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삽자루, 군부 향할 수 있다

버마 강타한 사이클론과 국민투표 장준영l승인2008.05.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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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버마 이라와디 델타를 비롯하여 남부 지방을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7일 나르기스로 인한 이재민을 최소 100만 명으로 집계했다. 버마 관영 언론은 사망자 수와 실종자 수를 각각 2만2천명, 4만1천명으로 집계했으나 사실을 은닉하는 군부의 관행을 떠올린다면 신뢰하기 힘든 수치다.

국제사회는 즉각적으로 버마에 대한 구호 활동을 개시했다. 우리나라도 불교계와 적십자사를 중심으로 피해 복구 성금을 긴급 마련하고 있다. 버마 군정도 이례적으로 외국의 인도적 지원을 수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7일자 외신에는 구호 활동을 위해 입국하려던 세계 각지의 활동가들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 타전되었다.

<시민사회신문 DB>
태풍 피해로 고통받는 버마 민중들은 10일 군사독재정권의 강권으로 국민투표를 하게 된다. 정치적 변동기에 자연재해까지 겹친 버마 민중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있은 버마인들의 집회 모습.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외부 활동가들이 입국하지 못하도록 하는 군부의 의도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지난 2003년 8월 군정이 발표한 ‘민주화 7단계 로드맵’의 4단계에 해당하는 신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군부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47개 시군을 제외하고 10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군부는 국민투표에 국민들의 찬성을 유도하여 군부가 정국을 장악하면서 군부 중심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현실화 하려는 포부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부는 감바리 유엔 특사가 제안한 국제감시단의 국민투표 참관을 국제사회의 개입이라는 이유로 강한 거부감을 표명했고, 국민투표시기에 즈음하여 외국인의 입국을 원천적으로 불허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을 위시한 서방 사회의 구호단이 구호를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하려는 시도에 대해 군부가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 작용한다.

군정이 국민투표를 강행하려는 의도는 두 가지 정도로 분석될 수 있다. 첫째, 1960년대 이후 버마 군부는 국가 안의 국가로서 국민에게 군림하고 국부를 독점하는 배타적 이익단체로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군부는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즉 이들에게는 2010년으로 예정된 총선이후 군부 주도의 정국을 구상이 우선적인 책무일 뿐 연방을 구성하는 국민 중 일부가 사망한 사실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실제로 40년이 넘는 집권 기간 동안 군부는 자연재해로 인해 사망한 국민들의 몇 배에 해당하는 국민들을 살해해 왔다. 작년 9월 발생한 반정부 시위 당시에도 국방부 소속 한 간부는 ‘인구가 줄어들면 국가를 통치하기 더 용이하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둘째, 군부의 의사 결정 방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군부는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경우 여지없이 점성술사의 예언을 맹신하는데, 국민투표일로 정한 5월 10일도 점괘에 따르면 길일(吉日)이다. 따라서 이 날짜를 지키지 않게 되면 이와 같이 운이 좋은 날을 다시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부는 점성술사의 점괘에 따라 2005년 밀림지역인 네피도(Naypyidaw)로 수도를 천도했기 때문에 이번 나르기스의 재앙을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국민들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군부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군부 서열 4위가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인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실을 예로 들며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국민투표에 사용될 투표용지 제작도 완료되지 않았지만 군부의 행태를 볼 때 현재로서 10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는 강행될 전망이다. 국민들도 군부의 강압에 의거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지만 버마 군부에게는 큰 숙제가 남아있다. 1985년 멕시코 지진, 1972년 니콰라과 지진, 1970년 파키스탄을 강타한 사이클론 이후 독재 정권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와 분리되었다. 기이한 자연현상에 대한 버마 군부와 국민의 비이성적 해석이 효력을 발생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군부의 사후대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버마 국민들이 생계 곤란 상황까지 이를 경우 국민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1988년이 그러했고, 2007년이 그러했다. 군부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며 국민들의 기본적 생계를 등한시 할 경우 복구를 위해 손에 쥔 삽자루는 군부를 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준영 한국외대 교양부 강사·버마 정치 전공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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