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제도 개혁 방안 발표

시민사회, 국제연합 참여 위원국인 한국 지위 고려해야 변승현 기자l승인2019.06.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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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UN국제상거래법위에 제도 폐기 포함 구조적 개혁안 제안해야

참여연대, 민변, 지식연구소 공방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제도 개혁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남희섭 지식연구소 공방 소장,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정석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종걸 의원의 소개 발언에 이어 남희섭 소장이 ISDS제도 개혁방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과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또 사법주권 침해 측면에서의 ISDS제도의 문제점과 개혁의 필요성 등에 대해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과 정석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했다. 

▲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제도 개혁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ISDS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국제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사적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공통된 문제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ISDS가 포함된 BIT를 폐기하고 있고 유럽법원은 ISDS가 포함된 유럽연합 회원국간 BIT를 유럽법 위반으로 판결했다. 

한편 국제연합 국제상거래법위원회(이하 UNCITRAL)는 2017년부터 ISDS제도 개혁을 위한 작업반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올해 4월 회의에서 ISDS제도 개혁을 위한 마지막 단계로 모든 위원국이 각자의 개혁방안을 7월 15일까지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민변,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는 한국정부가 오늘 발표한 시민사회 안을 참조하여 공정하고 민주적인 투자 분쟁 해결을 지향하면서 보편적 인권의 보호와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고려해 폐기를 포함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민변, 참여연대 등은 우리 정부가 ISDS 개혁안을 마련할 때 우선적으로 두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둘 것을 제안했다. 첫째, 유엔기구로서 UNCITRAL의 임무와 여기에 국제연합 일원으로 참여하는 위원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고려해야 한다. 2004년부터 3회 연속 위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엔 전문 기구인 UNCITRAL의 성격에 맞는 개혁 방안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둘째, 현행 ISDS제도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한다는 실증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ISDS의 골격 유지보다는 ISDS가 투자 정책 본연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국익의 시각으로 협상을 벌이는 FTA와 달리 UNCITRAL 작업반 논의는 보편적 인권의 시각에서 진행돼야 하고 지속가능개발목표와 새천년개발목표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가치이다. 

개혁방안 의견서를 통해 UNCITRAL 작업반에서 선정한 쟁점인 ▲제3자 자금지원(Third party funding) ▲사무국이 기타 사안으로 분류한 쟁점(국내 구제절차의 소진, 이해당사자의 참가, 반대청구 등)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분쟁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분쟁 당사자(ISDS의 경우 투자자)에게 자금이나 기타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고 분쟁의 결말에 따라 보상을 받기로 하는 계약인 제3자 자금지원의 경우 분쟁증가, 터무니없는 중재 청구와 과다한 보상 청구, 분쟁당사자간 ‘합리적인 조건의 합의’ 방해 등 여러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가 ISDS 분쟁을 제기할 때 제3자 자금지원이 없다는 점을 선언하고 이 선언이 허위일 경우 투자 유치국의 형사법 또는 자국의 형사법에 의해 처벌을 받겠다는 점을 선언하게 하는 등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체 규범 개선을 위한 논의틀 구성 ▲투명성 ▲분쟁예방과 공공정책 ▲투자 협정 개혁을 위한 다자간 조치 ▲국제투자법원 도입안 등 UNCITRAL 작업반에서 논의되지 않은 쟁점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투명성 조항은 강행규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ISDS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조치는 물론 법원의 판결과 국가의 법률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주권이나 공공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ISDS를 누가 무슨 근거로 제기했으며, 어떤 과정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어떤 결정이 무슨 근거로 내려졌는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알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자에게 보상을 해야 할 수도 있는 투자 분쟁에 대해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유럽연합이 제안한 국제투자법원 도입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유럽연합은 FTA나 BIT별 투자 법원이 아닌 다자간 투자 법원 설립을 제안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실체 규범이 바뀌지 않으면 ISDS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규제 위축이나 주권침해는 여전할 것이다. 오히려 투자자 이익 보호라는 편향된 기능의 ISDS를 공고화한다는 점에서 유럽연합이 제안한 국제투자법원 설립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부터 ISDS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인 사법주권의 침해와 공공정책 무력화 등의 요소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당시 한국정부는 ISDS가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고 우리가 분쟁에 휘말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장담했지만 예상과 달리 론스타 이후 엘리엇, 하노칼, 메이슨, 쉰들러 등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투자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UNCTAD 2019년 세계투자보고서를 보면 한미 FTA가 전세계에서 ISDS 분쟁을 많이 유발시키는 3번째 조약으로 소개되기까지 했다. 정부가 투자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훈령 ‘국제투자분쟁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규정’(2019. 4. 5.)을 만들었지만 분쟁이 생기게 만드는 구조 그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은 게을리했다고 평가했다.

ISDS는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 목적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ISDS를 없애거나 이를 대체할 다른 수단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UNCITRAL의 ISDS 개혁 작업반 활동이 투자 분쟁을 줄이고 좀 더 민주적이고 인권친화적인 투자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인만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안을 UNCITRAL에 제안해야 할 것이다.

민변,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개혁방안 의견서를 외교부와 법무부에 공식 전달하고 정부가 유엔에 의견을 제출하기 전에 시민사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간담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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