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많은 평가가 있었고, 학자들과 비평가들에 의해 지난 족적에 대한 빛과 그림자를 말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시대 함석헌을 다시한번 논한다는 것이다.
함석헌에게 있어 민중은 ‘씨알’이었다. 민중은 이기적이고, 불평하며, 게으르고, 무지하고, 부화뇌동하는 오합지졸이나 중우정치와 같은 무리(衆)가 아니다. 자기 정신 안에 하늘의 본성을 담고, 본성의 씨앗을 간직하고, 본성을 실현하기 위해진리를 위해 사는 이들을 말한다. 지극히 천한 모습으로 사회의 바닥에 있으면서 가진 것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불의에 분노하며, 또한 결코 폭력으로 내닫지 않고 오히려 자기를 희생하여 억압자 안에도 존재하는 선을 끌어내려고 하는 존재가 함석헌이 말하는 씨알이었다.
함석헌은 일제식민치하에서 3·1 독립운동 때 맨손으로 만세를 외치고 맞아도, 팔을 잘려도, 죽여도,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며 인간 안에도 잠재되어 있는 ‘선’을 이끌어내었던 한국 민중 속에서 씨알을 보았다. 간디가 인도 민중에게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흰 옷 한 장을 몸에 두르고 맨발로 민중과 괴로움을 함께 하며, ‘진리 파지’를 관철하고 영국 군경의 폭력 탄압에 대하여 승리를 거둔 실천으로부터 함석헌은 힘을 얻었다. 비폭력으로 멸망한 나라는 없으며 폭력으로 영원한 나라도 없다는 엄숙한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하늘의 ‘씨앗’으로 민중은 세상의 주인공이며 역사의 시작이며 마무리다라고 설파하였다.
씨알로서 민중은 생명력이 있는 나무로 비유할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잎들과 열매와 꽃들이 민중이다. 줄기와 굵은 가지는 여러 기관이나 정부이며 그리고 지하에 있는 뿌리 또한 민중이다.이런 면에서 씨알로서 민중은 중의적이다. 뿌리이기도 하며 열매이기도 하다. 기초도 되지만 또한 결과도 된다. 눈에 띄게 보이기도 하지만 안보이기도 한다.
또한 씨앗이 없으면 뿌리도 없고 줄기도 없고 열매도 없다. 이런 면에서 개별과 전체는 하나이다. 이번 총선에서 많은 출마자들이 국민을 섬기겠다, 봉사하겠다라는 말로 출마의 변과 함께 수많은 공약을 남발했다.
그들 생각에 의하면 자신들은 공적인 일들만 생각하고 설계하는 이들이고 일반 대다수 씨알들은 개인적인 존재로 개인적인 일을 위해서만 살아 있는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누가 주인이고 누가 전부인가. 생명의 나무처럼 도대체 대자연의 어디에 너와 나의 구별 있는가. 섬기겠다, 봉사하겠다라는 생각이 이미 너와 나를 구분하는 것이고 그래서 차별하는 생각이기에 그것은 일정한 조건에서 지배와 피지배하는 구조로 자신의 특권을 합리화하기 위해 발로가 된다.
실제 지난 수많은 민주화의 역사에서 분명한 것이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여러 이론들과 주장으로 지도자의 위치를 점하고자 수많은 공약들과 방향들을 제시했지만 실패로 귀결되었다. 그것은 민중을 씨알로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부권력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관심이 있지 주인으로, 전체로서 ‘민중’을 움직이지 않았다. 깨어있는 민중이 나라의 역사를 짊어질 주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중을 움직이지 못하는 지도자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우리역사도 이를 벗어난 적이 없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각지에서 씨알로서 자신을 변혁하고 움직이려는 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씨알정신을 삶과 정신세계에서 보여주었던 함석헌선생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희망이다. 끝으로 ‘씨알의 소리’ 전문에 있는 글 중 일부를 소개한다.
/씨알은 善을 혼자서 하려하지 않습니다/씨알은 너 나가 있으면서도 너 나가 없습니다/네 마음 따로 내 마음 따로가 아닌 것이 참 마음입니다/우리는 전체 안 있고 전체는 우리 하나하나 속에 다 있습니다/
양준석 재단법인 씨알 사무국장
양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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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실패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