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적 의미 ‘시민참여정보사회’ 주목
“‘생명평화’ 구현 활동 적극 나설 것”

전국 63개 YMCA 연맹체인 한국YMCA전국연맹 신임 이사장에 윤장현 수석 부이사장(58·사진)이 선임됐다. 윤 신임 이사장은 조선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안과전문의로 활동하면서 광주YMCA 이사장을 비롯 광주 시민연대 대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광주전남 6·15공동준비위원회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지난 13일부터 14일 이틀간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39차 전국대회를 열어 윤 수석부이사장을 전국연맹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향후 한국사회에서 중점적으로 펼쳐나갈 운동 비전을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지난 19일 윤 신임 이사장으로부터 취임 일성과 한국YMCA전국연맹의 앞으로 활동방향을 들어봤다.


-신임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축하한다.

▲축하를 받기 보다는 현재 한국사회의 여러 상황을 지켜보며 YMCA가 어떤 활동을 펼쳐야 할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한국 사회 전체가 반성문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겸손한 마음으로 직책을 맡고자 한다.

-취임 일성치고는 상당히 무거운 답변이다. 현 사회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학생들이나 대중 다수에 의해 민의가 폭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시민사회가 먼저 상황의 문제점과 변화 방향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적확하게 짚고 풀어갔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YMCA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지만 더 책임있는 모습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전국대회에서 한국YMCA전국연맹은 향후 운동비전을 채택했다. 특히 ‘국민들의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행동은 공동체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임을 확인하며 광우병위험 쇠고기 수입, 유전자조작 옥수수수입 등을 반대하고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YMCA는 그동안 유전자조작(GMO) 식품 등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신토불이 농산물 사용을 위한 조례제정운동 등을 벌여왔다. 이같은 관점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광우병위험 미 쇠고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YMCA의 변화라기보다 그동안의 활동이 녹아난 것이다.

YMCA는 불안에 빠진 국민들의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행동은 공동체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고 본다. 자치와 나눔의 따뜻한 생활공동체인 ‘생활협동운동’ 등의 확산을 통해 우리 시대의 해체된 마을 공동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이나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국민건강권 확보 등 향후비전

-그밖에 전국대회에서 채택한 비전을 소개한다면.

▲동티모르 YMCA 지원과 원주민 커피농가 지원을 계기로 시작한 공정무역운동을 보다 확산할 생각이다. 또 아시아시민사회지도력 향상을 위한 청소년지도력 양성, 각 지역사회 내의 바람직한 다문화사회 형성을 위한 활동, 각종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가칭 ‘아시아시민사회지도력양성기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최근 정부차원의 핵에너지 확산일변도의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원 사용을 확대하고, 비효율적인 에너지이용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지역에너지시민운동을 펼칠 것이다.

가칭 ‘YMCA청년성회복위원회’를 구성해 전국적인 대학YMCA 설립운동, 청년회원 확보운동, 청소년시민권익운동 등도 진행한다.

-최근 한국YMCA전국연맹은 사회참여 확대의 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 한국사회에 여러 전문화된 시민운동단체들이 있지만 YMCA는 105년간 지속돼온 단체다. 항일운동부터 해방 후 혼란기 계몽운동과 전후 복구 활동,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활동까지 시민운동의 큰 축을 담당해 왔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면서 세부적 참여가 느슨해 보였지만 운동의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최근 광우병 문제부터 남북문제까지 시대가 요구하는 운동과 의제를 설정하고 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은 기독사회운동단체가 가진 정체성을 확인하며 생명평화라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후 펼쳐질 운동적 접근은 보다 확대될 것이다.

-내부 개혁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YMCA가 백화점식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부 반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시대에 맞춰 지방의회 감시, 견제는 물론 지역의 여러 현안 문제를 안고 가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또 청소년, 사회약자를 상대로 한 복지시설 등을 YMCA가 수탁받아 하는 곳이 많은데, 나름대로 지역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해도 그 비중의 문제에 있어 NPO(비영리단체)로서의 입지를 놓치지 않고 가야 할 것 같다.

-한국YMCA전국연맹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수년간 여성참정권 등을 인정하지 않은 서울YMCA의 내부운영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아픔이 있었다. 연맹은 전체 운동의 방향성을 설정한다. 연맹 헌장과 세계YMCA 헌장을 위배할 때 탈퇴 검토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각 지역 YMCA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YMCA의 몸통 역할을 한 서울YMCA의 ‘한성YMCA’ 시대적 식견에서 나온 지난 5~6년간의 일들은 전국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시정을 요구하고 경고를 내렸었다. 하지만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전국대의원들의 결의에 따라 탈회가 결정됐다. 올해까지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상표권 문제 등까지 제기할 것이다.

“책임있는 사회운동 벌일 터”

-다시 현안으로 돌아와서, 쇠고기 문제 등 새 정부 국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YMCA 전체적 논의의 흐름은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국민 뜻과 함께 책임있게 간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순수성과 대중성에 손상이 가지 않는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합의도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쇠고기 문제가 국민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현장 단위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책에 대한 일방적 설명보다는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통령의 눈물을 보고 싶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엄마들과 촛불을 든 여중생들에게 진정성을 확인받고 소통의 장에 나서야 한다.

‘읽어버린 10년’이란 역사 인식에서부터 출발점이 잘못된 것 같다. 대선 지지율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과거 10년에 대한 부정에서 비롯됐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민주주의도 이 정도면 괜찮고 권위주의 청산도 상당히 진전됐으며 남북관계도 발전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민생을 포함한 경제가 불편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잘못 읽어서 마치 전적인 반발과 이에 따른 지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소통없는 대의정치라는 새로운 권위주의가 등장했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이미 극복된 역사라고 생각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매우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 중에서 특히 보람있었던 것이 있다면.

▲광주 태생이다. 그래서 80년 광주민중항쟁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고 있다. 만일 5월항쟁이 없었다면 아직도 군부독재 치하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공통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수천년 절대 왕정을 거쳐 서구 식민통치를 겪고, 자력에 의해 해방된 나라는 찾기 힘들다. 해방 이후에도 내전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만이 5월 항쟁을 통해 억압구조를 깨고 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를 일구고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

우리와 유사한 역사를 가진, 하지만 여전히 군부 세력에 의해 인권마저 침탈당하는 많은 나라의 상황을 애잔한 눈빛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한국의 극복과정과 경험을 나누고 연대와 지원을 통해 내부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최소한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가 가져야할 역할과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광주 시민연대를 시작하면서부터 아시아인권대회를 추진한 일 등이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다. 사실 우리와 같은 경험을 나눠줄 나라가 흔치 않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스스로 지도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엔 대한의사협회와 버마에 긴급구호단을 꾸려 갈 생각이었는데 그 쪽에서 비자를 안내주고 있다.

시민사회 ‘익숙한 것’과 결별을

-시민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촛불’은 시민사회운동진영에게도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의제 설정이나 헌신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늘 화두였던 ‘시민없는 시민운동’에 대한 무거운 성찰을 다시 요구받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한다. 사회적 변화를 진보니 보수니, 좌니 우 같은 시각으로만 봐선 안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계사적으로도 처음 시도되는 ‘시민참여 정보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접촉 세대’가 아닌 ‘접속 세대’는 헌신과 복무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의미가 있으면 작동한다. ‘다이나믹 코리아’의 에너지가 사회에 밝은 빛을 내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또 세계화에 따른 폐해의 극복 화두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셈이다. 네트워킹을 통한 세계시민의 참여는 국적과 인종, 종교를 넘는 보편적 가치를 만들어 분쟁과 지구온난화 등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청소년들이 편협한 민족주의나 개인주의에 빠지지 않고 세계시민으로 클 수 있도록 하는 기반 마련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재환 기자

이재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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