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폐간·민영화 반대 등 저항 확산을”
국민소환·국민투표·파업결집 등 방안 논의

류승태 기자

“반성문도 쓰다보면 잘 쓴다. 요구하는 A/S 안해주면 방법은 리콜.”

2차 대국민 담화 성격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이 있은 지난 19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주최 국민대토론회 ‘광우병 쇠고기 촛불운동,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가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집단지성의 발현을 구체화하는 자리였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번 국민대토론회에선 한달 보름여간 이어지는 촛불의 향후 행보에 대해 시민패널과 온라인 제안, 현장의견 등이 모아졌다. 새벽 3시를 넘긴 ‘끝장 토론’ 현장에는 1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지만 다수의 온라인 매체들이 생중계를 실시, 전국에서 수십만의 시민들이 이를 지켜본 것으로 예상된다.

1. 투쟁의 목표, 어디까지 설정?

패널로 참석한 회사원 민진홍 씨는 “국민대토론회가 모든 국민을 대변하지도, 권한을 양도받지도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계기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이 수렴되길 바란다”며 “이것이야 말로 촛불의 힘이자 자랑으로 촛불은 앞으로 스스로 발전하고, 느리지만 거꾸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아름다운 청년’이란 아이디로 활동하는 김수영 씨는 “아고라에선 ‘명박 퇴진’ 의견이 대세”라며 “시민들도 쇠고기 반대를 넘어 이명박 퇴진, 조중동 폐간을 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재선(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 씨는 “많은 이들이 촛불집회를 이어가야 하냐, 마느냐로 논쟁 중이지만 끈질기게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며 “초창기 구호인 ‘될 때까지 모이자’를 잊지 말자”고 말했다. 또 “정치적 필요성으로만 촛불을 보는 야당은 차라리 등원하라”고 비판했다.

류승태 기자

패널로 참여한 시민들이 발언하고 있다.

아고라에서 ‘권태로운창’으로 활동하는 나명수 씨는 “거두절미하고 퇴진”을 강조했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회원은 “대통령의 두 번째 쇠고기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며 “공기업 민영화를 일부 안하고 운하도 국민이 반대하면 안한다고 했지만 결국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보험 민영화도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주도 등에선 시행하고 있다”며 “촛불이 꺼지면 다시 하려고 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던지 아니면 우리가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강도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정호의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무조건 퇴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이 많지 않다”며 “노동계 대투쟁과의 합류 등 투쟁의 상상력을 모아 과감히 상황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김혜미 씨는 “이명박 퇴진만으론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사회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조중동 폐간운동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김기화 씨는 “청와대가 30개월 미만 협상카드와 대운하 포기 패키지로 촛불의 고립을 노리고 있다”며 “전선을 이어가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반대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의견으론 ‘고대녀’로 유명한 김지윤 씨가 나섰다. 김 씨는 “이 정부를 4년간 더 보고 있다가는 국민 건강과 국토가 거덜날 것 같다”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외친 이명박 퇴진을 계속 내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2. 투쟁 승리를 위해 어떤 방안?

대학생 박지원 씨(정책반대시민연대 회원)는 “아직까지 국민들 중에는 이명박 정부의 실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조중동과 뉴라이트에 현혹된 국민들을 우민정책에서 꺼내기 위해서라도 언론운동이 현 시점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권태로운창’ 나명수 씨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더 많은 각계 단체와 시민, 네티즌들을 포괄하는 범국민대책회의로 확대돼야 한다”며 “비폭력 무저항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이냐.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분노를 결집할 저항의 강도를 높여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호희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화물연대가 전면파업을 중단하고 지역파업으로 전환했지만 국민들과 약속한데로 미 쇠고기를 운반하라고 하면 다시 전면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촛불을 지지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촛불주체, 누가 더 많은 지지를 받느냐는 현실 인식이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 민석준 씨는 “투쟁의 목적, 전략과 전술이 흔들려서는 안되지만 방식을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정부를 압박할 최고의 전술은 촛불이므로 촛불참여 호소 투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학생 임대환 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친구 재벌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것은 노동자 파업”이라며 “파업에 대한 시민적 결합,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류승태 기자

민주주의 공론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만들어졌다. 국민대토론회는 19일과 20일에 걸쳐 5시간 이상 '끝장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민 김기화 씨는 “너무 앞서가면 뒤에 남는 사람이 없어 고립될 수 있다”며 “청와대 인사문제와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를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3. 보다 구체적인 실천 활동은?

정호희 정책실장은 “투쟁은 분노가 필요하며 이 대통령은 오늘(19일) 이미 국민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며 “추가협상 발표로 이어질 상황에서 이번 주말 국민들이 더 많이 모여야 하며 고시를 강행한다면 더 크게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목했다.

대학생 박지원 씨는 “퇴진이 맞다. 문제는 국회 탄핵이 거의 불가능하고 스스로 하야도 안할 것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소환 쟁취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 국민이 매듭을 지어줘야 한다”며 “국민소환제보다 추가협상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부쳐 국민들이 반대의사를 명확히 보여준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는 “결집된 국민의 힘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쇠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보다 많은 의제를 연결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대중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도 일상에서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투쟁방안을 제안해야 한다”며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각 가정에서 전기불 대신 촛불을 밝힌다거나 소규모 토론회를 동네마다 개최하는 것 등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의협의 김종명 씨는 “싸움은 쉽지 않다. 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급박하게 진행해서 스스로 지치는 투쟁은 자제해야 한다”며 “앞으로 4년 내내 촛불을 밝힐 수도 있지만 축제로 저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홍경수 씨는 “국민불복종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며 “오늘과 같은 토론회를 상시적으로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나명수 씨는 “피로감을 주는 당사자는 국민대책회의”라며 “똑같은 패턴의 집회 진행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집회문화를 일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원 민진홍 씨는 “비폭력 직접행동이 맞지만 시민들이 쇠고기 등 다양한 정책이 나와 관련된 문제 정책이란 분노가 일어나야 행동으로 표출된다”며 “일반 국민에 대한 선전과 홍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민 임재성 씨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마치고 돌아오면 쇠고기 정국의 새로운 국민행동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번 주말이 중요한 고비로 끈질기게 비폭력 직접행동을 이어나가는 것만이 모든 시민이 저항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대토론회는 투쟁 목표와 방식, 구체 실천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으나 결론을 만들지는 못했다. 향후 2차례 더 진행되는 토론회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조응해 쇠고기 정국은 확대냐, 숨고르기냐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재환 기자

이재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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