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마다 펼쳐지는 광산촌 최고의 장시, 통리장

남효선l승인2008.05.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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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서 만나는 어물전이 최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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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통리장 길 멀어서 못보고/ 굽이굽이 정선장 갈보많아 못 보고....." 울진, 태백지방에 구전되는 장타령의 일부다.

참으로 오랜 만에 사람구경을 했다. 통리장에서이다. 통리장은 태백으로 들어가는 동쪽 관문에 자리한 자그마한 산중마을이다. 그렇다고 통리 마을이 영 산중 마을처럼 한산한 곳이다.

한 때, 더 정확하게 말해서 석탄에너지가 절대적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던 80년 대 초까지만해도 통리는 전국에서 몰려든 광산노동자들로 북적대던 곳이었다.

통리장이 태백시를 중심으로 전통장시가 문전성시를 이룰만큼 유명세를 탄 데에는 통리가 위치한 지형적 조건에 힘입은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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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는, 정확하게 강원도 태백시 통동은 ‘검은 에너지의 메카’ 황지(현 태백시 황지읍)로 들어가는 동편의 관문이자 삼척과 울진지방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교통의 요지였다. 자연 교통의 요지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통리는 태백시 동부지방의 요충지로 자리잡아 온 셈이다.
통리에서 삼척으로 나가는 협곡은 ‘한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통리협곡이다.

통리협곡은 중생대 백악기에 퇴적된 역암층으로 신생대초의 심한 단층작용 속에서 강물에 침식되어 깊이 270m로 깊게 패여 형성되어 있다. 통리는 해발 700m 안팎의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안개나 구름이 끼는 날이 많아 이때 더욱더 아름답고 신비하다.

특히 통리협곡하면 우선 먼저 기억되는 것이 ‘인클라인 철도’이다.

인클라인 철도 방식은 고지가 낮은 곳에서 고지가 월등하게 높은 지역을 연결하기 위해 열차를 견인하여 높은 지역으로 끌어올려 운행하는 방식이다.

해발고도 700m 산중에 위치한 통리와 삼척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한 도계마을을 잇는 강삭철도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개설됐다. 일본이 한국의 자원을 확보하기위해 개설한 산업철도이다.

당시 이 철도를 한번쯤 이용해 본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특히 추운 겨울, 삼척에서 기차를 타고 도계를 지나 통리 고개에서 열차를 내려 짐보따리를 들고 걸어서 고갯길을 넘어 통리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열차를 타던 풍경을.

인클라인 방식은 1962년도에 우회철도가 개설되면서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다. 당시 이를 철거하지 않고 원형대로 보전했다면 한국 근대사의 소중한 유물이자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자리매김 됐을 것이다.

통리협곡 사이에 형성된, 쇠죽가마 형국의 마을

통리(桶里)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사방이 험준한 백두대간으로 둘러싸인 중간에 자리하여 흡사 ‘구유(쇠죽가마)’처럼 형성된 마을이다. 그러고 보니 통리장은 경동탄광 사택을 중앙에 끼고 통리역을 끝자락으로 하여 마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길게 형성되어 있다. 통리장을 제대로 구경할라치면 아무리 후딱 스쳐 지나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규모이다.

통리역에서 시작하는 통리장의 초입은 어물전이다. 바다 구경을 하려면 통리협곡을 지나 삼척이나 울진지방으로 나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지경이어서 통리와 황지사람들에게 통리장 어물전은 싱싱한 바다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던 유일한 현장이었다.

삼척과 울진지방의 장사치들은 새벽 일찍 해산물 장거리를 장만해, 일치감치 통리장에 풀어 놓는다. 때문에싱싱한 어물을 구할려면 오전 중에 통리장을 봐야할 정도로 바다 먹을거리는 인기가 높다.

남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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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을 지나면 먹거리 장터이다. 온갖 산나물과 찰진 석회암 지대에서 생산된 곡물로 만든 지짐과 특히 메밀묵과 국수는 통리장의 최고 인기 물품이다. 영락없이 장터 한편에 간이 포장으로 둘러친 묵집은 발들여 놓을 틈 없이 사람들로 빼곡하다. 묵집 곁에는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국밥집이 허연 김(수증기)에 싸여 있다. 뚝배기에 펄펄 끓는 국밥을 퍼 담는 아낙의 손 맵시에서 이미 국밥 맛은 절로 결정된 듯 군침이 돈다.

국밥집을 지나면 이내 갖은 산나물과 약초를 쌓아 놓은 약초전이다. 최근 웰빙 바람이 일면서 자연에서 갓 채취한 산나물과 약초의 인기는 단연 최고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개를 길게 뽑고 기웃거린다. 사람들 틈을 헤집고 들여다 보니 장뇌삼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6년산이란다. 한편에서는 할미가 햇마늘을 두어단 늘어놓고 햇빛이 따가운지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이웃한 할미와 이야기를 나눈다. 한나절도 안되서 장만해 온 햇마늘이 두단 만 남고 다 팔렸다며 티없는 웃음을 짓는다.

70년대 할미 손을 잡고 처음 따라 나선 장터거리에서 코 훌적거리며 집어 먹던 풀빵과 소라과자가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풀빵 값도 턱없이 오르는 물가따라 많이 올랐다며 젊은 아낙이 아이의 손에 이끌려 풀빵 전으로 끌리듯 발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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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장은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닷새장이 아닌 열흘에 한번씩 장이 서는 열흘장이다.

오후 5시 경이 돼서야 하나 둘 장꾼들이 전을 거둔다. 때맞춰 통리장을 보러 온 사람들도 하나 둘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여섯 시가 되자 통리장에는 해거름과 함께 정적이 내려앉는다.

마침 장꾼들을 실은 태백선 통일호 열차가 기적을 한 아름 아카시아 향내처럼 풀어 놓는다. 열흘 뒤에 통리장은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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