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에너지 자립을 꿈꾸다

이버들의 에코에너지 2.0 이버들l승인2008.05.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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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태양광 발전

국토 최남단에서 만난 바람은 싱그러움 그 자체다. 넘실대는 파도와 따스한 햇살이 만들어내는 바람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 주민들의 고난과 역경의 대상이다. 비옥하지 않은 농토 때문에 뱃일을 주로 해야 하는 제주 주민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바람이 고생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풍력발전과 제주 바람이 만나면서 산업과 경제,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제주 지역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바람의 나라, 제주

제주 바람은 제주 지역 자연에너지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부존량이 많고, 에너지로 활용 가능한 우수한 질을 자랑하고 있다.

풍력발전을 하려면 바람의 방향과 양이 연간 일정해야 한다. 그래야 설비용량의 예측이 가능하고, 경제성 또한 보장되기 때문이다. 햇볕이 뜨거운 여름이나 바람의 세기가 약한 겨울, 세기가 너무 센 태풍 기간에는 풍력발전이 가동하기 힘들다. 따라서 연중 일정한 바람의 세기가 보장되는 해안가나 산 정상이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보장되며, 이에 따른 생태계 파괴 논란도 점차 사회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제주 바람의 우수성은 제주도가 주축이 되어 먼저 확인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제주도 네 곳에서 바람의 질과 양을 고려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제주 북부에 위치한 행원 지역을 풍력발전의 적합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제주도청은 지난 2003년에 총 15기 풍력발전을 설치했고,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는 국내 최초의 상업발전을 시작했다. 국비 156억원과 도비 47억원, 총 203억원을 투자한 행원풍력발전은 2007년말 현재 약 80억원의 수익을 거두었으며, 인근 지역 9천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연간 1만2천여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행원풍력 사례는 제주의 다른 풍력발전단지를 가져오는 기폭제가 되었다.

행원풍력발전단지의 건설을 시작으로 한경풍력발전단지(6MW 발전시설용량, 한국남부발전)가 조성되었고, 난산 지역에도 유니슨 주식회사에서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난산 지역의 경우 사업 시행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소음과 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주민과의 갈등이 커져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난산이나 대관령 풍력단지 논쟁을 보면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이나 화력발전과는 달리 무조건 주민수용성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전 시설의 경제성과 효율을 고려할 때, 산을 깎아 산 정상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등 어느 정도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주민들과의 합의가 중요하며 공개적인 사업 추진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도서 지역

최근 서귀포시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이 하루 8시간 이상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면서 학계에 자문한 결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영향 때문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열대 어류가 출현하거나 식물의 북방한계선 상승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현상이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한반도에서 해수면 상승이 보고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용머리 해안은 높이 20m 이상의 응회암층으로 이루어진 해안 절경으로, 바위 모양이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동안 서귀포시는 관광객들을 위한 해안 산책로를 만들어 해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용머리 해안이 하루 2차례의 만조 때마다 4시간씩 물에 잠기자 해안 산책로를 높게 만드는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주요 산업이 감귤 농사나 수산업 등 1차 산업으로 날씨 영향을 많이 받으며, 물자나 에너지 수급에 취약한 도서 지역의 특성 때문에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에 따라 아열대성 해파리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으며, 강력한 독성 때문에 맨 몸으로 물에 들어가야 하는 해녀들 생명의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분홍바다 맨드라미나 큰수지 맨드라미 등 산호충류가 늘어나고 갯녹음화 현상이 급속하게 퍼지는 등 제주 해역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의 지리적 이동 및 내부 변화로 해수와 내수면 어종이 뒤섞이는 현상이 발생하며, 이는 산란지역 변동으로 이어져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이를 감축하기 위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점차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골프장이나 유락시설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라도 전기카트

육지에 의존적인 전력 수급


현재 제주도는 HVDC 해저 송전선로를 통해 약 100km 정도 떨어져있는 전남 해남에서 150MW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또한 한국중부발전의 255MW 화력발전과 한국남부발전 365MW 발전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 지역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풍력발전 19.2MW와 태양광발전 526kw, 쓰레기매립지역에서 매립가스를 이용한 LFG발전 1MW와 도두동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시설 375kw도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가 육지에서 공급되는 전력에 의존하다보니 해저케이블이 끊기는 사고가 빈번하게 나타나며 또한 이로 인해 지난 2006년 4월에는 2시간 34분 동안 대형 정전사태를 빚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가 국회 산업자원위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1997년 전남 해남에서 제주 해저 송전선로가 설치된 이후 7년 동안 무려 90차례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정전 사태가 발생했고, 양식업처럼 정전 사태가 곧 폐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업이 많은 제주도 입장에서는 해저케이블 사고가 무척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저케이블로 공급되는 전력량은 제주도 전력사용의 45%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전 사태로 인해 LNG발전소를 건설하자는 입장과 해저케이블을 다시 활용하자는 한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제주도는 정부에 LNG발전소 건설을 건의했으나 제주 지역 LPG 사업자들이 사활을 걸고 반대하고 있고, 한전의 반대로 결국 해저케이블도 연결하고 LNG 발전시설도 건설하기로 잠정 합의하였다. 이해당사자가 많다보니 발전시설만 늘리는 결과로 모아져 배가 산으로 가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2011년까지 400MW 규모의 해저 송전케이블이 증설되고 2013년까지 LNG발전소가 새롭게 건립된다. 제주도는 LNG 인수기지 및 배관망, 발전소 건설에 7천200억원이 투자되고, 300MW 용량의 LNG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발전용은 물론 산업용, 가정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해저 송전케이블과 LNG발전소, 기존의 화력발전소 증설 등이 이루어지면 제주도의 전체 전력설비는 1250MW 규모로 증가한다. 제주도의 전력 예비율은 2006년말 현재 32.4%에서 2010년 22.5%로 다소 떨어졌다가 전력설비가 증설된 이후인 2015년에는 60.6%로 증가할 전망이다. 결국 전력 예비율만 높이고 에너지낭비로 이어지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였다.

에너지관리공단
풍력발전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 이동통신회사 CF를 통해 각인된 마라도는 천연의 자연과 넘실대는 파도가 어우러진 국토 최남단의 섬이다. 섬 둘레가 4.2km밖에 안 되어 천천히 둘러봐도 2시간 이상을 소요하지 않는다. 제주 서귀포 모슬포항에서 여객선으로 30분을 타고 오면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마라도를 만나게 된다.

마라도는 원래 무인도였으나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120년 전인 1883년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제주 대정골에 살던 김 씨가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여 친척들이 고을 원님에게 섬의 개척을 건의해 이주하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개척 이전에는 금(禁)섬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섬이다.

현재 마라도는 하루 700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50여실의 민박시설이 있을 정도로 관광 명소가 되었으며 46가구 9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마라도는 디젤엔진을 이용한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공급해왔다. 에너지수급에 취약한 도서지역의 경우, 난방을 위한 LPG나 등유 공급은 원활하지만 전력공급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에 제주도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2005년에 국비 18억7천100만원, 제주도 군비 8억1천만원을 들여 150kw급 태양광발전시설을 완공했다.

제주도는 46가구의 전력사용량을 감안하여 발전시설용량을 결정했으나 발전시설 외양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하트 모양으로 태양광발전시설을 건설했다. 통풍이 중요한 태양광발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멘트 고형물로 아래를 막아 하트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이 하트모양의 시멘트 고형물 때문에 뜨거운 여름철에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 태양광발전 효율이 떨어진다. 태양광은 발전 시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효율을 고려했어야 했음에도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

태양광 관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막대한 국비를 투자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이 1년째 고장이 난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현장관리자가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서귀포시청은 예산이 없다는 대답 뿐 이다.

또한 봄, 가을에는 태양광발전으로 충분했지만 전력소비가 커지면서 디젤발전기를 추가로 가동하고 있다. 특히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카트가 들어오면서 현재는 40대까지 늘어난 상태다. 자동차 한 대 없는 깨끗한 마라도에 오늘도 전기카트가 요란한 소음을 내뿜고 있다.

마라도 주민들은 태양광발전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다. 처음 태양광발전이 들어올 때 무한하고 편안한 에너지원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에 부족해진 전력 탓을 태양광발전으로 미루기 때문이며, 전력량이 늘어나면서 정전 사태도 곧잘 겪어야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태양광발전 또한 석유나 석탄처럼 한정되고 유한한 자원이라는 현실과 함께 에너지절약에 대한 주민 교육과 인식이 함께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태양광발전 시설만 지어놓고 여전히 자신들의 사업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책상 위에서 결정하는 일들은 대부분 그렇다. 직접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결정이나 그들이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는 참으로 중요하다. 주민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사업 추진에 있어서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다면, 난산의 갈등이나 마라도 태양광발전 사례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의 상식과 지식으로 다른 이를 평가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한다. 그 정책 결정에 에너지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너무 크게 들리지만, 정작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에너지자립으로 가는 길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경제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가치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성과 소수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는 다른 가치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바로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이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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