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에서 찾는 평화의 길

안민을 통한 안보 김승국l승인2008.05.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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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와 같이 전란이 그치지 않는 암울한 시대의 가장 귀중한 가치는 ‘안민’(安民, 민중 생활의 안정, 민중의 안전한 삶, 민중이 평화적 생존권을 누리며 잘사는 것)이었다. 부국강병을 위한 ‘의로운 전쟁’(義戰)을 강조하는 법가와 일부 유가의 논객들도 안민을 필수적으로 언급했다. 어쩔 수 없이 의전에 임하더라도 안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달리 부국강병을 위한 의전 자체를 부정한 노자, 장자의 핵심적인 가치 역시 안민이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들 사이에 전쟁, 평화를 에워싼 이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안민을 보장할 수 없는 안보는 무가치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이루었다.

춘추전국 시대에 평화의 대안을 놓고 번민했을 현인들은 ‘안민과 안보’ 양자의 비중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전개했다. 안보 중심적인 가치관을 지닌 법가는 안보를 위해 안민을 희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노자, 장자는 안민 없는 안보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유가(공자, 맹자)는 양자의 중간쯤에서 의로운 전쟁을 강조했다.

시민사회신문DB
대국, 소국 민중이 더불어 안민하는 국제평화 체제를 현실의 한반도 정세에 적용하여 논의할 수 있다. 사진은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지난해 6월 집회 장면.

이처럼 안민과 안보의 비중을 에워싼 강조점은 각각 달라도 ‘안민을 배제한 안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동양의 현인들 모두가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안민을 배제한 안보란 있을 수 없다’가 소극적인 표현이므로, ‘안민을 통한 안보’라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양고전의 안민론은 이 양자(안민의 소극적, 적극적 표현)를 포괄하는 수많은 명구(名句)를 집대성한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암울한 세상에서 민중들이 잘사는 평화체제를 고민한 현인들이 안민의 길을 모색한 단편들을 잘 판독하면 그 속에 안민론-안민을 통한 안보론을 추출해낼 수 있다.

안민론-안민을 통한 안보론을 동양 고전에서 찾기 위한 입문 과정으로 <중국 고전명언 사전>중에서 몇 개의 문장을 아래와 같이 발췌하고 해설을 곁들인다.

<楚子曰…> 武有七德, <我無一焉>(<좌전> 선공 12년)
무(武)에는 일곱 가지 덕이 있다.(초나라 자작의 말) <시경> ‘주송 무(武) 편’은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할 때 지은 것으로, 일곱 가지 덕목은 <좌전>에는 첫째 난폭을 금지함, 둘째 무기를 거두어들임, 셋째 큰 나라를 보전함, 넷째 공적을 정함, 다섯째 백성을 편안하게 함, 여섯째 대중을 화합하게 함, 일곱째 물자를 풍부하게 함이라고 들고 있다.

<君子> 不以 <其> 所以養人者害人(<맹자>양혜왕 하)
사람을 양육하는 토지를 가지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군자는 인간을 양육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자이지, 인간을 해치는 행위는 하지 않는 자이다. 토지는 백성을 양육하기 위한 것인데, 그 토지를 서로 뺏기 위하여 전쟁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周世宗曰…> 浚民之膏血, 養此無用之物乎(<십팔사략> 오대 周)
해설; 백성들의 피와 땀이 섞인 세금을 무리하게 거둬들여서 쓸데없는 군대를 양성해서는 안 된다.(주나라 세종의 말)

兵者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손자(孫子)>)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이다. 즉 백성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며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갈림길이 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子之所愼, 齎戰疾(<논어> 술이)
공자가 조심한 것은 재계와 전쟁과 질병이었다. 신을 제사할 때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다스리는 재계(齋戒), 국민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는 전쟁,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갖가지 질병, 공자는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특히 신중하였다(공자 문인의 말)

<尹鐸曰, 以> 爲繭絲乎, 以爲保障乎(<십팔사략> 춘추전국 조)
치국의 방침으로써 누에고치의 실을 뽑듯 백성들의 힘을 짜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백성의 힘을 잘 보존하여 나라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할까요.(조간자로부터 영지 진양을 맡은 윤탁의 말)

沈?産?民無叛意(<십팔사략> 춘추전국 조)
진양의 백성들은 적군의 수공(水攻)으로 인해 부뚜막이 물속에 잠겨 개구리가 첨벙거릴 정도의 곤경에 처했다. 그렇지만 윤탁이 선정을 베풀었기 때문에 결코 그를 배반할 생각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糧, 于?于囊, 思輯用光(<시경> 대아)
‘탁’(?)은 작은 자루, ‘낭’(囊)은 큰 자루, ‘집용광’(輯用光)은 전쟁을 종결시켜 그 결과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의미. 양식을 작은 자루와 큰 자루에 많이 준비하고 출정해서, 빨리 전쟁을 끝내는 훌륭한 결과를 거두고 싶다.

<四方三面戰> 十室九家空(왕안석 시)
전쟁이 휩쓴 후 백성들이 곤궁에 못 이겨 흩어져 버렸기 때문에 열 집이 있는 마을도 아홉 집은 빈집이 되었다.

以佚道使民, 雖勞不怨(<맹자> 진심 상)
백성들에게 편안한 생활을 누리게 하려는 배려의 마음으로 백성을 부린다면 비록 일을 하면서 백성들에게 수고를 끼치더라도 백성들은 원망하지 않는다.

노자의 소국안민(小國安民)
현실의 남·북·미 적용 가능


노자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의 평화공동체를 통해 안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소국과민의 안민 즉 소국안민은 <노자> 80장에 잘 나타나 있다;

小國寡民(나라는 작고 백성도 적다) 使有什伯之器而不用(그러므로 여러 가지 기물이 있으나 쓸 필요가 없고) 使民重死而不遠徙(백성들은 죽을 때까지 공동체에서 유리되지 않도록 한다) 雖有甲兵無所陳之(비록 배와 수레가 있으나 탈 곳이 없고, 비록 무기가 있으나 쓸 일이 없다) 使人復結繩而用之(사람들은 옛날처럼 새끼줄로 의사표시를 하게 했지만) 甘其食 美其服(그들의 음식을 달게 먹고, 그들의 옷을 아름답게 입고) 安其居 樂其俗(그들의 거처를 안락하게 여기며, 법이 아니라 옛 풍속대로 즐거워한다) 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이웃 나라는 서로 바라보이고 개짓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를 듣지만) 民至老死 不相往來(백성들은 죽을 때까지 지역공동체를 오고가지 않는다)

위의<노자> 80장은 소국과민이 되면 안민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좋을 듯하다. 달리 말하면 안민의 이상향은, 소국과민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소국안민의 이상향은 대국(大國)과의 평화공존 속에서 이루어진다. 대국과 소국(小國)의 평화공존을 강조하는 <노자> 61장은, 대국의 과욕(寡欲)과 소국의 과욕(寡欲)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대국, 소국의 안민이 가능함을 암시한다.

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대국은 소국들이 모여드는 하류와 같아서 천하 각국의 교류장이며 만민의 암컷이다) 牝常以靜勝牡(암컷은 항상 고요함으로 수컷을 이긴다) 以靜爲下(고요함으로써 겸양하기 때문이다) 故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그러므로 대국은 소국에 겸양함으로써 소국을 연합(取=聚)하고> 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소국은 대국의 아래가 됨으로서 대국에 연합한다(聚)> 故或下以取或下而取(그러므로 대국은 겸양함으로써 연합하고, 소국은 아래가 되어 연합한다) 大國不過欲兼畜人(대국은 타국을 겸병하려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되며) 小國不過欲入事人(소국은 타국에 편입되어 섬기려하지 말아야 한다) 夫兩者各得其所欲 大者宜爲下(이처럼 대국도 소국도 각각 바라는 바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대국이 의당 겸양해야 한다)

위의 61장에서 말하는 ‘대국’은 독립주권의 소규모 공동체들의 연합을 뜻한다. <노자> 80장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소국’ 즉 과민(寡民)하는 소규모 공동체들이 연합한 것이 대국이다. 따라서 61장의 ‘故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을 소국병탄(小國倂呑)의 패도주의로 왜곡하면 안 된다. 패도주의로 왜곡하면 ‘대국이 소국에 겸양함으로써 소국을 연합하는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노자는 대국의 겸양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대국의 겸양 아래에서 소국과의 연합관계를 중시한다. 대국이 겸양하려면, 타국을 겸병하려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대국의 과욕(寡欲)을 언급한다. 또 소국도 타국(대국)에 편입되어 섬기려하는 사대주의의 욕구를 줄이는 과욕(寡欲)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대국의 과욕(寡欲)과 소국의 과욕(寡欲)이 조화되어야 천하 각국의 교류장(국제적인 평화)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천하 각국의 교류장이 이루어지면 대국의 민중과 소국의 민중들이 더불어 안민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국, 소국 민중이 더불어 안민하는 국제평화 체제를 한반도 정세에 적용하여 논의할 수 있겠다. 미국을 대국으로 보고 남북한을 소국(미국에 비하여 상대적인 소국)으로 볼 경우, 미국의 과욕(타국인 북한을 겸병하려는 욕구를 줄임)과 남한의 과욕(타국인 미국을 섬기려는 욕구를 줄임)이 대국(미국), 소국(남북한) 민중의 안민을 동시에 보장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과욕과 남한의 과욕이 상승(시너지)효과를 낼수록 북한민중의 안민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노자> 61장의 ‘대국, 소국의 과욕(寡欲)-안민 체제’는 <노자> 60장의 ‘治大國 若烹小鮮’에서 다시금 강조된다. 연합국을 태평하게(治大國) 다스리는 안민 체제를 이루려면, 소국을 보존(烹小鮮)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국과민의 안민이 이루어져야 대국의 안민도 가능하다고 확대해석할 수 있다.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

김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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