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의존 줄여야 생존”

국내 인식 낮아... "탄소배출 80% 감축을" 이향미l승인2008.06.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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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탄소배출량 80% 감축시켜야
에너지효율높이기·신재생에너지 확대·대규모 조림사업 제시


“화석연료에 근거한 지구 전체 문명이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이제는 ‘지구를 살리자’가 아니라 ‘문명을 살리자’고 이야기할 때다. 문명을 살리기 위해 전시동원체제처럼 모두가 신속히 나서야 한다.”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지난 9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현 상황을 ‘전시상황’에 빗대며 이렇게 말했다.

브라운 소장은 “지난해 책(플랜 B 3.0)을 쓰는 동안 중요한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히말라야나 티벳의 만년설이 급속히 녹아내려 아시아의 주요 강인 갠지스와 황하가 우기에만 흐르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그린란드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7m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이밖에도 곡물가격과 유가 폭등으로 인한 폭동도 심각한 문제라 지적했다. “지난 7년동안 생산보다 소비량이 높았고 곡물 보유량이 점점 줄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밀, 쌀, 옥수수, 콩 등의 곡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곡물가의 인플레이션과 수출국 통제로 인해 식량안보에 위기를 겪는 나라도 점차 늘어 정부 기능이 마비된 ‘실패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식량위기에 더해 석유정점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그는 “석유에 기반한 기존의 경제 체제(플랜 A)는 더 이상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며 “대안은 플랜 B”라 주장했다. 브라운 소장이 주장하는 플랜 B에서는 “위기에 빠진 지구생태계와 문명을 구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현재 탄소배출량의 80%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에너지 효율 높이기 △신재생에너지 개편 △대규모 조림사업 등을 들었다.

최근 ‘플랜 B 3.0’을 출간한 브라운 소장은 전 세계를 향해 플랜 B에 동참하기를 촉구하며 월두투어를 계획했고, 이번에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레스터 브라운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플랜 B'를 주창한 레스터 브라운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장이 지난 9일 한국을 방한해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장은 '생태진실' 반영해야

-‘시장은 믿을 수 없는 제도’라 비판하고 있는데.

▲시장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경제활동에 들어가는 ‘간접비용’이 포함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석유나 화력발전에 들어가는 전기값에는 대기오염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소득세를 줄이기보다, 탄소세를 높이자는 것이다. 개개인이 내는 세금에서 노동에 대한 세는 줄이고, 탄소에 대한 세는 높이는 것이다. 경제구조가 에너지 위주의 경제구조로 가야만 문명을 살릴 수 있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유는 시장으로 하여금 경제적인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붕괴한다면 생태진실을 시장에서 이야기하지 했기 때문이다.

-교토메커니즘(포스트 교토협약)이 온실가스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교토메카니즘은 계속해서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협상일 뿐 아니라 협상을 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합의돼도 비준이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다 완성돼도 때는 늦어질 수 있다. 교토메커니즘 안에서 각 국가들이 굉장히 야심찬 목소리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경우 ‘제로 카본(탄소)’으로 목표를 세우고 있고, 그 외의 유럽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교토메카니즘 전체로 봤을 때는 사실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예정된 시간 안에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필요한 것에 비해 너무 적은 효과를 내고 있다.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

비판받던 미국도 변화

-교토의정서에 유일하게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전 세계 석유 소비율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 환경을 구하는 노력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 내의 환경단체들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면서, 미국에서는 석유회사에 대응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 중 두 가지 정도를 말하겠다. 하나는 전 세계 석유의 30%를 미국에서 소비하고 있는 것 뿐 아니라, 휘발유나 가솔린의 소비를 봤을 때는 미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제는 새로운 기술이 발전해서 자동차나 연료부분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카와 풍력발전 등의 발전기술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이상적인 기술 발전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미국은 2020년까지 풍력발전으로 모든 자동차를 움직일 계획이고, 텍사스를 비롯한 3개 주에서 풍력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각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움직일 수 발전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풀뿌리운동으로 새 화력발전소의 건립을 막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0년전 미국의 에너지 중에서 새로운 화력발전소 159개소의 건립계획이 있었으나 현재 59개는 제외되었고, 49개는 현재 소송중이다. 승소확률도 높다. 지난 1~2년 사이 미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로 새로운 화력발전소 건립에 대한 모라토리움이 결정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첫 번째로 환경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큰 움직임이 될 것이라 본다.

"원자력 석유의 대안 아니다"

-플랜 B에서 지구 문명을 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여러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원자력이 석유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원자력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기 전 에너지원의 경제구조를 봐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어떤 나라도 원자력발전에 대한 계산을 할 때 여러 비용을 납세자들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 계산한 바에 의하면, 원전에 들어가지 않은 비용이 많다. 방사능 처리 비용, 사고 방지를 위한 비용, 원전 폐쇄 비용 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원전을 건설하거나 가동시키는 비용보다 폐쇄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비용들이 원전발전비용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원자력 발전이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을 늘리고 있는 나라를 보면 전력발전이 경쟁 체제에 있는 나라는 없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프랑스가 원자력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발전체제에 있어 경쟁이 되지는 않고 있다. 시장경제에 의한 경쟁 체제라면 원자력발전은 가격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다.

유가 인하책은 ‘조삼모사’

-한국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높이려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국가가 지원을 줄이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이 초기 단계일 때는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일이 많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원자력에 지금까지 총 600억달러를 정부가 지원해줬다. 태양력이나 풍력, 지력 등 등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시장이 ‘생태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화석과 신재생에너지가 경쟁해볼 수 있다. 같은 조건이 될 때까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다보니 한국정부가 세금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유가안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석유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유가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떤 정부든지 휘발유에 대한 지원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 당장은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현명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 파키스탄의 경우도 여러 이유로 석유값에 대해 정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 부담을 겪고 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수입대금 지불을 연기하고 세계은행에 5억달러의 차관을 요청했다. 세계은행은 에너지 보조금지원을 중단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시동원체제처럼 모두가 나설 때

-2020년까지 80%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이라 보는가.

▲물론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진주만 공격을 받고 나서야 뒤늦게 전쟁에 참가했다. 1942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무기생산 목표를 발표하며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 뒤 루스벨트는 자동차산업 지도자들과 만나 협조를 구했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무기 생산을 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 이후 미국 내에서 자동차 판매가 금지됐다. 그 다음 미국에서는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되지 않았고 무기 생산체제로 바뀌었다. 비행기만 보더라도 애초 목표는 6만대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12만대로 당초 목표를 웃돌았다. 이러한 전시동원체제가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곤경에 빠진 문명과 시련에 직면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금을 ‘전시상황’이라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신속하게 나선다면 우리는 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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