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이 지난 오늘

작은 인권이야기[46] 나현필l승인2008.05.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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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직선으로 학생회장이 된 친구는 두발자유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어느 날 모두 함께 나가자고 누가 선동하였다. 그러나 곧 뛰어온 학생부 선생님들에 의해 적극 가담자는 모두 불려나갔다. 결과는? 나름 공부 좀 한다는 녀석들은 몇 대 맞는 것으로 끝나고 소위 좀 논다는 녀석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맞은 것이 끝이었다.

그나마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니 공약으로라도 두발자유화란 요구가 가능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결국 어느 대학을 들어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기억만이 남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3년이 지난 2008년, 지난 4월말부터 10일간 외국을 다녀왔더니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에 중고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가서 확인하였다. 이승만 정권과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이들이 마침내 거리에 나섰다는 것을.

정부와 보수언론은 아이들의 배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2008년 이 사회의 모습이다. 단언코 말하고 싶다. 예전 청소년들도 인터넷이 없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 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단지 그때는 활발했던 대학생들의 운동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었다.

여전히 학교에 가려면 통제와 억압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이 정권은 촌지금지와 0교시, 자율학습, 그리고 종교의 자유마저 포기하였다.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학교가 억압할 자유는 줬으나 아직까지 한국의 청소년들은 자기가 원하는 머리모양과 옷을 입을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가뜩이나 힘겨운 청소년들이 이제는 광우병 때문에 거리에까지 나서야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경찰에 불려가고 학교로부터 찍혀야 한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금 아이들이 받고 있는 억압을 경험했던 세대로서, 그리고 학생운동이 쇠퇴하는 것을 목격한 세대로서 그리고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기성세대 운동권으로서 정말 미안하고 속상하고 답답할 따름이다.

청소년들의 팬덤문화를 ‘빠순이’라 욕하면서 한쪽에서는 한류라고 추켜세우며 돈을 버는 어른들이 있는가 하면,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면서 한쪽에서는 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어른들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학교에서 배운 대한민국 헌법대로 거리에 나서는 아이들에게 손대지마라. 편안히 퇴임이후를 보내고 싶다면 연희동과 상도동이 몇 년간 성난 시위대에게 어떻게 시달렸는지를 떠올려보라. 아니, 퇴임 이후까지 갈 것도 없다. 너무나 낯익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격에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할 일은 아이들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자율을 주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규제’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맡겨라. 13년이 지나도 똑같은, 아니 더 심해지는 청소년들에 대한 인권탄압, 정말 지긋지긋하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

나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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