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 학생증, 인권은 F학점

작은 인권이야기[41] 임재은l승인2008.04.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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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정보 특정은행에 무차별 제공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무시" 지적

지난 3월 초 원광대는 하나은행과 계약을 맺고 일방적으로 스마트카드 학생증을 도입해 시행한다고 밝히고, 스마트카드 학생증 신청서와 하나은행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며 활용하는 것을 동의하는 서약을 받기 시작했다.

스마트카드 학생증 사업의 내용이 전혀 학내에 공개되지도 않았고, 학교의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학생증을 만들려면 하나은행과의 금융계약을 강제로 맺어야 하는 문제(학교는 1만8000개의 개인정보를 하나은행에 통째로 넘겨주고, 매년 4천500개의 개인정보를 은행 측에 확보해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정보인권이 침해되는 문제를 학생들이 제기하고 나서자 학교 측은 “학생증과 금융기능을 통합한 스마트카드와 금융기능을 분리한 ID카드 두 가지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기능통합, 편의성 높여?

그러나 이 내용을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고, 기존에 강제로 받은 동의서는 ID카드를 신청한 학생에 한하여 기존 동의서를 돌려주겠다며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측의 자세는 학생개인정보를 모아서 하나은행에 넘겨주겠다는 의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학생개인정보를 하나은행에 넘겨주는 것만이 아니다. 학교 측은 스마트카드 학생증이 전자출결기능, 도서관이용기능, 교통카드이용기능, 학생생활관 사생증 기능, 전자화폐기능을 탑재하고있어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카드로 통합해서 학생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성이 얼마나 향상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스마트카드 학생증을 사용한다는 것은 학생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몇 번 버스를 언제 어디서 타고 이동했는지,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언제 받았는지 등 학내외에서의 학생 이동 경로가 전부 기록이 된다는 의미이다.

또 어디서 어떤 물건을 샀는지, 어떤 음식점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종류의 책을 즐겨 읽는지 등 광범위한 정보가 한 곳에 모아짐으로써 개인의 취향, 생활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으로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개인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굉장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국제적 기준인 OECD 개인정보보호원칙은 △수집제한의 원칙 △정확성의 원칙 △수집목적의 명확성 원칙 △이용제한의 원칙 △안전보호의 원칙 △공개성의 원칙 △개인참여의 원칙 △책임원칙 등 8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국내법에서도 헌법,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런 원칙들은 개인정보의 수집이나 이용에 대한 결정권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쪽, 즉 학교 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의 주체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들어봤나?

하지만 원광대가 스마트카드 학생증을 도입하는 과정을 보면 사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도 않았고, 개인정보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동의가 아닌 학생증 신청서를 받으면서 반강제적으로 동의를 하도록 하는 등 개인정보보호 원칙과 기준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학교 구성원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확대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에 개인정보인권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보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과 고민도 없이 학교 이미지 향상이라는 애매한 목적을 위해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원광대학교의 정보인권 점수는 ‘낙제’다.


임재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근활동가

임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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