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결국 석유 쓰는 우리 잘못

이버들의 에코에너지 2.0 이버들l승인2008.06.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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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서산을 떠나왔으니, 고향을 벗어난 지 벌써 10년이 넘어 버렸다. 대부분 시골 처자들이 그렇듯 서산에 있을 때에는 대도시로 떠나고 싶었지만 막상 서울에 와서 지내다보니 고향에 대한 애틋함은 삶 속에서 쉽게 발견되곤 한다. 게다가 부모님이 서산에 계시니 고향에 대한 마음은 곧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예전보다는 교통이 편해져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고 핸드폰과 같은 통신도 편리해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서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을 간혹 만날 때면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서울에서의 시민단체 활동도 녹록하지는 않지만 지역에서의 활동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연줄로 형성된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언행에 어려움이 따르고, 해당 활동가의 주변 사람들까지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민단체 활동이 쉽지 않다.

게다가 농담으로 말들 하지만, 반환경적이라는 비난도 듣곤 한다. 지역분권과 분산을 고려해야할 활동가가 서울에 살고 있으니, 환경문제 해결에 역행하는 형국이다. 뼈아픈 농담과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에 귀향도 생각해보지만 늘 지역 현안이 많은 지역 활동에서는 에너지 분야만 집중적으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맘을 접고 한다.

에너지관리공단
화력발전소 모습

충남 서산은 2007년 말 현재 15만5천18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총 6만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한 세대 당 2.6명이 살고 있어 영유아 비율이 낮다. 도시가스 보급비율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 낮으나 최근 시설 확충이 이루어져서 2005년말 기준 29,883천000㎡가 사용되고 있다. 전력의 경우 23,390,284,000kwh를 사용해 비교적 에너지과소비 도시형태를 지니고 있다. 서산 해안가 인근에 석유화학 회사들이 다수 들어서있기 때문에 에너지과소비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을 위한 화력발전소

서산 지역에는 2개의 대규모 화력발전단지가 존재한다. 대부분 수도권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서 건설된 발전소로, 수도권 대기질 보전을 위해 수도권 남쪽으로 거대 발전소가 배치되어 있다. 수도권 대기환경 특별법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분출량이 많은 대규모 석탄 발전시설은 수도권에 건설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전은 장거리 송전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면서 지방에 발전시설을 건설한다. 서울에서 깔끔하게 쓰는 전기는 이처럼 지방에서 석탄을 쏟아 부어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태안화력발전소는 총 8기가 건설되어 있으며 설비용량은 4천MW로, 시간당 400만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서산 오른쪽에는 당진 화력발전소가 존재한다. 당진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평택과 마주보고 있는 지역으로, 서울에서 서산을 들어오려면 반드시 당진을 거쳐야만 한다. 당진 화력발전소도 설비용량 4천MW로 대규모 화력발전시설을 통해 수도권의 전기를 수급하고 있다.

당진과 태안의 대규모 화력발전소들은 유연탄을 사용해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대규모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에서 기업별이나 지역별로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에너지사용량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서산 지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게다가 서산 해안가에 석유화학회사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서산 지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한 시사주간지와 함께 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직접 추정해본 결과, 태안과 당진의 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 배출 기업 국내 10위 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향후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가 되었을 때 어떻게 의무감축 할당을 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지만 지역별 할당이 고려된다면 서산 지역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바로 한국전력공사다. 한전은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자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5개의 화력발전 자회사와 1개의 원자력발전 자회사를 통해 발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대 기업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업 중 포스코 계열 2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전의 자회사다.

한전은 2005년말 기준 온실가스 1억5천800만톤을 배출했다. 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5억9천110만톤 중 26.7%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을 배출하고 있다. 전체 배출의 4분의 1이 넘는다.

그러나 전력 사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석유나 석탄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보다 전기로 전환하는 방식은 원래 에너지의 40%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고급 에너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물가나 연료비상승에 따라 변동되지 못하고 정부 물가대책에 의해 묶여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상승은 10여년째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심야전기와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은 원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다. 비싼 전기에너지가 값싼 난방용 연료로 둔갑하는 것은 순전히 정부의 저가 전기요금 정책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심야전기가 부족해서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해 비싼 LNG발전을 가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5천500억원의 국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가격 인상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처럼 많은 반대 목소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있는 정부에서 선택하기 꺼려하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최근 태안 화력발전소가 바라보이는 태안군 원북면에 LG에서 건설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총 발전용량이 14MW로 국내 최대규모이며, 국내 대기업인 LG에서 시공, 운영할 계획이다. 14MW는 태안 주민 8천여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156m(가로) × 156m(세로) 크기의 태양전지 60개를 붙여 만든 태양모듈 7만개를 통해 완성된다.

에너지관리공단
태양광발전소 모습

지금 태안 태양광발전소에 장착되는 태양모듈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다. 태양광사업에 최근 뛰어든 LG전자가 아직까지는 효율이 높은 제품을 양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높고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다. LG전자도 보령 지역에도 태양광발전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높아져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건설이 주를 이뤘지만 세계 태양광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고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 생김에 따라 대기업의 참여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태양광산업 전문 리서치업체인 포톤컨설팅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시장은 지난해 300억달러 규모에서 매년 40~50%씩 성장해 2011년에는 1천200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에 서부발전도 지난 2005년 8월 태안 화력발전소 내에 12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과 연동된 것으로, 정부는 장기적으로 정부예산의 부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시장메커니즘을 형성하겠다는 기조로 현재 제공하고 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일몰제를 도입해서 없애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전 발전자회사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도입을 추진하여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시켰다.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축소 및 일몰제 도입은 그동안 시민들의 풀뿌리 태양광발전 시도를 뿌리 채 뽑아내는 것이다.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는 2004년 시작할 당시에 태양광발전 한계용량을 100MW로 설정해놓았고 2011년까지 달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에 대한 시장 확대로 인해 2008년 상반기이면 그 용량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식경제부(구 산업자원부)는 발전차액지원금 기준가격을 20%이상 낮추고 올해 9월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태양광발전시장은 기존의 발전자회사들의 밥그릇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자본으로 태양광발전에 투자하려는 중소기업이나 시민들만 손해 보게 되었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했던 환경단체들의 노고는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격이 되어버렸다.

형평성 회복 프로그램

얼마 전, 사석에서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의 이창현 교수를 만났다. 이창현 교수는 태안 기름유출이 석유를 소비하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태안 지역에 주민 생계를 위한 보상금 지급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생활하고 전 국민들이 이러한 잘못을 잊지 않도록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태양광 가로등
삼성중공업의 잘못으로 애꿎은 태안 지역 주민들에게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우리는 석유를 얻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하고 있고, 그 석유 때문에 태안 지역 주민들은 눈물짓고 있다.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6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사람들의 뇌리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방제 노력 덕에 바다와 해변은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태안 지역 주민들과 어린이들은 극심한 심리적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건강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한국환경사회학회에 따르면, 사고 발생 8주 후에 태안 지역 어린이 129명을 대상으로 심리조사를 실시한 결과, 6.5%의 어린이들에서 우울증세가 조사됐다고 한다. 이는 일반 지역의 어린이 집단보다 우울증세가 4배나 높고, 경기 평택 미군기지 주변의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어린이 우울증세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일반 주민들 또한 80%가 피로와 근골격계 증상이 더 심해졌으며, 응답자의 40~70%가 요통과 코, 목, 피부자극 등의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태안지역 주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과 장기적인 건강 검진 등이 필요하겠고, 에너지로 인한 피해인 만큼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등으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한편 1990년에 정부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선정되었던 안면도는 아직까지도 그 갈등과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다. 당시 군사독재정권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에 불이 나고 초등학생까지 시위에 나설 정도로 많은 주민반대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거주하는 대도시의 환경도 중요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편리를 추구할 수는 없다. 편리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만큼, 지구환경에 부담을 주는 만큼, 그 만큼의 부담은 그 편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송배전 비용이 많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태안의 전기요금은 같은 가격이고,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법률도 주민들의 항의가 많아지고 나서야 추후에 생겼다. 게다가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일반 가난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기업들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은 비싼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 미만이기 때문에, 가정용 전기 판매에서 흑자를 내어 산업용 전기판매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목소리 큰 사람들의 말에 더 많이 귀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절약과 형평성 회복을 위한 목소리도 더 커져야 한다. 그래야만 에너지로 인한 불평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이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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