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분명 독재다

[시론] 이홍균l승인2008.06.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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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국가는 어떠한 집단보다도 강한 강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국가를 권력의 독점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이 두 학자가 정의한 대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자신이 하겠다는 것에 이의를 달거나 저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결정하고 국제법상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었습니다. 일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그것을 설득할 수 없었던 정부가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정부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불법 세력으로 몰아갔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강경 진압하였습니다.

그러나 홉스나 베버는 정부에게 이러한 권력이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홉스는 개인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목적을 따라 국가가 최고 권력 집단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고, 베버는 객관적 타당성에 근거한 국민의 믿음이 뒷받침이 되어야 국가에 복종할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만약 그러한 조건을 벗어나 국가가 강제력을 행사하게 되면 그것은 독재입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그를 위협하는 행동을 하면서 강제력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분명 독재입니다. 정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가의 일방적인 강제력 사용은 시민과 시민사회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놓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비슷하게 대운하 건설이 왜 필요한 지를 시민과 시민사회에 설득하지 못하고 대운하 건설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시 시민들이 모여 촛불 집회를 시작한다면 다시 과잉 집압해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촛불을 들고 있는 몇몇 시민들만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들 수를 세면서 얕잡아 보면 안됩니다. 그 뒤에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잠재적 지지자들까지 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일방적인 강제력 행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판단, 그들의 주장, 그들의 행동을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을 무시하게 되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입니다.

만약 그래도 혹시 대운하를 건설하여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모든 사람이 판단할 수 있도록 다 펼쳐놓고 아직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과 시민사회를 설득해보시기 바랍니다. 왜 하는 것이 좋은지를. 만약 그래서 설득하지 못하게 되면 빨리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해야 하는 일이 산적해 있는 나라에서 국력을 낭비하는 일이니까요. 가장 우려하는 일은 설득하는 과정 없이 또 다시 정부의 강제력으로 대운하 건설을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지율의 추가 하락은 물론이고 지금보다 더 큰 저항에 부딪치게 될까 걱정입니다. 그 저항에 어떻게 대처하시렵니까.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겠다는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았지만 시민들은 물러서기는커녕 강경 진압의 강도에 비례하여 저항의 강도도 높아졌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룬 민주화의 과정을 과소평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험난한 민주화 투쟁의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이후 벌써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한국의 시민사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억압을 용납할 수 없는 단계를 훨씬 넘어서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시민과 시민사회는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상호침투에 의한 성숙한 민주주의를 건립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주장을 귀담아 들어보기 바랍니다. 만약 그 주장이 옳다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긴장과 갈등 상태를 유지하면서 누가 옳은가를 겨루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우리의 앞에는 많은 산적한 과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국력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대내외적으로 우리의 앞길에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있습니다.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옳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합시다.


이홍균 성공회대 연구교수

이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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