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극복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한국암환우연대 박영출 대표 항암투쟁기_재발과 전이에 대한 고찰 강상헌l승인2008.05.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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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연임을 알고 ‘자연의 길’을 찾으면 가능

암(癌)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발(再發)과 전이(轉移)이다. 막연한 생각으로는, 재발되면 진행 속도가 무섭게 빨라져 금세 말기 암이 된다는 두려움이 크다.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된다면 원발성(原發性) 암보다 더 무섭게 진행해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게 되고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이다. 초기라 다행이라고, 몸조심하고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들 했었는데 재발과 전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이다.

맞는 생각이긴 하다. 초기 암 환자도 재발하면 열에 여섯 일곱은 말기 암으로 진행한다. 멀쩡하다가도 전이의 경우 조직검사 두세 번 거치고 나면 말기 환자가 되어 버린다. 재발과 전이가 무섭다는 것은 사실이다.

암이 아닌 공포심 때문에 좌절

암 조기 발견이 늘고, 암 치료술이 발전하고 있다. 나라도 암 예방과 조기 발견, 진료 등에 적극 나선다. 통계로 보면 초기 암환자가 50~60%다. 나머지는 진행성이다. 당연히 암 환자와 암 병동은 줄어들어야 하고, 결국에는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니다. 그 정반대인 것이다.

1988년 둘째 아이인 딸 나슬이의 돌 때 찍은 가족사진. 암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이 무렵 박영출은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20년 전만해도 암은 그다지 흔한 병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주위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병이 돼버렸다. 재발과 전이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다. 초기에 암이란 녀석을 잘 잡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다독거려 암과 내내 멀리 지내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다수가 재발과 전이의 후폭풍에 휘말리거나 재발과 전이의 걱정 때문에 암이란 녀석에게 지레 멱살을 내주어 험난한 앞길을 자초하기도 한다. 정작 암 때문이 아니고, 공포심 때문에 스러진다는 얘기다.

암과 더불어 지낸 기간이 웬만큼 된 이들은 대개 재발과 전이의 악순환을 몇 번씩 겪는다. 필자의 경우도 재발과 전이 때문에 여러 번의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필자는 이를 ‘관록(貫祿)’이라고 치부하지만 담담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그렇다. 상상만으로도 예리한 칼로 폐부(肺腑)를 휙 긋는 것처럼 아프다. 아픔의 정도는 ‘표현불가’라고 하는 것이 옳다.

더 할 방도가 없다는 병원

의외로 가까운 곳에 해답이 있다. ‘自然(자연)’이다. 나를,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자연과 맥(脈)을 통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챙겨 보아야 한다. 어쩌면 단 하나의 탈출구일 수 있다. 스스로(自) 그러하다(然)는 이치, 그리고 내가 바로 ‘자연’이라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의료진은 엄정하게 말하면 ‘당사자’가 아니다. 아픔에 치를 떨며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그들이 의당 구세주처럼 보인다. ‘당사자의 할아버지’ 이상인 것이다. 그러나 의사는 조력자(助力者) 일 수 밖에 없다. 또 그래야 한다.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환자를 제대로 보고, 옳은 결정을 내리고, 예리하게 암 덩이를 도려낼 수 있는 것이다.

재발과 전이 뒤에 의료진은 으레 “몇 개월 쯤 살겠다”며 환자와 가족의 속을 뒤집어 놓고 만다. 소위 ‘시한부(時限附)’다. 말 그대로 환장(換腸)할 일,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병원의 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제 우리로서는 더 할 방도가 없다”이다. 건강보험도 안 되는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에 반신반의하며 오래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이들도 그렇지만 결국은 대개 집으로 간다.

김신옥
암환우연대를 찾는 회원 암 환우들의 재발과 전이 때문에 안타까운 박영출은 ‘자연과의 동화’와 용기를 강조한다.
비우는 것이 우주를 얻는 방편


소위 대체요법이란 것을 들고 “현대의학 좋다 해도 그게 너를 살려주더냐?”하며 만병통치(萬病通治)를 외치는 얼치기들에게 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이 하릴없이 당하는 것을 많이 본다. 초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이런 저런 건강보조식품의 ‘마루타’가 되다가 실망만을 되풀이하기 십상이다.

이때 쯤 암 환자는 암 선고를 처음 받았을 때의 낙담(落膽)과도 같은 암담함을 다시 겪는다. 암을 딛고 일어섰다는 사람들의 투병기, 반쯤은 거품이기 쉬운 그 이야기에도 한없이 마음이 기울어진다. 낮에는 다 ‘내 얘기’ 같은데, 홀로 고통에 몸부림쳐야 하는 밤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소설’로만 느껴진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의 힘은 이때 빛을 발한다. 여암공생(與癌共生), 암과 더불어 산다는 말이다. 비우는 것이 우주를 얻는 방편이라고 했던가? 담담해진다. 대범한 마음자리도 생겨난다. 한판 암이란 ‘친구’와 씨름도 피할 필요가 없다는 배짱도 생긴다.

우리들의 주인공 박영출의 경험담이지만 실은 암을 넘어선 이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이때 ‘자연’을 떠올리는 사람은 산다. 스스로가 자연임을 알고 ‘자연의 길’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암 극복을 ‘기적’이라 말하는 것은 사기다. ‘내가 낫는 것은 필연(必然)’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당시 박영출은 ‘재발과 전이는 두려운 게 아니고 내가 뚫고 나가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 또 요행수도 바라지 말자’고 결심했다. 살기 위한 투쟁이 하도 고통스러워 그냥 누워서 죽는 것만 같지 않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자연의 길’에 올라서기 위한 모색을 시작했던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고통스런 항암제 치료를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수십 차례 다니는 것과 같은 자연스럽지 못한 방안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결론도 그 때 얻었다. 암을 죽이면서 ‘나’도 함께 죽이는 것은 ‘자연’이 아니었다. 권하는 의사도 실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건성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독하라, 공격하라

우선 나와 내 생활을 가지런히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다 죽어가던 사람이 이런 ‘작업’을 벌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신에게 수없이 되뇌었다. 나를 이기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영성(靈性)을 무장시키는 것이다.

이제껏 암에 당하기만 했던 것이 허망했다. 공격에 나섰다. 박영출과 암, 사연 많은 그 전쟁의 제2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것은 ‘재발과 전이’의 연속이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스스로를 다시 자연으로 바꾸는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식이요법(食餌療法)에서 해답을 찾기로 했다.

*한국암환우연대의 사정에 따라 예고했던 연재를 당분간 연기합니다.(편집자)


*재발과 전이

재발(再發)은 수술 등의 방법으로 암의 요인이 제거되었다고 여겨진 환자에게서 다시 암세포가 발견되는 것이다. 대개 암을 치료한 후 5년 동안 암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일단 암의 치명적인 굴레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5년이 지나면 혈액에 암을 이기는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관해’라고 한다. 관해 이후에도 암이 재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이(轉移)는 원래 암(원발성 암)이 발생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옮아가는 것이다. 원발성 암이 커가는 것만큼 전이에 의한 암의 확장은 심각하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은 한국 암환자들의 전이형태에 관한 보고를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이 보고에 따르면 위암은 복막으로, 전립샘암은 뼈로 쉽게 전이되며 암이 옮겨간 부위는 폐(20.9%) 뼈(20.7%) 간(19.8%) 등의 순이었다. 또 암환자의 24.2%에서 전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강상헌 암식이연구원 원장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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