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에 학생 방치… 시민사회 전면대응

0교시와 우열반, 심야보충 부활 등 자율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지난 15일 전격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 교육단체는 물론 전 시민사회적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제기의 핵심은 ‘공교육 포기’다. 시민사회는 교육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문제제기=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의 큰 방향을 “학교가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 등 학교운영에 관한 권한을 학교장 등 학교 구성원에 돌려주고, 초중등교육에 관한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입시지옥의 대공습’이라고 지목했다. 민변, 민교협,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여성연합, 여성민우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환경정의, 흥사단 등 19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7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교육정상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교육희망

19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7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교육정상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단체들은 “겉으로는 학교자율화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공교육의 최소한 의무마저 방기하는 정책”이라며 “학교의 학원화 정책이자 공교육 포기의 선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단체들의 지적은 지난 수 십년동안 골격을 유지해온 입시교육의 폐해 ‘마지노선’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방안이란 비판으로 모아진다. 단체들은 △교과부가 즉시 폐지하겠다는 수준별 이동수업 지침은 우열반 편성 확대로 △학사지도지침은 0교시, 심야보충수업 부활로 △방과 후 학교 운영 지침은 사설학원과 대형 교육 관련기업의 학교 진출로 △초등학교 어린이신문 구독지침은 특정 보수언론이 운영하는 어린이신문 강제 단체구독으로 △학습부교재 선정과 사설 모의고사 참여 관련 지침은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가중으로 △수능이후 교육과정 운영 지침은 학원 수강의 출석인정으로 △교복 공동구매 지침은 교육시장을 독점하는 일부 대기업의 독과점 가격담합 횡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공교육 포기’ 지목=시민사회는 이같은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향후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교과부의 방침은 대학입시 과열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경험해온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교육관련 단체인 ‘학벌없는사회’는 “학생들의 고통을 질적으로 심화시킬 방안”이라며 “이번 방안이 각 교육청에 책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교육청이 주도해 최근 물의를 빚은 진단평가 파동 등을 보면 성적극대화에만 관심이 있을 뿐 공교육을 책임질 의사나 능력이 있는지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제도 아래 이번 방안은 결국 사교육 시장만 성장시킬 것”이라며 “벌써부터 교육사업주의 주가 예측 분석이 쏟아지고 교육주가 급등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참교육을위한학부모모임은 “정부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슬그머니 떠넘기려는 자세를 버리고 새롭게 전환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의 장을 먼저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향후 파장은?=교과부의 발표는 전격적이었지만 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가장 먼저 시장과 경쟁논리를 앞세워 손을 댈 분야로 일찌감치 ‘교육’ 분야를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상자가 열리자 예상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공개됐다. 즉각적인 시민사회의 연대 대응이 이뤄진 배경이다.

시민사회 내에서는 현대 폭등하는 대학등록금 인하 운동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정부 발표는 이와 더불어 올해 상반기 교육문제가 최고 사회 이슈로 확산될 것을 예고한 셈이다. 초중등교육 정책의 반향과 파급력이 다른 사안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민사회가 예상하는 ‘재앙적’ 폐해 역시 길지 않은 시간 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라는 교육 3주체의 행복추구권 보장 구호로 한동안 사회전반이 들썩일 전망이다.
이재환 기자

이재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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