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클러스터도 조건 못맞추면 어렵다”

감사원이 참여정부가 추진한 혁신도시 공기업 이전의 경제 효과가 3배 이상 부풀려졌다고발표한 데다 6월로 예정된 공기업 민영화 계획 발표가 임박하면서 혁신도시 추진이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혁신도시 계획 백지화 없이 보완 추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보완방안에 새로운 것이 없고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돼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지역 선 발전 수도권 후 규제완화 원칙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영화 범위 따라 재검토 불가피=기획재정부가 6월에 발표하는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지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 공백을 민간기업, 학교, 연구시설로 메우는 산학연 클러스터를 확대하는 혁신도시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공기업 빠진 혁신도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공기업 이전에 버금가는 대안을 마련하기는 마땅치 않다. 지역에 돈 좀 더 내려보내고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이전의 지역정책과 차별성이 없어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번에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민간기업 유인책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참여정부 이전까지 역대정부가 추진해온 지역발전전략과 별반 차이가 없다. 1990년 3월 지역균형발전기획단이 해체된 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지역 이전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간접지원방식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1998년 재정경제부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에게 조세, 금융, 도시개발권 등에 혜택을 주는 조치를 취했지만 기업들의 외면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노태우 정부가 1989년부터 1990년까지 청와대에 지역균형발전기획단을 설치하고, 11개 청급
중앙행정기관이 대전청사로 이전한 것은 긍정적인 지역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완책, 새로울 것 없다=정부보완대책의 핵심인 산&학&연 클러스터도 민간기업 참여없이는 불가능하다. 혁신도시의 기본취지가 부분별로 공공기관 집적해 관련 민간기업, 대학, 연구소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상북도는 한국도로공사 등 경북 혁신도시 이전 13개 공공기관과 연대해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구시도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할 동구 일원 혁신도시에 학술진흥재단, 교육학술정보원 등을 집적, 국제학술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해양부가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외국교육기관, 특목고, 자율학교 등 우수학교 유치를 하겠다는 구상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도 혁신도시에 교육, 주택 등 주거문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각종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2005년 발간한 자료를 보면 혁신도시에 우수 교육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특수목적고 유치 △이전지역 내 특정학교에 대한 전입학 특례 허용 △우수교원 배치 등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들어있다.

◇정부 내에서도 준비 안돼=이처럼 혁신도시 추진 과정에서 공기업 이전의 불가피성 때문에 혁신도시와 관련이 없는 산업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매각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하더라도 혁신도시 대상 175개 공기업, 공공기관의 민영화 추진일정은 지방 이전 이후로 유보하거나 매각 때 지방이전을 전제조건으로 못 박자는 의견도 나온다.

최용출 충북대 교수는 “정책의 안정성,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혁신도시와 민영화의 우선순위를 둔다면 전자가 중요하다”며 “혁신도시는 2003년부터 검토해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 온 정책이지만 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정책은 언제부터 한다고 기한을 정하지 않은 만큼 일단 유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 일정과 궤도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혁신도시 성패를 좌우할 공기업 민영화 기본계획 수립은 지지부진하다. 민영화 대상기업에 대한 각종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재정기획부 실무부서에서는 민영화가 경제논리 뿐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민감한 사안만큼 정책적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재정기획부 민영화과 관계자는 “정부 내부에서도 민영화 규모나 대상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이 없다. 아직 방향검토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민영화가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아직 실무선에서는 민영화와 혁신도시를 연관시킨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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