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보수화 국회 주목한다

18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18대 국회는 보수 블럭이 거의 200석을 차지하는 구성(299석 중 한나라당은 153석이나 정책 면에서 한나라당과 비슷한 기조를 갖는 자유선진당(18석)과 친박연대(14석), 친여 무소속(18석) 당선자를 합칠 경우)에서부터 역대 어떤 국회보다 보수적인 색깔을 띠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이같은 우려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의 보수적 기조와 맞물릴 경우 훨씬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견지하려 노력했던 ‘사회공공성’ 확보의 프레임이 실종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변화의 여파는 무엇보다 국회 입법기능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여성관련 사안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반의 국회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다음은 여성계에서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법안 관련 내용이다. 우선 군가산점제 관련 법안의 향배를 들 수 있다.

여성계에선 17대 말 있었던 ‘병역법일부개정법률안’(군가산점 부활안)의 국회 국방위원회표결처리를 기억하고 있다. 지난 1999년 군가산점제도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산점 비율을 종전보다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이 주성영의원의 입법으로 2008년 2월 국회에 상정되었고 진통 끝에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의 기조로 보면 18대 국회에서도 군가산점제 부활 움직임은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벌써 일부의원들은 병역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 여부이다. 건강가정기본법은 2004년 2월 제정 이전부터 ‘건강가정’이라는명칭이 말해주듯‘혼인, 혈연, 입양에 의한 공동체’만을 가족으로 규정함으로써 현실사회에서 그 비율이 점점 높아지며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유형을 ‘비건강가정’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이 비판되었다.

2005년에는 인권위로부터 ‘다양한 가족 및 가정의 형태를 인정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받기도 했다. 여성계에선 현 건강가정기본법의 전면개정 또는 대체입법(가족지원 기본법)을 주장해 왔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진척상황이 없어 보수담론의 확산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는 가족의 변화를 사회내로 긍정적으로 포괄하려는 흐름이 약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다음으로 호적제도의 폐지 이후 새로운 신분등록법으로 올 초 도입된 ‘가족관계 등록제’의 정착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새 제도이니 만큼 국회에서의 법률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가족관계 증명서는 실행과정에서 피해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호적 등초본을 대신하는 가족관계 증명서와 개인증명서가 ‘친부모의 혈통’ 위주로 작성되는 바람에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들’은 배제되고 있다.

‘재혼 가정’ 뿐 아니라 고아, 입양아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고아 출신의 경우, 개인증명서에 ‘기아 발견일’(버려진 채로 발견된 날짜)이 기재되며 입양아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부모와 양부모가 나란히 기록된다. 사실 입양 기록은 따로 입양관계 증명서를 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가족관계 증명서에 ‘기아발견’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기록할 이유가 없다. 호주제가 폐지되었을 때 새 신분등록법에서는 다양한 가족이 존중되고 포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에서는 또다른 혈통주의의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어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18대 국회에서는 성폭력 관련 형법이 개정될 수 있는지 지켜보려 한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된 지 1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이 중에는 특별법의 근간이 되는 형법의 개정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많다. 즉 형법 32장의 제목을 법에서 보호하는 있는 법익을 명확히 하여 ‘성적자기결정권침해의 죄’로 변경할 것,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권고를 받아들여 성폭력 범죄의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비친고죄로 전환할 것, 또한 아내 강간, 비동의간음죄를 범죄화 하고, 강간죄의 대상과 행위를 확대하여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개정할 것 등이 여성계에서 주장하는내용이다.

이외에도 여성관련 법안 중에 해결할 점은 무수히 많다. 초점은 18대 의원들이 과연 성평등 관점을 가지려 할 것인가 또 여성들의 이해관계와 여성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질 것인가 여부이다. 여성사안은 사회의 다른 정책에 비해 비교적 진보적 지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이 힘이기도 하다. 따라서 구성은 보수적이라 해도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가운데 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입법활동을 해주길 18대 의원들에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