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상황은 다르다. 영국은 18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의 공장’이 된 만큼 일찍이 대규모 외국인 유입이 이뤄지면서 1905년 이민규제법이 제정될 정도였다. 프랑스는 다른 유럽 나라들이 해외 이민을 적극 권장하던 18세기 후반 나폴레옹 전쟁 이후 약해진 국력을 인구 증가로 보강하기 위해 여러 나라들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의 광부와 간호사들이 대거 이주노동을 했던 독일은 2차 대전 뒤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국가 주도로 외국인 노동력을 도입했다.
유형을 나눈다면 독일은 이주노동을 3D 업종 등 특정 영역에 한정시키고, 복지 혜택과 시민권, 투표권 등 사회정치적 영역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이른바 ‘차별과 배제형’으로 분류된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이주노동자가 고유한 언어와 문화, 사회적 특성을 포기할 경우 주류 사회 진입을 허용하는 ‘동화형’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형태일까. 한마디로 말해 우리는 매우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차별을 받으면서 차별을 하는 몇 안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1968년까지 미국에서 한국인들이 백인여성과의 결혼도 금지되어 있고, 재산소유도 금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그 차별철폐가 흑인 민권운동 결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인종주의적인 요소가 강한 공화당에 대해 재미한국인들이 8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합리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사람들이라 차별받으면서도 현실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그들을 선망하기에 동일시하는 감정적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브래들리 효과’라는 것이 있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선거에서 브래들리라는 흑인후보에 대한 지지표명을 한 백인 유권자들이 막상 투표장에 가서는 백인을 찍었던 현상을 말한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실제와는 다른 대답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2007년의 상반된 조사 결과가 있다. 하나는 뉴욕타임즈에서 민간연구기관인 퓨의 조사를 토대로 한국이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 25%로 가장 낮은 곳이라는 보도이다. 이태리의 87%나 미국의 75%에 비해 매우 놀라운 결과이다. 하지만 또 다른 UN의 보고서는 한국이 단일민족주의를 고집하면서 순수, 혈통, 혼혈 등 인종우월적인 의식이 널리 퍼져 있음을 경고하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교육과 제도개선을 촉구하였다.
최근 폭력을 수반한 아프리카의 제노포비아를 보면서 제노포비아는 단순히 피부색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한국에서 외국인이 겨우 2%를 넘어서는 상황인데, 제노포비아의 위험선이라는 5%혹은 10%를 넘어서면 어떤 모습이 될지 알수 없다. 더구나 섬기는 외국인과 혐오하는 외국인에 대해 이중 잣대를 가지게 있는 것은, 더 심각하고 유치한 제노포비아가 아닐까.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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