아님에도 선거를 이틀 앞두고 또 다시 공표해 더욱 의혹이 남았다. 이런 일들은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선거가 관권의 개입으로 혼탁하게 변질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의혹과 우려들에 대해 한겨레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은 ‘정종환 국토, 느닷없는 출퇴근 30분 단축’, ‘안상수 시장, 지역후보와 계양산 정화행사’, ‘원세훈 장관 초박빙 안산서 선거보고 받아’ 등의 기사를 통해 관권개입 문제를 상세히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관권개입 논란 자체를 아예 정략적인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 예로 SBS는 민주당이 ‘관권선거 논란을 쟁점화 하는 데 주력했다’고 보도했다.

이제라도 책임물어야

관권개입 문제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론 스스로 정략적 판단을 했거나 아니면 뉴스가치가 낮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쪽이든 관권개입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유, 불리를 넘어서서 언론은 일단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비해 심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관권개입은 여전히 공정선거를 저해하는 암적 요소라는 점을 언론이 명확히 인식했어야 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어느 한 쪽의 명백한 승리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선거가 끝났다고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모든 문제들이 그대로 덮어져서는 안 된다. 관권선거 의혹을 밝혀 법적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관권개입 논란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도 질책할 필요가 있다. 공정선거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보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더불어 46%라는 역대 최저의 투표율에 과연 언론은 책임질 일이 없는 지도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끝>

박용규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박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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