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 7월 5일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를 주요 골자로 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5일 위 규칙안에 대한 의견을 법원행정처장에게 제출했다.

사법농단 사태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 남용 실태와 그 폐해가 드러난 지금,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에 대한 ‘분산과 견제’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대법원 산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및 그 후속 추진단에서는 사법행정 총괄 권한을 갖는 사법행정회의의 설치가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와 입법 노력이 실종된 상태이다.

대법원은 2018년, 국회에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의견>을 제출하였으나, 이에 대하여는 개혁안이라 부르기 어렵다는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에 대법원이 내놓은 규칙안은 작년에 이미 제기된 다수의 지적과 비판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앞서 언급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규칙’의 제정 방식으로 사법행정과 관련한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등 사법행정의 변화를 도모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규칙에는 사법행정개혁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내용의 청사진과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위 규칙안 내용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위원 구성부터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며, 분기별 한차례 개최되는 자문회의가 실질적으로 어떤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또는 자문)을 내릴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위 규칙안에 의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현재의 내용대로 입안될 경우 대법원장의 결정에 명분만 주는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사법행정자문기구의 설치는 철회하고 사법행정을 총괄하여 담당할 비법관 중심의 상근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와는 별개로 국회는 비법관 중심의 상근 총괄기구 설치를 위한 입법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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