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야자' 마쳐요"

작은 인권이야기[47] 배여진l승인2008.05.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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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본인은 다 컸다고 생각하는가? 본인은 철이 다 들었다고 생각하는가? 본인은 몸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완벽하게 성숙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성숙과 미성숙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 갖는 사회적 위치는 어떤지 생각해보자. 최근의 청소년에 대한 시각을 간단히 정리해본다면 ‘청소년이란, 어린이가 성인이 되는 중간과정으로 종합적인 사고와 많은 경험을 축적기보다, 학교교육과 학원교육에 충실하며 사회이슈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 또 자신들만의 생각과 주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서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이며 특히 정신적, 정서적으로 매우 미성숙한 존재이므로 통신의 자유에 있어 이를 제한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과연 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청소년들은 무지몽매한 존재인가? 물론 청소년‘기’에 거치게 되는 많은 과정과 특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확실히 청소년 ‘기’에는 그 시기만이 갖는 여러 특성들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특성들을 확대하여 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더 나아가 그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청소년들의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고 침해한다면 이야기는 좀 더 심각해진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참여하자 교육부와 교육청은 집회 참가를 막도록 하는 지침을 학교로 내렸다. 또 교사와 장학사들을 집회장 주변에 배치하고 학생들이 집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돌려보내(려)고 있다. 경찰 또한 괴담과 집회참석을 ‘선동’하는 문자를 돌린 사람을 추적한다고 학교를 찾아가 수사를 하고, 걸리면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실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어떤 법에도 청소년은 집회 및 시위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오히려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감시자’들을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득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미성숙과 성숙의 차이, 그것은 청소년과 성인의 차이가 아니다. 아래의 사례는 ‘성숙’되었다고 생각하는 성인들이 얼마나 미성숙한 존재인지 증명한다. 지난 촛불집회 때 약 8시 경, 몇 차례의 경고방송에도 해산하지 않자 경찰은 “여중, 여고생 여러분. 시간이 늦어 밤길이 위험합니다. 여중, 여고생들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해산 경고방송을 했다고 한다. 이에 여학생들의 답변은 ‘성인’(어른)이라고 하는 우리들을 참으로 부끄럽게 만든다. “우리 원래 야자 12시에 마쳐요.”

청소년들에게 정말 위험한 것은 무엇일까. 흔히들 ‘희망’이라고 하는 청소년들에게 정말 희망은 존재하는가? 지금 우리는 그 희망을 차근차근 없애는 길을 밟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촛불을 들고 있는 청소년들은 바로 ‘자신’들을 위해 들고 있는 것이다. 공부와 일류대학만 강요하는 이 사회를 향해, 학교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주인이 되지 못하는 이 사회를 향해, 자신들이 이제 그 주인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것이다. 이러한 외침, 이것은 교육이고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가면서 끊임없이 거치는 성숙의 과정이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길 바란다. 누군가 대신해서 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로 청소년들을 ‘미성숙’의 틀에 옭아매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도 모여서 소리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 이제 내가 순진한 청소년들을 선동한 ‘불온세력’이 된 것인가….


배여진 천주교 인권위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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