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도시의 새 도전

현재의 기후변화의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근본적으로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과 자연과 미래를 배려하지 않는 개발방식에 있다. 지난 2007년 12월 발리회의와 유엔 기후변화패널의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인류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공동체가 힘을 합할 때이다. 2012년 포스트 교토체제가 발효되고 나면 의무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누적 온실가스배출 측면에서 기후변화의 가장 책임있는 선진국들의 행태는 매우 위선적이다.

최근 국내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영국은 굴뚝사업을 후진국으로 이전해서 자국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였지만 1990년 이후 실질탄소 배출량은 19% 증가하였고, 독일은 밖으로 화석연료 탈피를 외치며 정작 자신은 2011년까지 8개 석탄연료 화력발전소를 증설하고 있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또 많은 선진국들이 자국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보다는 후진국에서 환경산업과 해외조림을 통해 자국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선진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은 갖고 있지 못한 채 양적인 수치목표 제시 등 국민을 현혹시키는 발표에만 매달리고 있다.

도시의 위기, 초고층 슬럼화

기후변화 문제는 20세기만 하더라도 인류를 경악시킬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시키지는 못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평균온도는 0.74℃ 증가하였지만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과 통계수치는 이제 위기 상황이 손을 뻗치면 닿을 만큼 다가온 것 같다.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을 곳 중 하나는 도시들이다. 세계인구의 50%가 모여살고 있으며, 전세계 에너지의 75%를 소비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80%가 도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도시는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 온도가 0.74℃ 상승할 동안, 그 2배인 1.5℃가 올랐다. 서울의 경우 2℃로 지구평균의 3배에 달하였다. 세계의 도시화는 더욱 급속히 진전되어 2025년에는 세계인구의 75%가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 95%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기관과 학자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이 다르지만 IPCC(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의 예측에 따르면 세기말에 4~6℃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온도 증가에 비해 2~3배 가파른 도시의 온도변화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도시에 거주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도시 열섬화의 문제만은 아니다.

에너지 위기와 식량위기, 그리고 수자원의 고갈은 도시에 치명적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홍콩은 20세기에 초고층 슬럼을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도시의 재개발이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가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의 경우 기존의 주거환경보다 가구당 에너지 소비가 2~3배 증가하고 있다. 이미 1인당 에너지소비가 세계 1위인 우리다. 배럴당 국제유가가 116달러에 달하고 언제 200달러에 도달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에너지 위기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전 도시로 퍼져나갈 것이고, 수도와 전기가 끊기는 아파트는 20층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결국 고층아파트는 홍콩이 경험하였던 슬럼화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도시의 새로운 도전

이러한 불행한 미래에 대해 정부도, 기업도, 시민사회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궁극적으로 도시의 개발방식을 바꾸고, 도시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왔다. 서울의 경우 뉴타운사업과 종세분화 정책으로 도시의 초고층화를 부채질해왔다. 이러한 정부정책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사람들이 저소득층, 소외계층이다. 난곡에서, 은평에서, 길음에서 살던 저소득층은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고(뉴타운의 평균 재정착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솟구치는 유류가격과 생필품가격에 생활을 감당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적도의 섬들이 기후변화로 바다에 잠기듯이, 우리사회의 소외된 섬들이 기후변화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류역사를 통해 도시는 흥망성쇠를 거듭해왔다. 한국의 도시들, 그리고 그 대표주자격인 서울시가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세계적인 도시로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흘러간 역사로 남을 것인가의 관건은 도시계획과 재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도시생태환경의 복원,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달려있다. 2009년 서울에서 세계의 대도시의 시장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하기 위한 ‘C40’(기후리더십그룹총회)가 개최된다. 도시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