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황우석 사태를 상기해 보자.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치던 한 과학자에게 대등한 위치의 과학자들은 그에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과학자의 양심과 윤리의 문제는 국익 앞에서 허물어졌다. 그러나 국익은 하나의 포장에 불과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기득권이었다. 과학계가 자본에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황우석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변종행위였다. 그것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진실에 다가서려는 힘든 여정이었다.
그 여정의 끝은 자신의 이권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과학자의 윤리는 침묵을 통해 권위에 굴복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진실은 침묵의 동의하에 얼마든지 사장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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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봉 |
지금, 또 다른 황우석 파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나라의 수많은 과학자들, 그들 중 기득권을 누리는 집단들이 침묵하고 있다. 논쟁의 수위를 만들지 않는다. 광우병이 어떤 것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책임 있는 사회적 발언들이 나오지 않는다. 침묵으로서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석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양심의 가책이 피해갈 비상구를 만들었다는 자기 최면과 믿음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정부는 ‘보이지 않는 것은 확인 할 수 없다’는 입장이 공식적인 것 같다. 문제가 있든 말든 정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면 고려해 보겠다는 말이다. 이는 지난 1993년 “미국에서 광우병과 비슷한 소 해면상 뇌증 토착 균주에 의한 유행병이 발생할 조건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위스콘신 대학교의 전염성 밍크 뇌증 연구자 고 리처드 마시 박사의 경고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은 아직 정확히 진단되지 않았다. 원인물질인 프리온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했다.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명확히 하고 위험을 피해가는 적극적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예상되는 위험은 뒤로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그 해결이 우리의 자의적 판단으로 조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잠복기가 10~50년이 넘는 변형 크로이츠펠츠 야콥병(인간 광우병)의 우려를, 일단 먹어보고 문제가 생긴 후 해결하되 우리 의지 말고 수출국의 입장을 고려하며 해결수위를 만들자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관용이 적용되는 나라가 있을까. 그러니 일국대사가 예의없이 국정 파트너인 제1 야당에 이러쿵 저러쿵 불평을 토해내는 사태가 생기는 것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수모를 당해도 이 땅의 생명과학자들은 광우병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마치 모든 것은 정치적이고, 과학자는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일단 물어보고 싶다. 정말 과학이 가치중립적인가라고.
과학기술자가 담당해야 할 역할로 해리슨(A. L. Harrison)은 전문가적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것은 ‘어떤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고, 어떤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며, 알려진 사실의 경우 그것에 따르는 불확실성은 무엇이며, 지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다른 무엇보다 한국의 과학자들, 특히 강단과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하소연한다.
해리슨의 충고에 따라 자신들의 공식적 의견을 대중에게 분명하게 증언하기를 말이다. 현재 브릭스를 중심으로 다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젊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권위있는 학자들의 글들을 공식적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심재봉 시민기자
심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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