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운하찬성측은 논리가 궁하고 말문이 막히면 운하반대측을 향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경부고속도로, 인천공항, 청계천 등을 거론한다. 그러한 논리 자체가 유치하고 말이 되지 않지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반론을 할 수밖에 없다. 과연 모든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는가.

알려지지 않은 실패사례도 적지 않겠지만 알려진 실패사례만 해도 너무나 많다. 전남 영암의 대불공단, 동해시의 북평산업공단, 군장국가산업공단, 전남 광양만의 율촌공단 등 해안을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성한 공단들이 입주업체가 없어 잡초만 무성하다는 기사를 수차례 보았다. 이들 공단은 대부분 조성해놓고 10여년씩 입주업체가 없어 고민하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조선산업의 호황으로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잡초만 무성한 농공단지가 전국 방방곡곡에 무수히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운하가 개통되면 내륙에도 공단이 조성되어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진다는 운하추진측의 청사진이 허구임을 웅변하고 나아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했던 수많은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가 성공보다는 실패사례가 더 많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총 746억원을 들여 건설한 청주공항은 1997년 개항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 45억원 정도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3천56억원을 들여 건설한 무안공항은 연 50억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

3천567억원을 들여 2002년 개항한 양양공항의 2007년 적자규모는 128억원에 달한다. 국제공항에 국제정기노선은 하나도 없고 가끔 들르는 전세기와 주 4편의 김해 왕복노선이 전부이다. 2007년 양양공항 국제선 전세기 승객은 2천명에 불과했다. 양양공항은 휴가철인 2007년 7월 하루평균 이용객이 66명에 그쳐 공항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수(8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주 4편을 운항하던 대한항공이 유가 및 환율 인상으로 김해-양양노선도 중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양양공항은 ‘유령공항’이 되어 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 채 수수방관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온 국민이 지혜를 짜내야 할 난제의 하나이다. 잘못된 투자는 이처럼 국민을 걱정하게 한다.

광양항은 1987년부터 건설에 들어가 현재 16개 선석을 완공하였고, 2011년까지 컨테이너부두 20개, 일반부두 4개 총 24개 선석을 갖출 예정이다. 광양항은 1997년 개장 이후 현재까지 입항료, 부두세 등의 세금을 면제하고 하역비, 보관비 등을 낮춰 항만세일즈를 펼쳐왔지만 처리능력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550만TEU 처리능력을 갖추고도 2008년 목표치가 처리능력의 절반도 안되는 210만TEU이다.

부산신항은 1995년부터 2015년까지 30개 선석을 목표로 현재 건설 중이다. 2006년 6개 선석을 개장하여 운영 중인 부산신항의 현재 처리실적은 처리능력의 63%에 불과하다. 광양항과 부산신항을 계획대로 건설하면 부산북항 21개, 부산신항 30개 광양항 20개 선석으로 총 2,500만TEU의 시설로 지나친 과잉이다. 엄청난 국가재정의 낭비이다. 그런데도 항만건설공사는계속되고 있다.

인천북항 목재부두에 관한 2008년 4월 17일자 모 일간지 기사이다. ‘480억원을 들여 2008년 1월 개항한 인천북항 목재부두가 화주들의 외면으로 4개월째 개점휴업 상태이다. 대형 접안시설과 첨단 하역시설을 갖췄지만 입항하는 배는 1주일에 1척에 그치고 있다. 하역료가 주수입인 부두운영회사는 일거리가 없어 자본금을 까먹고 있다. 이는 수요자인 화주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항만공사는 목재부두의 입출항료와 접안료를 각각 50%, 30% 감면하고 하역료도 10～20% 인하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목재업계는 육상운송비 부담이 너무 커 항만비용 감면만으로는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항만투자를 하면서 해당화물의 물류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하지 않아 또 하나의 예산낭비 사례를 만든 것이다.’

인천북항 목재부두의 모습은 경부운하가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경부운하는 앞서의 실패사례들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공단, 공항, 항만, 철도, 도로 등은 관리유지에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운하는 그렇지 못하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1척씩 운항하는 바지선을 위해 준설을 해야 한다. 준설을 안하면 운하는 곧바로 기능을 상실한다. 폭 100m, 깊이 3m의 토사를 준설할 경우, 준설선 1척이 하루 0.5km를 준설한다고 한다. 540km 가운데 400km를 준설하고 준설선 20척을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준설에 40일을 요하고 비용은 4천800억원이 된다. 준설할 토사는 1억2,000만㎥, ㎥당 4천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준설비는 1㎥당 4천～5천원이라고 한다.

경부운하는 채 2년도 버티지 못하고 방치될 것이다. 이대통령은 운하를 파는 순간 그가 그토록 염원하는 성공한 대통령의 꿈은 멀리 달아나고 원망과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왜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