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달 동안, 심화과정 1기에 참가한 20여명의 청년들은 세상을 바꾸는 사회운동의 방법들을 함께 공부하게 됩니다. 이 경험을 통해서 여름 뒤엔 직접 기획 후 실행까지 하게됩니다. 이번 후기는 심화과정 1기 참가자 김상헌씨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2017년 겨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칠 때 나는 청년공익활동가학교를 시작했다. 군대를 갓 제대했던 나는 세상에 대한 불만은 가득했으나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다.

▲ <사진=참여연대>

진지하게 공익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내가, 남들 앞에서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는 것도 꺼리는 내가 참여연대에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많이 했다. 

6주 동안 다양한 강연을 듣고 활동가 분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같이 참가한 친구들과 함께 소박하지만 자그마한 직접행동을 기획해보기도 했다.

자신과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던 6주였다. 그 후 우연히 공익활동가학교 심화과정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만의 작은 세계에 웅크리기 시작한다고 느껴지던 시기라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새롭지만 어딘가 낯익은 사람들을 만나다

5월 8일 저녁 6시 반, 참여연대 2층에 스무 명 가량의 청년들이 모였다. 간혹 반가운 얼굴이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책상도 없어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할 때 쯤 간사님의 참여연대 소개가 시작됐다. 함께 주의사항을 들은 후 짝 지어서 1대 1로 돌아가며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진행자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 사람들은 조용히 있기 마련이지만 이 모임은 조금 달랐다. 서로 마주보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당황한 진행자분의 부탁이 있은 후에야 제시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떤 청년인지, 혹은 기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서로 3분 동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술술 나와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 위화감은 사라졌다. 마주보고 앉은 사람의 이야기에서 내 고민을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동시에 3분 동안 누군가가 내 얘기에만 집중해주는 일이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할 일이 없다.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를 쳐다보던 상대방의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존중과 감사, 그리고 설렘

간단하게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에 조별로 종이에 이번 과정에서 기대하는 것들, 혹은 부탁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 <사진=참여연대>

그 후 원형으로 앉아서 관련 주제를 취합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기억에 남는 키워드들은 존중과 감사, 그리고 설렘이었다. 모두들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그런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설렘도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 후 간단하게 뒷풀이를 하는 시간을 가지며 첫 번째 모임을 마무리했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충분히 알만큼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기분 좋은 첫 걸음이라 부르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이번 청년공익활동가학교 프렙스쿨은 늦봄부터 시작해서 초여름까지 진행된다. 그 기간 동안 이 공간이 서로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김상헌 심화과정 1기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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