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명의 결정체 한국어

갑골문 발생에 동이(東夷) 관여 강상헌 기자l승인2019.07.29 15:4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문학 등 예술 분야에서 만날 수 있는 ‘낯설게 보기’라는 개념은 우리 지식활동에서도 유용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눈 비비고 (다시) 본다’는 사자성어 괄목상대(刮目相對)나 ‘삐딱하게 보기’ 정도로 이해해도 된다. 예를 들자.

글자 자(字)자를 ‘낯설게’ 보자. 집(하우스)이란 뜻 면(宀)자 아래에 아들 자(子)자가 놓였다. ‘집’과 ‘아들’이 합쳐 ‘글자’가 됐다. 평소 익숙해서 지나치던 글자다.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듯 자꾸만 생겨나는 것이 글자라는 재미있는 비유법이다. 집 가(家)자 또한 宀 아래 돼지 시(豕)자가 있다. 지붕 밑 돼지 우글거리는 장면이 ‘집’의 글자다. 宀은 ‘갓머리’라고도 하는데, 글자 모양 때문에 붙은 별명일 뿐 뜻과는 상관없다.

▲ 자(字)자의 옛글자(문자학자 진태하 교수 書)와 갑골문 유적지 중국 하남성 안양시의 문자박물관. 집 宀(면) 아래 아들 子가 놓인 옛 字 글자의 상징물이 서 있다. (중국문자박물관 사진)

한자는 상형문자 즉 그림글자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사물을 그렸다. 집(宀) 아들(子) 눈(目 목) 나무(木 목) 등의 글자가 생겼다. 첫 글자라는 뜻으로 ‘1차 글자’라고 하자. 더 복잡한 뜻(의 그림)은 단순한 1차 글자만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쉬는 것’을 어떻게 그릴까? 나무(木) 아래 사람(人 인)이 앉으면 되겠지, 쉴 휴(休)다. 그 1차 글자들을 모아쓰는 방법을 그렇게 만들었다. ‘2차 글자’라고 하자. 자(字) 가(家) 상(相) 등이 그것이다.

1차 글자가 문(文)이다, 2차 글자는 자(字)다. 글자를 뜻하는 문자(文字)라는 말은 ‘본디’라 할 1차 글자와 이를 활용한 2차 글자를 함께 부르는 숙어다. 문자학 전문용어로 1차 글자(文)는 독체(獨體), 2차 글자(字)는 합체(合體)다.

레고놀이나 직소퍼즐처럼 독체(文)와 독체, 독체와 합체(字)들의 조각 맞추기가 文字 즉 한자의 구성(짜임)이다. 文과 字들이 어울려 세상의 일(事)과 물건(物) 즉 사물을 가리키는 글자가 된다. 독체(文)의 숫자는 몇 안 되고, 거의 대부분이 합체인 字다.

1차 글자만 제대로 알아도 2차 글자는 뜻이나 소리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1차 글자와 자연스럽게 이를 토대로 2차 글자를 빚어 만물의 이름을 빚어온 것이 갑골문 이래 동아시아 문자 3500년 역사의 천기(天機)라 할만하다.

‘신의 말씀’을 담기 위해 이집트문명이 대략 5200년 전에 빚기 시작한 신성문자(神聖文字·히에로글리프)는 로마제국과 기독교문화의 침범으로 역사와 함께 몰락했다. 한자와 같은 그림글자로 서양 알파벳의 아득한 시초(始初)로 여겨지기도 하는 이 문자는 기원전 30년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죽음과 함께 망각의 늪에 빠졌다. 그 후 인류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 등에 새겨진 글자를 소리 내어 읽을 수도, 그 뜻을 짐작할 수도 없었다. ‘낫 놓고도 기역 자도 모르는’ 꼴이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1769∼1821)은 수많은 화가와 (고고)학자 그룹을 데리고 고대 보물 약탈을 위해 이집트를 침공했다. 프랑스군(軍)은 지중해의 나일강 삼각주 지역 진흙탕에서 비석 하나를 발견했다. 로제타스톤이다. 잠자던 이집트 문명이 인류와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대조적으로 동아시아의 ‘문자’는 진화하며 오늘에 이른다. 갑골문 시대와 현대의 한자는 그 원리가 같다. 그 간의 디자인 변화는 절묘하다. 태평양 시대를 읽는 새 플랫폼이 될 만하다.

한국어의 바탕에는 한자 체계의 뿌리가 튼실하다. 한글 이전에 우리는 한자로 소통했다. 한자의 원류인 갑골문의 발생에는 동이(東夷)겨레가 깊숙이 관여했다. 망각해도 될 역사인가?

토/막/새/김

이집트를 역사 무대로

사라졌던 이집트문명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로제타스톤의 염력(念力) 덕분이었을까? 비문은 같은 내용이 이집트 신성문자, 이를 간략하게 만든 민중문자, 그리스문자 등 세 문자로 적혀 있었다. 이집트 마지막 왕조가 그리스계였기 때문에 그리스문자가 함께 쓰였던 것이다. 해석 가능한 그리스문자를 토대로 이집트 고대글자를 깨우는 경쟁이 국제적으로 치열했다.

고대 언어의 천재로 꼽히던 젊은 프랑스 학자 샹폴리옹(1790∼1832)이 나섰다. 그는 사라진 문자의 영향을 받았을 이집트 콥트 기독교의 콥트어(語)에 주목했다. 열쇠는 거기에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이집트를 훑고 다니며 자신의 ‘성공’을 재확인했다. 그의 독해법(讀解法)은 설화 신화 등 ‘구전(口傳)의 세계’에 머물렀던 이집트를 역사의 무대로 밀어 올렸다.

거센 각축(角逐) 끝에 영국이 이 비석을 차지했다. 영국박물관(런던)에 가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빼앗아 온 엘긴마블 등과 함께 볼 수 있다. 이런 사연, 로제타스톤이 언어(학) 분야의 상징 중 하나로 인식되는 인연이기도 하다.

강상헌 기자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