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결국 삼성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99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용두사미다. 진실은 없고 의혹만 더 커졌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불법적 경영권 승계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4조5천억원의 차명자산을 보유하면서 세금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 실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차장 등 10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불법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 의혹, 삼성전자 성과급의 횡령자금 의혹 등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모두 내사 종결이나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팀은 공소제기 범죄사실에 대해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이나 포탈한 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주요 피의자들을 불구속기소한 것은 이들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이란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처단하는 것으로,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누가 봐도 삼성감싸기다. 한점 의혹없이 진실을 밝혀야 할 특별검사가 국민 혈세를 100일가까이 써 가며 한 일이란 게 재벌 옹호라는 구차한 변명 만들기였다. 숨긴 돈 4조5천억 원이 비자금이 아니다라는 결론은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사건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으로부터 출발했다. 삼성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특검은 사실상 비자금 불법조성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비자금의 규모와 조성경위 등 사건 핵심을 전혀 밝히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을 두 번이나 소환하면서까지 내린 결론치고는 허무하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조사를 한 게 아니라 의견조율을 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조사를 받은 삼성 임원들이 특검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에 혀를 찰 노릇이다. 이렇다보니 삼성특검이 비자금조성이나 불법로비와 관련된 증거와 증인도 외면한 전형적 부실수사라는 지적과 함께 경제정의와 사법질서를 내팽개친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특검이 또 하나 국민을 우롱한 것은 중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불구속 기소했다는 점이다. 조세 포탈액수가 1100억원대로 확인된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정몽구 회장의 처분 등 과거 검찰의 신병처리와 비교했을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태도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가 특검 수사에 대해 추가고발 등 후속 대응을 검토하고 적법한 환수와 추징이 이뤄지도록 촉구하는 조세포탈 환수운동 전개한다고 하니 주목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볼 때 이번 삼성 특검이 오히려 삼성을 도와준 꼴이 됐다. 지배구조 변화와 투명경영을 위해 삼성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요구했건만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실체적 진실 규명에 눈을 감은 채 납득할 수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은 조준웅 삼성 특검팀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다는 역사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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