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교섭본부장, ISDS 지지 입장 펴선 안돼"

시민단체, 범정부 기구 구성해 개혁방안 마련해야 설동본 기자l승인2019.08.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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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하 RCEP) 회의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집어삼킬 수 있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를 이 협정에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 막바지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대표단인 산업통상자원부는 ISDS 개혁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협상국들보다 경제적 우위에 있어 우리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이유로 ISDS 지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다야니, 버자야 등 최근 우리나라에 제기된 사례를 보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러한 판단은 변화된 정세를 전혀 읽지 못하는 낡고 안일한 판단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 ISDS 대응 TF와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국제통상연구소는 "우리나라 국적의 투자자라고 해서 다른 나라의 법률과 제도를 무시하고, 공공정책을 침해할 특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며 "ISDS 개혁에 대한 국내외의 논의가 본격화되는 마당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을 대표해 ISDS 지지 입장을 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8월 2일과 3일, RCEP 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ISDS에 대해 지지 입장을 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에 때르면 ISDS를 바라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논리는 우리가 다수의 RCEP 협상국들보다 경제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ISDS가 우리 기업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편협한 국익 논리도 문제지만, 최근 우리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10번째 ISDS 분쟁을 제기한 투자자는 말레이시아의 버자야(Berjaya) 그룹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최초로 패소 판정을 받게 한 기업도 이란 다야니가(家)에서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싱가포르 특수목적법인(SPC) D&A 그룹이다. 이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나라의 경제력과 그 나라의 기업이 ISDS를 활용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ISDS를 청구하고 있는 투자자를 살펴보면 론스타, 엘리엇 등 미국계 사모펀드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 투자자, 한국계 미국인, 유럽 제조업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기존에 ISDS를 분쟁 해결에 소극적 도구 중 하나로 여겼던 투자자들이 이를 보다 적극적인 이익실현의 기회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리가 협정국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인식은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지 못한 철지난 논리임에 불과하다.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2017년부터 ISDS 개혁 논의를 시작해 현재 각국이 개혁방안을 제출하고 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7월 12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ISDS가)  폐지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발언 이후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후속 조치는 없었고, 그러는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이 참가하는 메가급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 협상에서 ISDS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게 되었다.

시민사회는 "국무총리와 협상 실무자가 협정의 중요 사항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RCEP 협상에서 ISDS 지지 입장을 펴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하루속히 국무총리는 범정부 차원의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이 제도 시행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통해 제도의 유지 여부와 개혁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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