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옆지기와 저하고 고양이까지 세 식구가 먹고삽니다. 보름쯤 앞서부터 통장 남은돈이 바닥이 나기도 했지만, 바깥에서 사람을 만나더라도 바깥밥 사먹기를 그치면서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먹을 밥만큼은 제대로 챙겨서 먹습니다. 저잣거리에서 양파 1천 원어치, 감자 2천 원어치, 버섯 1천 원어치를 사다가 사나흘을 너끈히 먹습니다. 마른미역 사서 불려놓고 반찬으로 삼고, 우리밀국수와 수프가루로 국을 끓이거나 된장만 풀어 국을 끓입니다. 쌀과 물과 가스까지 해서 한 사람 앞 한 끼니 250원쯤? 우리는 하루에 두 끼니 먹으니 맥주 한 병(1600원) 군것질을 날마다 해도 언제나 배부르게 먹습니다. 도서관 달삯을 빼고 다달이 25만원쯤 벌면 우리 살림은 빠듯하다고는 해도 모자람이 없이 살아갈 수 있겠구나 어림해 봅니다.
다만 이렇게 살아가는 만큼 변변하게 책 장만하기 어렵고, 먼 나들이 갈 수 없으며, 옷 한 벌 새로 살 수 없습니다. 부조금 낼 돈 없고 뭐 할 돈은 없습니다. 그래도 옆지기는 성당에서 하느님 말씀 받아먹고, 저는 도서관 책들한테 마음밥 얻어먹습니다. 디지털사진으로 골목 삶터를 담아내는 이 살림새로도, 하고픈 일은 실컷 하며 우리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엮음, 아름다운사람들, 2004)라는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듭니다. “한 이산가족의 애달픔으로 바라보지 말자. 잠시 흐르는 뜨거운 눈물로 우리 자신을 위로하지 말자. 이 눈물의 현장에 일본 제국주의를 불러다 놓자. 역사를 왜곡하며 여전히 뻔뻔스러운 얼굴을 하는 일본을 불러다 놓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다 끝났다고 재를 뿌리는 정부를 갖다 놓자. ‘다 지나간 일, 좋게 좋게’라고 하는, 역사를 잊은 우리를 불러다 놓자.”(97쪽) 히유, 그렇지.
독도가 어떠하니 하는 이야기가 다시 불거집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 이름붙인 지는 1백 해쯤 되었고, 일본에서 펴낸 책과 지도에는 일제강점기 때에도, 1960년대에도, 오늘날에도 ‘다케시마’로 적힙니다.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오래도록 이 모습이었고, 우리 정부는 이러한 일본 정부를 탓하지 않습니다. ‘버려진 조선땅 처녀’ 이야기를 보셔요. 성노예로 고달팠던 할머니들한테 뉘우치거나 빚갚음을 안 한 이들은 일본 정부만이 아닙니다. 우리 정부도 똑같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가 무엇이며 어떻게 흘러왔는지 감감합니다. 돈 버는 일에만 바빠서 자기 시간조차 없습니다.
최종규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내는 사람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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