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반은 핸드폰 만드는 반?

작은 인권이야기[43] 배여진l승인2008.05.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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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인적으로 큰 해프닝 하나가 있었다. 필자가 주일학교 교사를 했던 성당의 학생이 성적비관으로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다시 정신을 수습하고, 정말 그 아이가 맞는지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이름이 비슷한 다른 성당의 학생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와 함께 했던 학생이 아니라서 가슴을 조금 쓸어내렸지만, 겨우 19살이라는 나이에 산 절벽 위에서 세상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그 학생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사회를 향한 씁쓸함과 슬픔은 그 다음날까지 계속되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초중고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29개 지침을 이번 달 내 즉각 폐지하고 규제성 법령 13개 조항을 6월 중 대폭 정비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더 눈길이 가는 내용으로는 초중고교에서 우열반 편성이 자율화 되고, 0교시나 심야·보충수업 금지 지침이 없어지고,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에 정규 교과 수업의 허용, 그리고 촌지금지 지침을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을 하자 각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0교시, 우열반 편성 규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거센 반대 여론을 잠시 무마시키려는 ‘눈 가리고 아웅’ 일 뿐이다. 이미 많은 학교에서는 과목에 따른 우열반을 운영하고 있고 ‘자율’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강제’학습을 실시하고 있는지 오래다.

순간 악몽이 떠오른다. 필자가 중학교 3학년 어느 날, 담임선생님 성적순으로 자리를 앉히겠다고 하는 것이다. 평소에 공부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당연히 앞자리에 앉지 못했고, 맨 뒷자리 제일 구석에 ‘앉혀진’ 아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반 아이들끼리 대충 알고는 있었어도 ‘꼴찌’가 ‘공식화’ 되는 순간이었다. 내 생애 ‘최악’의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 선생님은 이 뉴스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정부가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을 발표한 뒤 참으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 “SKY반은 핸드폰 만드는 반인가요?”, “고2, 고3 때만 공부하면 안 돼요?”, “이젠 애들을 과로사 시킬 생각입니까?”, “경쟁이라는 건, 정말 비교육적이다.” 등등. 우리나라에서 ‘교육’이란 개념은 ‘성적표’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우열반에 들어가야 하고, 우열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좋은 학원을 들어가야 한다. 좋은 학원을 들어가기 위해 또 좋은 과외를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런 좋은 ‘코스’를 밟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가난의 대물림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위로 올라설 수 있는 교육의 현실, 19살에 세상을 떠난 그 학생은 사람들이 가을단풍을 구경하던 절벽 그 높은 곳에서 저 아래로 떨어지는 공포보다 이 현실이 더 무서웠던 것일까. 놀이터의 모래흙보다 영어문장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네 미래에 희망은 있다’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는가.

사람은 ‘자원’이 아니다. 더욱이 학생은 문제를 푸는 ‘기계’가 아니다. 더 몇 명의 학생들을 절벽 앞에 세울 것인가. 이미 절벽 앞에 서 있는 학생들의 등을 떠미는 것은 누구인가. 무섭고 끔찍하다.

다시 한 번 앞서 간 19살의 학생의 명복을 빈다. 다음 생애에는 봄꽃처럼 웃음 만발하며 생을 살아가기를.


배여진 천주교 인권위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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